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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마리 한화’ 제조비법: 달라진 투타 6인방

2015-05-26 화, 18:42 By KBReport

지난 6시즌 중 5차례 최하위를 기록했던 한화가 달라지고 있다. 전력이 대폭 강화된 것은 아니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는 끈질긴 야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경기 초반 선발 투수가 무너지더라도 ‘벌떼 야구’를 통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타자들도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낸다. 매 경기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재미있는 야구를 하고 있는 한화에게는 어느새 ‘마리 한화’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재미있는 야구로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한화는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일까? 대체 어떤 재료가 ‘마리 한화’를 완성시켰을까? 한화의 기존 선수(영입 선수 제외) 중 2014시즌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투/타 6인방을 통해 ‘마리 한화’의 제조비법을 알아보자.  (이하 모든 기록은  5/25일 기준)


투수 3인방 : 박정진,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의 동안에 김기현의 간절함, 정대훈의 독수리 폼까지 넣으면…마리한화(투수) 완성! [사진: 한화 이글스]


투수 1. 박정진 : 불혹에도 발전하는 노망주!


 2010, 2011시즌 한화의 불펜을 떠받친 박정진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시즌 3.06, 2011시즌 3.24였던 ERA는 2012시즌 5.47, 2013시즌 5.82, 2014시즌 6.02로 급격히 치솟았다. 한 때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박정진이지만, 최근에는 팀의 필승조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성적밖에는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나이는 어느덧 우리 나이로 불혹. 그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낮아져만 갔다.

하지만 올 시즌, 박정진이 완전히 달라졌다. 불혹의 나이에도 발전하는 모습으로 한화의 셋업맨으로 우뚝 섰다. 벌써 지난 시즌 기록했던 홀드 기록을 넘어섰고, ERA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삼성에서 이적한 권혁과 함께 정-권 듀오를 형성하면서 다시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발전하고 있는 박정진, 어떤 부분이 변화한 것일까?

무엇이 변했나? : 불혹, 오히려 향상된 체력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바로 체력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박정진은 많은 이닝 소화와 연투가 어려운 투수로 인식되고 있었다. 지난 시즌 60경기에 등판했지만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30구 이상을 투구한 경기도 3경기뿐. 3연투도 세 번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등판한 28경기 중 8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30구 이상 던진 경기도 7경기나 된다. 5월 7일~9일에는 3경기 연속 20구 이상을 던지며 2홀드를 수확, 노익장을 과시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박정진을 두고 김성근 감독은 “의식이 바뀌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혹사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노망주’ 박정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투수 2. 김기현 : 육성 선수에서 핵심 불펜으로 


김기현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고교 졸업 후에도, 대학교 졸업 후에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NC의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1군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이후 2014시즌 한화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의 꿈을 이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4경기에 나서 23 1/3이닝을 던지며 ERA 5.79.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기현은 한화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22경기에 나서 16이닝 동안 ERA 4.50을 기록하고 있다.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보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정대훈, 송창식, 박정진, 권혁 등과 함께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승리조로 활약하고 있다. 5월 14일 삼성전에서는 3이닝 동안 4탈삼진을 잡아내며 데뷔 첫 승을 따내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한화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기현은 어떤 점이 달라진걸까?

무엇이 변했나? : 확 줄어든 장타 허용

 
지난 시즌 주로 패전조, 추격조로 등판하던 김기현이 승리조로 올라선 데에는 확 줄어든 장타 허용이 한 몫을 했다. 지난 시즌의 김기현은 잘 던지다가도 홈런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중 2번째로 높은 HR/9(9이닝당 피홈런)을 기록했을 정도. 피장타율은 무려 0.645로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중 7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비해 장타 허용이 확연히 줄었다. 피장타율은 2할 가까이 낮아졌고, HR/9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장타 허용이 대폭 줄어들다보니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줄어들었고, 적은 점수차에서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투수가 됐다. 시즌 전 “1군 경기에 많이 나서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김기현, 그의 목표가 이뤄지고 있다.

