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STAT BUZZ
 STAT 리포트

홈구장/원정구장 성적차 TOP5: 타자 편

2015-03-24 화, 22:48 By KBReport

앞선 <좌우 불균형 투수들><좌우 불균형 타자들> 기사를 통해, 상대하는 선수의 유형에 따라 성적이 요동치는 선수들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분명 특정 유형의 타자 혹은 투수들에게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거나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사용하는 경기장에 따라서 성적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도 있을까? 흔히들 넥센, SK 등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홈 구장을 사용하는 타자들은 성적에 있어 득을 보고, 가장 큰 잠실 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는 LG와 두산은 투수들이 성적을 내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실제로 그럴까? KBReport.com이 제공하는 홈/원정별 기록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

기자의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타자의 경우 1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125명, 투수의 경우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76명의 선수들에 한하여 조사했다. (2014시즌 기준)

참고 자료를 하나 덧붙이자면, 10개 구단 제1홈구장의 크기는 다음과 같다.

좌우, 센터의 길이와 펜스 높이를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큰 구장은 잠실구장과 한밭구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잠실구장은 단순 크기만 따진다면 가장 크지만, 펜스의 높이는 2.6m로 높지 않다. 과거 가장 작은 구장 중 하나로 꼽혔던 한밭구장은 리모델링 이후 잠실 야구장에 이어 가장 넓은 구장이 되었다. 펜스의 높이 또한 좌우 3.2m, 센터 4.5m로 상당히 높아 홈런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사직 야구장은 좌우 95m, 센터 118m로 좁은 편에 속하지만, 펜스의 높이가 무려 4.8m로 상당히 높아 홈런이 나오기 힘들다.

가장 작은 구장은 역시 목동구장이다. 좌우 98m, 좌우 118m로 마산구장에 비하면 크지만, 펜스 높이는 가장 낮은 2.4m에 불과하다. 경기장의 구조 또한 외야가 다소 내려앉은 구조이기에 실제 펜스의 높이는 2m 정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학구장은 좌우 길이가 95m로 좌우가 가장 짧은 구장이다. 일반적으로 타구의 대부분이 정중앙보다는 좌우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기에 홈런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펜스 높이 또한 2.5m로 두 번째로 낮다.

이러한 각 구장의 특성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삼성의 이흥련과 SK의 스캇이다. 

삼성 제3의 포수인 이흥련은 홈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원정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홈에서는 타율 0.338, 출루율 0.434, 장타율 0.462로 마치 LG의 간판타자 박용택과 같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의 성적은 처참하다. 타율 0.119, 출루율 0.213, 장타율 0.134로 믿기 힘들 정도로 구장 낯가림을 했다. 홈에서 41경기, 원정에서 47경기를 출장했는데, 더 많은 경기를 출장한 원정 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 0.227, 출루율 0.325, 장타율 0.295에 그치고 말았다. 이흥련이 2015시즌에도 원정 경기에서의 약점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류중일 감독은 원정 경기에 이흥련을 데려가는 것을 진심으로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부진과 불화로 팀을 떠난 스캇도 극심한 구장 낯가림을 보였다. 홈에서는 타율 0.378, 출루율 0.525, 장타율 0.644로 무려 1.169의 OPS를 기록했다. 홈에서의 스캇은 리그 MVP급이었던 셈. 하지만 원정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원정 경기 타율 0.183, 출루율 0.282, 장타율 0.400으로 멘도사 라인이라는 단어조차 민망한 모습. 물론 홈 15경기, 원정 18경기로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워낙 홈과 원정 경기 기록의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구장 논란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박병호의 이름도 눈에 띈다. 3년 연속 홈런왕, 2012, 2013 MVP에 빛나는 박병호이지만 유독 타자 친화 구장인 목동구장에서만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다른 구장에서는 플라이볼이 될 공도 목동구장에서는 홈런이 된다 해서 붙여진 ‘목동런’이라는 신조어는 야구 팬들에겐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을 정도다. 

실제 기록을 보면, 박병호의 홈/원정 타율 차이는 8위(0.102), 출루율 차이는 13위(0.084), 장타율 차이는 2위(0.338)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홈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원정에서 친 홈런의 2배가 넘는 홈런을 홈에서 때려냈다는 점도 이른바 ‘목동런’이라는 신조어를 쉽게 부정할 수 없게 한다.

