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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데일리안] 홈런보다 나은 안타는 존재할까?

2017-03-13 월, 23:01 By 이정민
"아, 지금은 홈런보다 더 나은 안타가 하나 터졌습니다."

우리가 야구중계를 보다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멘트다. 홈런보다 나은 안타, 그냥 들어도 묘하게도 역설적인 어감의 이 멘트는 대부분 9회 역전찬스때 터지는 적시타 때 자주 언급된다.

쉬운 설명을 위해 상황을 하나 가상해서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응원팀이 5-0으로 뒤지고 있는 9회말 마지막 공격을 맞았다.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경기는 9회를 맞아 요동치기 시작했고 상대 투수의 난조를 틈타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즉, 9회 마지막 공격 5점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무사만루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보통 이 상황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은 안타, 홈런중 어느 것일까? 물론 아웃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어떤 부분이라도 환영하겠지만 대부분은 한방에 따라갈 수 있는 홈런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안타가 터진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홈런보다 나은 안타"라는 캐스터나 해설자의 멘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9회 득점권에서 총 6개의 단타를 때려내며 2016년 '홈런보다 나은 안타'를 가장 많이 때려냈던 황재균. 9회 득점권에서 1.236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다. ⓒ MLB.COM

해당 상황에서 모든 안타를 아우르는 홈런보다 나은 단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분위기때문이다. 5-0에서 단타라도 내야안타나 극단적으로 외야가 전진된 상태가 아니라면 대부분 2점을 올릴 수 있다. 해당상황에서 안타가 터지면 5-2로 추격하는 동시에 무사 1,2루 혹은 무사 1,3루의 득점권에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가 되다보면 상대팀 투수와 수비는 흔들리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공격하는 입장에서 분위기를 타 역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홈런보다 나은 안타'가 터지기전 무사만루에서 홈런을 때려낸다면 어떻게 될까? 5-4로 턱밑까지 추격을 할 수 있지만 주자가 일소된 상황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 더욱 편안해진다는 것이 '홈런보다 나은 안타'를 진심으로 믿는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사실 미신에 가깝다. 해당 상황에서 안타를 쳐서 분위기를 타 역전을 할 확률보다는 홈런 한방으로 턱밑까지 추격에 후속 공격으로 역전을 할 확률이 더 높은게 지금까지 여러가지 사례로 증명된 사실이다. 현재까지 야구가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로 단타가 홈런보다 높은 가치를 지녔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2012년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9회초 삼성이 2-1로 리드를 한 상황에 앞서 8회 2아웃부터 등판했었던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하러 마운드에 올랐다. SK의 선두타자는 최정, 무심코 던진 오승환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쳐 잠실 중앙 담장을 그대로 때리는 큼지막한 3루타를 쳐내며 단숨에 동점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고 동점 득점을 눈앞에 뒀던 최정에게 홈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해 승리를 지켜냈다.

▲ 분위기를 허용하지 않는 오승환같은 투수에겐 '홈런보다 나은 안타'란 없다. ⓒ 삼성 라이온즈

단타를 통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주장에 의하면 최정에게 3루타를 허용한 후 오승환과 삼성은 그대로 무너져야만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굳건했고 SK가 분위기를 타 역전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오승환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투수는 맞다. 하지만 3루타가 된 최정의 타구가 1m만 뒤로 뻗어서 홈런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제아무리 오승환이라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일은 뒤집을 수는 없다. 딱 1m만 더 뻗어 홈런이 되었다면 동점이 되었을 것이고 한국시리즈 5차전의 승부는 다시 시작되었을 것이다. 

결국 단타로 분위기를 끌얼 올려봐야 이후의 상황은 맞딱뜨리기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점수를 보장할 수 있는 홈런이 최고의 공격 결과다. 사실 단타를 허용했다고 해서 분위기를 내주고 역전을 당할 정도의 팀이면 홈런을 허용한다면 더 쉽게 무너질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타를 치고 분위기를 몰아 상대 마무리로 부터 역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강팀이면 5-4로 추격하는 만루홈런이 나온 후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야구는 철저하게 숫자와 상황에 의해서 전개되는 게임이다. 사실 승리를 위해서 공격과 수비를 하는 팀이 취해야하는 입장은 간단하다.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경우를 만들어내야 한다. 반대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득점을 올리는 경우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빠르게 아웃카운트 27개를 올려야 한다.  여기서 공격을 할 때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홈런이고 수비를 할 때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도 결국 홈런이다. 홈런은 안타가 될수 있지만 단순 안타는 홈런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야구 중계를 지켜보다 다시한번 "아, 지금은 홈런보다 나은 안타가 터졌네요!" 하는 멘트를 듣는다면 정말 단타가 홈런보다 값졌을까라는 생각보다는 해당 중계진이 지금의 상황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였다고 이해하며 상황을 즐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