투수 3. 정대훈 : 드디어 한화에도 수준급 잠수함 투수가..!


한화는 전통적으로 잠수함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빙그레 시절 한희민이 맹활약한 이후로 이렇다 할 잠수함 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8시즌 마정길, 2011시즌 초반 정재원이 반짝 활약을 했지만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올 시즌 한화 마운드에 드디어 수준급 잠수함 투수가 떴다. 바로 정대훈이다. 

정대훈은 2008년 한화에 입단했지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서야 어느 정도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34경기 42 1/3이닝 동안 1세이브, ERA 7.23. 어느 부분에서도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놀랍게 달라진 모습으로 한화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27경기 16이닝, 2홀드를 수확하며 ERA 2.81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투도 마다하지 않으며 팀 경기 중 절반 이상의 경기에 나서고 있다. 서른의 나이에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는 정대훈, 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무엇이 변했나? : 우타자 킬러로 변신


일반적으로 잠수함 투수들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우타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잠수함투수는 공을 던지는 폼과 각도상 우타자를 상대하기 용이하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우타자 스페셜리스트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정대훈은 그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우타자를 상대로 3할 중반대의 피안타율과 4할대의 피출루율을 기록하며 오히려 약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맞는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 0.213의 낮은 피안타율, 0.328의 낮은 피출루율을 기록하며 ‘우타자 킬러’로 거듭났다. 득점권 피안타율까지 0.200으로 상당히 낮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독수리와 닮은 투구폼의 정대훈, 그는 이제 독수리 군단의 핵심 투수다.

타자 3인방 : 이용규, 최진행, 김경언

 

김경언의 구레나룻에 이용규의 콧수염, 최진행의 점프력까지 넣으면… 마리한화(타자) 완성! [사진: 한화 이글스]


타자 1. 이용규 : 부진을 딛고 다시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이용규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67억이라는 ‘대박 FA 계약’을 맺으며 한화로 이적했다. 국가대표 리드오프를 영입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이용규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깨 수술 여파로 단 한 경기도 수비에 나서지 못했고, 성적도 전체적으로 기대치 이하였다. 특히 12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11번의 도루실패를 기록하며 도루성공률 52.1%로 최악의 효율성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리그 타율 2위, 최다안타 1위, 득점 2위로 시즌 초반부터 화끈하게 몰아치고 있다. 타율은 무려 6푼 7리나 높아졌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 특히 12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도루실패는 3차례에 그치며 도루성공률 80%로 효율적인 주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용규는 어떻게 다시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무엇이 변했나? : 수비 출장, 그리고 ‘용규놀이’ 중단

이용규의 부활에는 두 가지가 영향을 미쳤다. 수비 출장, 그리고 ‘용규놀이’의 중단이 바로 그 것. 지난 시즌 단 한 경기에도 수비에 나서지 못했지만, 올 시즌에는 전 경기에 외야수로 나서고 있다(중견수 35경기, 우익수 10경기). 이용규는 스스로 “수비에 나서야 몸이 풀린다”라고 할 정도로 수비에 나서야 경기력이 좋아지는 선수다. 외야수로 나서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덕분에 루상에서도 확률 높은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용규를 상징하는 단어인 ‘용규놀이’를 포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용규는 타석에서의 끈질김이 돋보이는 선수. 2010년 8월 29일 넥센 박준수를 상대로 20구 승부를 펼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올 시즌 이용규는 ‘용규놀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용규놀이’를 의식하다보니 타격 포인트가 뒤로 밀리고, 초구를 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투수들이 쉽게 승부해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용규는 이 선언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올 시즌 이용규의 타석당 투구수는 3.86개로 데뷔 후 가장 적다. 그 결과로 볼넷 비율이 2014시즌 12.4%에서 올 시즌 8.8%로 줄어들었지만, 적극적인 타격으로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감한 변화로 부진에서 탈출한 이용규, 그는 변화를 통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노리고 있다


