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탐욕 스윙'? 욕심인가, 개성인가?
이른바 '머니볼'시대가 도래한 이후 볼넷의 가치가 재조명 되면서 '스윙'이라는 타격 행위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야구 팬들은 타자가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보려 공격적으로 배트를 돌리면 '탐욕스윙' 이라는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공격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들은 상대의 투구수를 늘리기 어렵고, 유인구에 쉽게 속아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게 되며 결국 삼진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 적극적인 스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보편적인 사고다.
특히 승부처에서 초구 승부를 하다가 허무하게 물러나는 응원팀 타자의 힘없는 뒷모습을 보게되면 이런 추론은 확신의 영역에 들어선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스윙은 타격 생산성에 부정적인 것일까? 타자들의 세부 지표 분석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타자의 적극성은 스윙%라는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승부에 임하는 타자일수록 스윙%가 높다. (* KBO 리그의 경우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14시즌부터 스윙%를 제공하고 있다.)
타자들의 스윙 성향이 어떤 결과를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14-16시즌 5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93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바로 이하와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위의 표는 스윙%와 여러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상관계수'란 두 가지 변수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1부터 1까지 값을 가지며, -1 혹은 1에 가까울수록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보통 상관계수의 절대값이 0.75 이상 나와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①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는 볼넷을 적게 얻는 경향이 있다.
가장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지표는 스윙%와 볼넷%다. 스윙%와 볼넷%의 상관계수는 –0.75로 이는 스윙%로 볼넷%의 56.9%를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적극적인 타자일수록 볼넷은 적게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이른 카운트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는 볼넷을 얻을 수 있는 카운트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타격을 해버리기 마련이다.
②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는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 지표는 스윙%와 투구수다.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0.68로 이는 스윙%가 투구수의 46%를 설명한다는 의미다.
적극적인 타자가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것은 ①과 같은 이유다. 적극적인 타자는 투수가 실투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의 존을 기준으로 타격을 하기 때문에 많은 투구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물론 컨택이 뛰어난 선수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많은 파울을 양산해내는 경우를 종종 연출하기도 한다.)
③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적극적인 타자가 삼진을 많이 당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적극적인 타자는 삼진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하지만 스윙%와 삼진%의 상관계수는 0.19로 거의 관련이 없었다. 사실 삼진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는 컨택%다.
컨택%와 삼진%의 상관계수는 –0.89에 달한다.(설명력 80%) “스윙”이 삼진을 늘리지는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컨택이 되지 않은 스윙”이 삼진을 늘린다.
④ 타자의 스윙성향은 타자의 타격 생산성과 큰 상관이 없다.
적극적인 타자는 삼진을 많이 당한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볼넷을 적게 얻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스윙%는 타자의 타격 생산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스윙%와 OPS, wOBA와의 상관계수는 각각 –0.26와 –0.30로 큰 연관성이 없었다. 타자가 타격 생산성을 발휘하는 방법에는 볼넷을 골라내는 것도 있지만 안타를 쳐내는 것, 특히 장타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