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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케이비리포트] ‘퇴출’ 외국인 타자, ‘볼삼비’로 예측 가능?

2018-04-15 일, 23:02 By 이용선
‘2군행’ 파레디스, 무엇이 문제였나?

타율 0.179 1홈런 1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553.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의 성적표다. 외국인 타자에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장타력은 물론 정교함도 보여주지 못한 파레디스는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2군에서 보완을 거친 뒤 1군에서 마지막 기회를 받겠지만 이를 살리지 못할 경우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파레디스의 실패는 예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지바 롯데에 몸담았던 파레디스는 타율 0.219 10홈런 26타점 OPS 0.634로 인상적인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10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에서 홈런포를 가동할지도 미지수였다. 

▲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된 두산 파레디스 
ⓒ 두산 베어스

파레디스의 가장 큰 약점은 선구안이다. 2017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16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무려 97개의 삼진을 당했다. 소위 ‘볼삼비’라 불리는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이 0.16에 그쳤다. 이처럼 ‘극악’인 볼넷과 삼진의 비율은 KBO리그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볼넷 2개를 얻는 동안 삼진 9개를 당해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이 0.22로 좋지 않았다. 파레디스의 실패는 삼진이 많고 볼넷이 적은 근본적인 타격 성향에 기인한다는 뜻이다. 

‘PCL 출신’ 가코-알드리지의 실패 사례

KBO리그를 거쳐 간 숱한 외국인 타자 중 누군가는 성공을 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실패했다. 실패한 외국인 타자들이 KBO리그에 오기 직전 년도의 기록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외국인 타자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게 된다.

2010년대 KBO리그 외국인 타자 중 중도 퇴출 등으로 인해 1시즌 미만으로 뛰거나 혹은 1시즌 풀타임을 뛰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한 이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엿보인다.  

▲ 삼성에서 부진으로 인해 퇴출된 가코 ⓒ OSEN

2011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가코는 당시 류중일 감독이 말했던 ‘나믿가믿(나는 믿어. 가코 믿어)’의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가코는 류중일 감독의 믿음에 끝내 부응하지 못한 채 58경기에서 타율 0.243 1홈런 28타점 OPS 0.634의 초라한 성적표와 함께 7월에 퇴출되었다. 

2010년 가코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인 PCL(Pacific Coast League)에서 타율 0.235 12홈런 48타점 OPS 0.705를 기록했다. 홈런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타율과 OPS는 저조했다. 타자들이 지배해 타고투저 성향이 강한 PCL에서 12홈런은 크게 주목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해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은 0.66이었는데 이듬해 KBO리그에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65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가코의 약점은 PCL에서 이미 노출된 터였다. 

▲ 가코와 알드리지의 2년 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가코와 마찬가지로 2010시즌 PCL에서 뛰다 2011시즌 넥센 히어로즈에 영입된 알드리지는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0.237 OPS 0.766에 발목이 잡혀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0시즌 PCL에서 알드리지의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은 0.42였는데 이듬해 KBO리그에서는 역시 0.42로 동일했다. 볼넷보다 삼진이 두 배 이상 많은 알드리지의 약점은 리그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타자의 근본 약점은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INT-메이저리그 출신은 어땠을까? 

2014시즌부터 KBO리그는 외국인 타자 보유를 의무화했다. 더 많은 외국인 타자가 한국 땅을 밟았고 당연히 더 많은 실패 사례가 나왔다. 

조쉬벨과 스캇의 2년 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해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조쉬벨은 타율 0.267 10홈런 39타점 0.779를 기록한 끝에 7월초 퇴출되었다. 시즌 초반 홈런을 몰아치며 기대를 부풀게 했지만 선구안 약점이 노출된 뒤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13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 INT(인터내셔널 리그)에서 두 개 팀을 거친 조쉬벨은 타율 0.226 5홈런 21타점 OPS 0.680의 성적표에 그쳤다.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은 0.62로 좋지 않았다. 이듬해 KBO리그에서 그의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54로 더 나빠졌다. INT는 PCL에 비해 투고타저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선구안의 근본 약점이 리그를 옮기며 더욱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 SK에서 퇴출된 메이저리그 출신 스캇 ⓒ SK 와이번스

2013시즌 메이저리그에서 91경기에 출전해 9홈런 40타점을 기록한 스캇은 2014시즌 SK 와이번스에 영입되어 성공이 보장된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2013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했던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 0.48은 KBO리그에서 1.11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격차를 입증하는 지표로 보인다.

하지만 스캇은 한국 무대에서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6홈런 17타점 OPS 0.897을 기록하다 코칭스태프와 노골적인 언쟁 끝에 퇴출되었다. OPS는 썩 나쁘지 않았지만 정교함이나 장타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15년 한화-두산의 연이은 외인 타자 실패

2015시즌에는 두산과 한화에 외국인 타자가 각각 2명이 영입되었지만 모두 실패 사례에 그쳤다. 2014시즌 PCL에서 타율 0.291 7홈런 OPS 0.836을 기록했던 루츠는 이듬해 두산에서 타율 0.111 1홈런 OPS 0.389의 부진과 허리 부상으로 5월초 퇴출되었다. 그는 2014시즌 PCL에서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이 0.29에 그쳤는데 이듬해 KBO리그에서도 0.33으로 좋지 않았다.