타자 2. 최진행 : 나, 30홈런 쳤던 타자야~


지난 시즌 무릎 수술의 여파로 99경기에 출장한 최진행은 정확성과 선구안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부진했다. 타율은 0.261에 그쳤고, 출루율은 고작 0.317밖에 되지 않았다. 45타점으로 2010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최저 타점.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며 ‘떨공삼(떨어지는 공에 삼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됐다. 한 때 한화를 상징하는 타자 중 한 명이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트레이드설까지 나오는 등 한화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모든 지표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44경기만에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5시즌만에 30홈런 타자로 부활할 기세다. 타점도 벌써 34개를 올리며 시즌 100타점 페이스.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김태균의 공백을 완벽히 메워주고 있다. 최진행이 이처럼 달라진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이 변했나? : 몰라보게 달라진 선구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로 선구안이다. 지난 시즌보다 볼넷은 더 많이 골라내면서 삼진은 절반 이하로 줄였다. 지난 시즌 볼넷/삼진 비율 0.291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볼넷/삼진 비율이 0.658이나 된다. 볼넷/삼진 비율 0.658은 최진행의 커리어 하이 기록. 올 시즌 전까지 통산 볼넷/삼진 비율이 0.451에 불과했던 최진행이지만, 올 시즌에는 공을 보는 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좋아진 선구안의 이면에는 타격 밸런스의 회복이 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 이후 최진행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타격 시 하체 중심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최진행은 김성근 감독의 주문을 받아들여 올 시즌 하체의 중심을 낮추면서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유인구에 속지 않으면서 좋은 공을 골라 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성적도 향상됐다. 2010시즌의 파워와 2013시즌의 정확성, 그리고 올 시즌에는 선구안마저 장착한 최진행은 3할-30홈런-100타점을 노린다.

타자 3. 김경언 : 이 선수가 3년 8억 5천만원? 
 

호사다마일까?  5월 26일 KIA전에서 사구에 의한 종아리 부상으로  향후 8주 정도의 결장이 예상되는 김경언은 올 시즌 한화가 배출한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다. 지난 시즌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훌쩍 넘어서며 ‘갓경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현재 리그 타율 3위, 출루율 6위, 장타율 14위. 45경기만에 지난 시즌 홈런수와 타이 기록을 세웠고, 결승타만 5차례 기록하며 벌써 지난 시즌의 기록(결승타 4차례)을 넘어섰다. 

3년간 8억 5천만원을 받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록이다. WAR 1.71로 4년 86억의 최정(WAR 1.29), 4년 70억의 정근우(WAR 0.07), 4년 50억의 이택근(WAR 1.11), 김주찬(WAR 0.64)보다도 승리 기여도가 높다. 그렇다면 김경언은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일까?

 무엇이 변했나? : 감독의 믿음과 꾸준한 출장

 
김경언이 올 시즌 특별한 기술적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올 시즌에도 일명 ‘3단 분리 타법’, ‘시네루 타법’이라 불리는 독특한 타격폼을 유지하고 있다. 쇼다 타격코치가 “일본에서도 보지 못한 타격폼”이라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인 타격폼과는 거리가 먼 타격폼이지만, 김성근 감독과 쇼다 타격코치 모두 그의 타격폼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그의 타격폼을 ‘비정상적인 타격폼’이라 규정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지금 좋으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라며 그에게 믿음을 줬다.

올 시즌 출장 경기에서도 그에 대한 감독의 믿음이 드러난다. 김경언은 지난 시즌 3~5월 고작 18경기 51타석을 소화하며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막전 26인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개막전부터 3번타자로 선발 출장하며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한 경기만 부진해도 다음 날 경기에서 빠졌지만, 올 시즌에는 매 경기 선발 출장하며 심리적 부담을 덜고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이제 만 32세, 김경언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 김경언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