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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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IP(Batting Average Ball In Play)

보로스 매크라켄(Voros McCracken)이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소리를 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구위가 좋은 공은 상대적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공에 비해 쳐봐야 안타가 될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었으며, 투수는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타구를 범타로 만들 수 있는 맞춰 잡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왔고 이는 진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9년, 보로스 매크라켄은 당시 매덕스의 기록을 보던 도중, 삼진 비율, 볼넷 비율, 피홈런 비율은 매년 일정하지만 유독 피안타에 대한 것이 특출나게 차이나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해냈고, 기존 야구계의 고정관념을 정 반대로 뒤 엎는 말을 하게 된다.

'There is little if any difference among major-league pitchers in their ability to prevent hits on balls hit in the field of play.'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는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을 통제하는 능력의 차이가 사실상 거의 없다.)

즉 일단 공이 방망이에 맞아 인플레이가 될 경우, 그 타구가 안타가 되고 범타가 되는 것은 투수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것 처럼 보이는 소리'는 세이버메트릭스 계에서도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는 마치 천동설이 정설로 받아들이던 상황에서, 지동설이 처음으로 등장한 격이었다. 심지어 당시 빌 제임스나 랍 네이어 같은 저명한 세이버메트리션들도 처음에는 저 말을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부정했었으며 보로스 매크라켄 본인이 직접 말하길 이틀만에 무려 1,700통의 반박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엄청나게 열띤 토론과 연구 끝에 '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고 말고의 여부에는 투수의 능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매크라켄의 의견이 결국 전체적으로 맞는 말이라는 결론이 나게 되었으며 이후 2001년 빌 제임스는 자신의 저서 'The New Bill James historical Abstract'에서 'I feel stupid for not having realized it 30 years ago'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 끝에 매크라켄이 말한 것처럼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을 통제하는 능력의 차이가 아예 없는것은 아니라고 밝혀졌다. 타구에 질에 따라 분명 BABIP는 달라지기 마련인데, 분명 그라운드볼을 많이 유도하거나, 플라이볼을 많이 유도하는 능력은 '투수 고유의 능력'에 해당되며 실제로 타구의 질에 따라, BABIP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BABIP은 라인드라이브 > 그라운드볼 > 플라이볼 순으로 더 높게 형성된다.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경우는 매우 높은 BABIP(.700 이상)이 형성되지만, 문제는 '투수가 LD%를 통제하는 능력이 유의미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는데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잘 던지는 투수나, 못 던지는 투수나 LD%는 대부분 17%~21%에서 형성되며, 커리어 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이볼 투수는 오히려 그라운드볼 투수에 비해 유리한 것인가? BABIP을 낮추는데 있어선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더 나은 투수라는 의미는 아니다. 플라이볼의 일정 수는 점수와 직결되는 홈런으로 연결되며, 기타 장타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라운드볼은 단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자가 있을때의 그라운드볼의 일부는 더블플레이로 이어지는 등의 효과가 있어 결국 그 둘의 장단점은 서로 상쇄된다.

그리고 분명, 투수 본인의 수비 능력에 따라서도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고 범타가 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단 수비 능력 뿐 아니라 투수가 '전혀' 인플레이 된 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에릭 앨런, 어빈 수, 탐 탱고는 회귀 분석을 통하여 700번 공이 인플레이 되었을때 인플레이 된 타구의 결과는 44%가 운, 28%가 투수, 17%가 수비, 11%가 구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발표한 후 세가지 주장을 했다.

1. 피칭은 수비에 비해 BIP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2. 그러나 운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영향을 미친다.
3. BABIP는 투수의 스킬을 평가하는데 있어 효과적이지 않다.

수비

앞서 말했듯이, 투수가 플라이볼을 많이 유도해서 BABIP을 낮춘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실점 저하로 이어지지 않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유격수 땅볼이 나왔다 하더라도, 전성기 박진만이 수비하고 있을 경우와 수비를 못하는 유격수가 수비하고 있을 경우 분명 수비를 못하는 유격수가 잡지 못하고 안타를 만들어 줄 타구를 전성기 박진만는 그림같이 잡아내 아웃으로 연결 시키는 경우가 존재한다.

똑같은 플라이 타구가 나왔다 하더라도, 전성기 김강민이 쉽게 잡아낼 타구를 수비를 못하는 중견수는 잡아내지 못하는 타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수비 질의 차이는 BABIP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장

BABIP에는 분명 구장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파울존이 더 넓었던 과거의 잠실과 '한국의 쿠어스필드' 청주구장의 BABIP는 같지 않다.

BABIP에 투수가 미치는 영향은 적고,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건 '운'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이라는 표현은 로또에 당첨되는 등의 '행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투수의 능력으로 통제 할 수 없는 요인을 말한다.

투수의 제구와 BABIP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에 던져진 공의 BABIP는 0.310, 스트라이크존의 구석에 던져진 공의 BABIP는 0.289 이므로 이론적으로 제구가 좋으면 BABIP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이라고 하여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더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이지,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으로'는 생각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한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던져진 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투수의 경우 전체투구에서 약 22%가량의 공을 그렇게 제구하는 반면, 스트라이크존의 구석으로 공을 잘 던지지 못하는 투수도 약 10%가량의 공은 구석으로 던진다. 1등과 꼴찌의 12%의 차이가 BABIP에 줄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다.

투수의 구위와 BABIP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삼진을 매우 많이 잡는 선수들의 평균 BABIP는 0.286, 삼진을 매우 적게 잡는 선수들의 BABIP는 0.301으로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크지 않다.

타자의 BABIP

투수와 달리, 타자는 본인의 타격 스타일에 따라 개인 고유의 BABIP이 형성되게 된다. 볼넷과 삼진이 모두 많아 스트라이크존을 좁히고, 정타를 칠 수 있는 공만 노려서 치는 추신수 같은 유형의 선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기에 꾸준히 높은 BABIP을 기록하며, 이치로와 같이 발이 빨라 같은 땅볼 타구를 치더라도 많은 내야안타를 만들어 내는 유형의 선수는 BABIP가 꾸준히 높게 형성될 수 있다.

그렇기에 타자의 BABIP의 경우 일정 샘플이 쌓인 경우 리그평균BABIP이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 라인과 비교하는 것이 훨씬 유의미하다.

의미

BABIP의 등장으로 인해 DIPS, FIP 같이 수비가 개입할 수 있는 피안타를 아예 분리해내고(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플레이가 된 공이 피안타가 될 확률을 중립화) 투수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스탯들이 탄생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과소평가 되고 있던 '수비'의 영향에 대해 재평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투수가 타구를 범타로 유도할 능력이 있다면 자기에게 오는 공만 잘 잡는 선수를 수비수로 세워놔도 팀 실점에 미치는 영향은 별 차이가 없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BABIP은 그 자체만으로 선수들을 줄 세울수 있는 가치를 가진 기록이 아니고 경기장에서 나타난 현상을 표현해주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