루츠, 로메로, 모건, 폭스의 2년 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루츠의 후임자 로메로도 KBO리그에서 실패했다. 12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0.253 OPS 0.777에 그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는 2014시즌 INT에서 0.75의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을 기록한 바 있는데 2015시즌 KBO리그에서 0.60을 기록했다. INT에서 KBO리그로 온 뒤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이 더 나빠진 것이다.

▲ 한화에서 부진으로 인해 조기 퇴출된 모건 
ⓒ 한화 이글스

같은 해 한화에 영입된 모건은 타율 0.273에 홈런 없이 5타점 OPS 0.738로 부진한 끝에 역시 5월초에 퇴출되었다. 그는 2014시즌 INT에서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이 0.19로 매우 좋지 않았는데 2015시즌 KBO리그에서 삼진 대비 볼넷의 비율은 0.50로 나아졌지만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모건의 후임자 폭스는 타율 0.278 7홈런 25타점 OPS 0.848의 평범한 성적을 남겨 재계약에 실패했다. 폭스는 2014시즌 타고투저 성향이 극도로 강한 멕시칸 리그에서 타율 0.307 16홈런 46타점 OPS 1.001의 성적표와 함께 0.70의 삼진 대비 볼넷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KBO리그에서는 0.30으로 나빠졌다. ‘멕시칸 리그 타자의 기록은 믿을 수 없다’는 야구계 속설을 뒷받침했다.     

상위 리그 경험, ‘볼삼비’는 도움 되지만…

2015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맥스웰과 고메즈,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를 전년도에 경험했던 발디리스가 부진했다. 상위 리그를 거친 이들의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모두 KBO리그에서 향상되었으나 장타력이나 정교함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아두치의 후임자로 영입한 맥스웰은 2014시즌에는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코에서 뛰었다. 이해 그는 0.26의 삼진 대비 볼넷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KBO리그에서는 0.60으로 개선되었다. 그는 롯데에서 타율 0.288 4홈런 16타점 OPS 0.916을 기록한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외국인 타자에 가장 중요한 홈런 생산 능력은 물론 외적으로 드러난 타율도 좋지 않았다. 

▲ SK에서 타격 및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 재계약에 실패한 고메즈 
ⓒ SK 와이번스

SK가 유격수로 영입한 고메즈는 2015시즌 내셔널리그 밀워키에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08로 극히 좋지 않았다. 2016시즌 KBO리그에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29로 다소 개선되었으나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홈런은 21개를 기록했지만 타율은 0.283에 그쳐 정교함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무려 25개의 실책으로 유격수 수비에서도 약점을 노출한 고메즈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맥스웰, 고메즈, 발다리스의 2년 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2015시즌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요코하마에서 뛰었던 발디리스는 이듬해 삼성에 영입되었다. 일본에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 0.69는 KBO리그에서 1.82로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삼성에서 잦은 부상에 허덕인 끝에 타율 0.266 8홈런 33타점 OPS 0.851을 기록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맥스웰, 고메즈, 그리고 발디리스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가 KBO리그보다 투수들의 수준이 뛰어난 리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상위 리그에서 부진한 타자가 하위 리그에서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음을 입증하는 경우이기도 했다. 

‘볼삼비’를 뛰어넘는 인성?

2017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 중 실패 사례는 모넬(kt), 워스(SK), 그리고 로니(LG)를 꼽을 수 있다. 모넬과 워스는 2016시즌 PCL에서 뛰었던 바 있다. 

▲ 모넬, 워스, 로니의 2년 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모넬은 2016시즌 19홈런 75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 0.276에 그쳐 소위 ‘공갈포’에 가까웠다. 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0.49로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2017시즌 kt 위즈에서 그는 타율 0.165 2홈런 9타점 OPS 0.587로 부진하다 5월말 퇴출되었다. 그의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61로 다소 향상되었지만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었다. 

워스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16시즌 PCL에서 타율 0.330 11홈런 48타점 OPS 0.955에 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0.75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3경기만 출전한 뒤 어깨 부상으로 5월초 조기 퇴출되었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워스가 KBO리그에서 어떤 기록을 남겼을지, 그리고 PCL에서의 기록과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을지 따져볼 수 있었을 것이다. 

▲ 2군행 지시에 불복하고 무단 귀국해 LG에서 퇴출된 로니 
ⓒ LG 트윈스

2016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에서 뛰었던 로니는 정교함으로 기대를 모았다. 타율 0.265 9홈런 34타점 OPS 0.703에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0.43이었다. 상위 리그의 기록이었기에 KBO리그에서는 향상될 여지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이후 약 두 달 간 실전 경험 없이 7월 중순 KBO리그에 온 로니는 속구 대처에 약점을 노출했다. 그는 타율 0.278 3홈런 12타점 OPS 0.821의 평범한 기록 끝에 2군행 지시에 불만을 품고 미국으로 무단 귀국해 퇴출되었다.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로니가 재확인시켰다. 

볼넷과 삼진이 열쇠다?

KBO리그를 거쳐 간 외국인 타자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분명한 경향이 드러난다. 상위 리그인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KBO리그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으나 타고투저 리그인 PCL이나 멕시칸 리그에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유지되거나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타석에서의 적극성 혹은 소극성 여부 및 선구안은 타자의 타고난 성향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이 비록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외국인 타자의 KBO리그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KBO리그의 투수들이 외국인 타자에 스트라이크보다는 유인구 위주로 승부하는 방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외국인 타자 영입 시 홈런이나 타율과 같이 외형적으로 중시되는 지표보다는 볼넷과 삼진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