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자의 기록뒤비기 - 그라운드의 신사 LG>
야구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대보다 많이 득점하는 것’입니다. 득점을 최대한 많이 올려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해내는 것. 역시 야구는 ‘때려야 제 맛’이라고, 기본적으로 많은 팬들이 선호하는 야구 역시 ‘득점의 최대화’입니다. 상대 투수를 사정없이 두들겨 끝없이 홈을 밟는 야구는 팬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야구에서 이기는 방법은 ‘상대보다 많이 득점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보다 적게 실점하는 것’ 역시 야구에서 승리하는 방법 중 하나죠. 모름지기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투수가 상대 타자를 압도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야구 역시 나름의 묘미가 있습니다. 굳이 상대를 처절하게 때리지 않고도 이기는, 조금 고상한 방식의 승리라고나 할까요.
올 시즌의 LG가 바로 ‘상대보다
적게 실점하는’ 야구를 하는 대표적인 팀입니다. LG는 올
시즌 33경기에서 고작 3.24의 ERA를 기록 중. 리그 최하위 삼성(5.84)보다 2.50 이상, 리그
평균(4.35)보다는 1.00 이상 낮은 수치입니다. 리그 2위인 롯데(3.98)와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가 나죠.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최근에야 복귀했고, ‘수호신’ 임정우가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기록입니다.
이 압도적인 마운드 덕에 LG는 리그 하위권의 평균득점(4.54), 리그에서 가장 적은 홈런(24)으로도 승승장구하며 리그
3위에 올라있습니다. 그야말로 ‘때리지 않고도 이기는’ 아주 신사적인 야구를 구사하고 있죠. 이 정도면 ‘그라운드의 신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각 시즌마다 리그 환경이
조금씩 다르니, 단순 ERA, WHIP가 아닌 각 시즌의
리그 ERA, WHIP와 비교한 수치를 살펴보죠.
먼저 ERA 부문입니다. LG는
올 시즌 3.24의 ERA로 리그 평균(4.35)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 중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리그
평균의 74.5%에 불과하죠. 이는 막강한 마운드로 이름
높았던 2008, 2009년 SK 와이번스보다도 뛰어난 기록. 2001~2017시즌 144개팀 중 단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을 의미하는 WHI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 LG의 WHIP는 1.20으로, 리그 평균(1.40)보다 0.20이나 낮습니다. 비율로 계산하면 85.7%.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보다 낮은 수치죠. 2000년대 후반 ‘SK 왕조’와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도 LG의 아래에 위치해있습니다.
한편 21세기 들어 리그 평균과 비교해 가장 낮은 ERA를 기록한 10개 팀들 중 올 시즌의 LG를 제외한 9개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무려 7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며, 5팀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죠.
리그 평균과 비교해 가장 낮은 WHIP를 기록한 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의 LG를 제외한 9개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이들 중 6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 3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죠. 괜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올 시즌의 LG 트윈스 역시 이들처럼 가을 야구 진출, 나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노리고 있습니다. 과연 LG는 15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LG가 ‘21세기 최강의 마운드 팀’으로 우뚝 서며 KBO의 역사를 새로 쓰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기록 참조 : STATIZ, KBO 홈페이지]
[사진=LG 트윈스]
[케이비리포트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