박병호는 홈 경기에서 타율 10위(0.356), 출루율 4위(0.476), 장타율 1위(0.863), OPS 1위(1.339)로 그야말로 엄청난 기록을 올렸다.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타율 84위(0.254), 출루율 35위(0.392), 장타율 22위(0.525), OPS 23위(0.917)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러한 기록은 ‘홈구장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의견이 일정 부분 옳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박병호가 원정 경기에서도 테임즈(21개), 강정호(19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홈런(17개)를 때려냈고, 2013시즌에는 원정 경기에서도 출루율 5위(0.435), 장타율 3위(0.545)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 박병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 

박병호는 2015시즌 원정 경기에서도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며 ‘목동런’이라는 비아냥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낸 원정 팀 팬들을 머쓱하게 할 수 있을까? 

역대 최초인 4시즌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는 박병호. 
2015시즌에는 원정에서도 그의 ‘빠던’을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홈 구장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뛸 뿐 아니라, 항상 그들이 훈련하는 친숙한 구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과 LG, 그리고 국내 최고의 펜스 높이를 자랑하는 롯데의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원정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인 원정 강세 타자 TOP5에 이름을 올린 11명 중 7명의 선수가 이 세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이름은 두산의 최재훈이다. 가장 익숙해야 할 홈구장에서 타율 0.149, 출루율 0.216, 장타율 0.149로 ‘원정 이흥련’과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홈에서의 타율과 장타율이 같다는 것은 홈에서 단 하나의 장타로 때려내지 못했다는 것. 홈에서 25경기에서 51타석 출장에 그쳤다고는 하나 단 하나의 장타도 때려내지 못했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다. 커다란 잠실 구장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닐까.

롯데의 문규현과 두산의 고영민은 원정만 떠나면 펄펄 날아다녔다. 두 선수 모두 원정 경기에서는 3할 중반대의 타율, 4할 초반대의 출루율로 간판 타자 부럽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 홈 경기에서의 극도의 부진도 비슷하다. 두 선수 모두 홈에서는 2할 초반대의 타율과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루율을 기록하며 ‘홈 징크스’에 시달렸다. 최재훈과는 달리 두 선수 모두 리그에서 오랜 기간 뛴 베테랑 선수들인데도 홈 구장에서 유독 부진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10시즌 이상 한 팀에서만 뛰어온 선수들인데도 홈 구장 크기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한 시즌의 우연일 뿐일까. 해답은 2015시즌에 있다.

홈런 분야에서는 더욱 엽기적인 기록이 나타났다. LG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빅뱅’ 이병규(7번)가 그 주인공. 이병규는 홈 55경기에서 단 1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동안 원정 61경기에서는 무려 1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무려 14개의 홈런차를 보였다. 장타율도 무려 0.225 차이로 3위. 원정 경기에서 그가 홈런을 펑펑 때려낼 때마다 홈 팬들은 ‘홈에서도 좀 넘겨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박병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빅뱅’ 이병규. 잠실 팬들은 그의 ‘빠던’을 보고 싶다. [사진: LG 트윈스]

경기장 크기에 따른 성적 차이 확연 – 심리적 요인? 물리적 요인?

위 기록들을 종합해봤을 때, TOP5에 국한해 알아본 결과이긴 하나 분명 경기장에 따른 성적의 차이가 존재했다. 홈 강세 타자 TOP5에 이름을 올린 12명의 타자들 중 경기장이 큰 편에 속하는 LG, 두산, 한화, 롯데 소속 선수들은 4명에 불과했다. 반면 원정 강세 타자 TOP5에는 11명의 타자들 중 LG, 두산, 한화, 롯데 소속 선수 7명이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경기장이 작은 편에 속하는 넥센, SK 소속 선수들 중 홈 강세 타자 TOP5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4명, 원정 강세 타자 TOP5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2명이었다. 특히 가장 규모가 작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넥센의 경우, 원정 강세 타자 TOP5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TOP10으로 범위를 넓혀보아도 마찬가지. TOP30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박동원(출루율 부문 11위)과 유한준(타율 부문 29위) 단 두 명이 포함될 뿐이다. 

이처럼 분명 경기장에 따라 성적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차이가 실제 구장 크기의 차이에서 오는 단순한 물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장타율이나 홈런의 경우, 구장의 크기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만, 타율이나 출루율의 경우에는 구장의 크기와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구장의 크기가 낳는 물리적인 차이와, 그 물리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차이가 동시에 작용하여 타자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