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3~4월)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3~4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컨택% : 배트를 휘둘렀을 때 공을 맞춘 확률.
메이저리그를 거쳐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가 첫 달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즌 타율 0.424에 7홈런 18타점. WAR은 2.14로 리그 전체를 통틀어 단독 1위다. 롯데가 그에게 150억원을 안긴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시즌 그가 보여주고 있는 컨택 능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올 시즌 무려 0.451의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를 기록 중이다. 이는 단연 리그 최고 수치. 2위인 나성범(0.418)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쉽게 말하면, 일단 페어존 안으로 타구를 보내면 절반 가량은 안타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것이 시즌 초반의 일시적인 수치 혹은 단기간의 행운이 아니라면, 그의 타구 질은 다른 타자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뜻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타구 방향 면에서도 고른 수치를 보였다. 타구의 48.7%를 좌측으로, 23.1%를 중앙으로, 28.2%를 우측으로 보냈다. 당겨친 타구와 밀어친 타구의 비율이 비슷하다. 게다가 다른 타자들이 타구 방향별로 타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어느 방향의 타구건 모두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타격의 달인’과도 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완벽한 타격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언더핸드/사이드암 투수에게 13타수 3안타, 타율 0.231로 약했다. 그나마 때려낸 3안타 역시 모두 단타. 좌투수에게 타율 0.385, 우투수에게 0.470을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다. 다른 약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대호를 막아내기 위해, 9개 구단들은 반드시 수준급 잠수함 투수를 1군에 상주시켜야할 듯하다.
과연 메이저리거! 개막전부터 홈런 신고하는 이대호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83360/284913)
선구안 TOP5
*IsoD : Isolated Discipline(순수출루율).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일본에 진출하기 전의 김태균은 뛰어난 타자였다. 컨택 능력과 선구안, 장타력을 두루 갖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일본 진출 전인 2009시즌까지 .310/.410/.529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 그는 ‘뛰어난 타자’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국내 복귀 뒤 5시즌간 한 차례 타격왕을 포함 무려 4차례 타격 5걸에 이름을 올렸고, 출루율왕을 4차례 차지했다. 장타율 부문에서도 한 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복귀 후 그의 슬래시라인은 .349/.465/.541에 달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선구안이다. 일본 진출 이전까지는 단 한 차례도 출루율왕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복귀 뒤에는 5시즌 중 4차례나 출루율왕에 올랐다. 심지어 2016시즌에는 역대 최초의 단일시즌 300출루까지 해냈다. 현재 그는 통산 출루율 역대 1위(0.431)의 타자다.
볼넷/삼진 비율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일본 진출 전까지 볼넷보다는 삼진이 많은 타자였지만, 국내 복귀 뒤에는 삼진보다 훨씬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타자로 변했다. 일본 진출 전까지 0.76에 머물렀던 볼넷/삼진 비율은 국내 복귀 이후 1.13으로 급상승했다.
그의 뛰어난 출루 능력은 올 시즌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올 시즌 첫 한 달간 0.494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14볼넷/7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은 무려 2.000. 게다가 시즌 19경기에서 모두 출루하며 역대 최다인 65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 수백 가지의 별명 중, 그에게 가장 적합한 별명은 ‘김출루’, 혹은 ‘김선구’가 아닐까?
'64경기 연속 출루' 연속 최다 경기 출루 기록 경신하는 김태균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90757/294014)
파워 TOP5
*IsoP : Isolated Power(순수장타율).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최정의 별명은 ‘소년장사’다. 별명에서 떠올릴 수 있듯, 그의 힘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는 주전으로 자리잡은 2006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10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의 꾸준함과 강한 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그를 ‘거포’라 부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2015시즌까지 10홈런을 10차례, 20홈런을 4차례 넘겼지만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은 넘기지 못했다. 그를 보는 팬들의 시선은 ‘거포’보다는 ‘호타준족’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가 지난 시즌부터 완벽히 달라졌다. 지난 시즌 그는 커리어 최초의 30홈런을 넘어 무려 4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왕에 등극했다. 타율은 0.288로 리그 평균(0.290)보다도 낮았지만, 장타력 하나만큼은 어마어마했다. 어느새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거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소년장사’는 그렇게 ‘천하장사’로 변화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천하장사’는 또 한 차례 진화했다. 그는 올 시즌 단 26경기만에 12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일찌감치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위 그룹인 스크럭스, 한동민(이상 9홈런)과는 무려 3개 차이.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66홈런 페이스다.
과연 최정은 지난 시즌의 40홈런을 넘어 50홈런, 나아가 60홈런 고지까지 노려볼 수 있을까? 시즌 초반의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의 대답은 'YES'다.
'KBO리그 역대 3번째'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하는 최정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84724/288042)
스피드 TOP5
외국인타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홈런이다. 1998시즌 타이론 우즈가 이승엽을 누르고 외국인타자 최초의 홈런왕에 올랐고, 2005시즌에는 래리 서튼이 홈런왕을 차지했다. 단일시즌 45홈런을 넘긴 11명의 타자 중 외국인타자는 무려 4명에 달한다.
하지만 도루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외국인타자는 많지 않았다. 단일시즌 50도루를 넘긴 32명 중 외국인 타자의 이름은 없다. 1999시즌 빌리 홀이 42도루, 2015시즌 에릭 테임즈가 40도루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당연히 도루왕에 오른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올 시즌에 깨질지도 모른다. KIA 타이거즈의 로저 버나디나는 올 시즌 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 단독 1위에 올라있다. 2위 그룹과의 격차는 무려 3개. 시즌 초반부터 화끈하게 질주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버나디나가 출루 능력이 좋은 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버나디나의 시즌 출루율은 고작 0.321에 불과하다. 실책으로 인한 출루도 없고, 1루 주자의 포스아웃으로 출루한 횟수도 2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도루의 기회 자체가 상당히 적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적은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38차례 출루해 9도루를 성공시키며 4.22출루당 1도루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나갔다 하면 뛰었던 셈. 타자로서의 버나디나는 아직 합격점을 받기 어렵지만, 주자로서의 버나디나는 단연 리그 최고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라는 격언을 감안하면, 올 시즌 그가 외국인타자 최초의 도루왕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보인다.
빠르다! 1회부터 가볍게 베이스 훔치는 로저 버나디나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87214/291652)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