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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극과극, 한화와 SK의 필승조 활용법

2015-06-29 월, 22:42 By KBReport

올 시즌 한화와 SK는 시즌전 예상과는 달리 비슷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화(38승 35패)가 5위, SK(35승 1무 35패)가 6위로 두 팀은 10개 구단으로 구성된 프로야구 순위권의 정중앙에 나란히 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두 팀은 ‘야신’ 김성근 감독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있기도 하다. 한화는 현재 김성근 감독을 품에 안고 8년 만의 가을 야구에 도전하고 있는 팀이고, SK는 김성근 감독의 지휘 하에 2000년대 후반 왕조를 이룩했던 팀이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강력한 필승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불펜 야구를 하는 팀이라는 것. 한화는 구원 ERA 4.13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고, SK는 구원 ERA 3.88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한화는 박정진, 윤규진, 권혁 3인방, SK는 문광은, 윤길현, 정우람 3인방을 중심으로 타팀이 부러워할만한 불펜진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두 팀의 필승조 활용법은 완전히 다르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는 필승조들을 최대한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반면, 김용희 감독이 이끄는 SK는 필승조들을 배려해 충분한 휴식을 주는 편이다. 그렇다면 두 팀의 필승조 활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필승조 vs 필승조. 양 팀의 필승조 활용법은 어떻게 다를까? [사진: 한화이글스, SK와이번스]

이닝 – 평균 1.39이닝의 한화, 평균 1.01이닝의 SK

가장 먼저, 필승조의 소화 이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한화의 필승조는 114경기 158 1/3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1.39이닝을 던졌고, SK의 필승조는 107경기 107 2/3이닝으로 평균 1.01이닝을 던졌다. 두 팀 필승조의 경기당 평균 이닝수의 차이는 0.38이닝. 아웃카운트 하나가 0.33이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의 필승조 삼인방은 SK의 필승조 삼인방보다 경기당 아웃카운트 하나 이상을 더 잡아낸 것이다. 세 명의 필승조가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더 잡아냈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한화의 필승조가 경기당 평균 1이닝 이상을 더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2이닝 이상, 3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의 수를 살펴보면, 차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한화 필승조의 2이닝 이상 소화 비율은 28.1%, 3이닝 이상 소화 비율은 3.5%로 상당히 많은 이닝을 필승조에게 맡겼음을 알 수 있다. 반면 SK는 4.7%의 경기에서만 필승조에게 2이닝 이상을 맡겼고, 필승조가 3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범위를 살짝 바꿔봐도 결과는 같다. 한화가 필승조 삼인방에게 1이닝 이하를 맡긴 경기는 절반도되지 않는 40.1%이지만, SK는 필승조 삼인방에게 65.4%의 확률로 1이닝 이하만을 맡겼다. 아마도 두 감독은 필승조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듯하다.

투구수 – 평균 23.68구의 한화, 평균 18.21구의 SK

투구수의 차이는 어떨까? 한화의 필승조 삼인방은 114경기 2700구로 경기당 23.68구를 던진 반면, SK의 필승조 삼인방은 107경기 1948구로 경기당 18.21구만을 던졌다. 차이는 무려 경기당 5.47구. 만약 한 경기에 두 팀의 필승조가 모두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한화의 필승조 삼인방이 평균 16구 가량을 더 던지게 되는 셈이다.

20구 이상, 그리고 30구 이상 던진 경기의 횟수를 보면, 양 팀 필승조 활용법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화의 필승조 삼인방은 등판 경기 중 61.4%의 경기에서 20구 이상을 던졌고, 30구 이상 비율도 31.6%에 달한다. 반면 SK의 필승조 삼인방은 20구 이상 비율은 46.7%, 30구 이상 비율은 11.2%밖에 되지 않는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SK의 필승조 삼인방 중 40구 이상을 던져본 선수는 문광은(1회) 뿐인데 반해, 한화는 박정진(4회)과 권혁(10회)이 도합 14번이나 40구 이상을 던졌다. 간단히 말해, 김성근 감독이 생각하는 한화 필승조의 한계 투구수와 김용희 감독이 생각하는 SK 필승조의 한계 투구수는 꽤나 큰 격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투 – ‘휴식은 사치’라는 한화, ‘휴식이 보약’이라는 SK 

단순히 이닝과 투구수의 차이만으로는 필승조 활용법의 차이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 불펜 투수에게 경기당 몇 이닝, 몇 개의 투구수를 맡기느냐도 중요하지만, 해당 투수에게 어느 정도의 휴식을 주느냐 역시 불펜 운용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30구를 던진 뒤 이틀을 휴식하는 것과, 10구씩 사흘 연속 던지는 것은 모두 사흘 동안 30구를 던지는 것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불펜 투수에게 어느 정도의 휴식을 보장하는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지표는 바로 연투다. 대부분의 야구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이전 경기에 등판한 후 휴식 없이 바로 다음 경기에 등판하는 것을 연투라고 한다. 물론, 일요일 등판 후 화요일에 등판하는 경우는 월요일이라는 휴식 기간이 있으므로 연투 집계에서 제외했다.

표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필승조에게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요구하는 한화가 더 잦은 연투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한화의 필승조가 전 경기에 등판한 다음 날 휴식을 취할 확률은 60.5%였고, SK의 필승조가 전 경기에 등판한 다음 날 휴식을 취할 확률은 67.3%였다. 한화 투수들은 10번 등판 중 4번은 다음 날 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3연투 비율에서는 더욱 큰 차이가 난다. 한화의 필승조 삼인방이 3연투를 한 횟수는 무려 13번. SK의 필승조 삼인방보다 3배 이상의 3연투를 한 것이다. 한 마디로, 한화의 필승조들에게 휴식이란 사치에 가깝다. 한화의 필승조는 SK의 필승조에 비해 더 많이, 더 오래 던지고, 더 적게 쉰 셈이다. 


정답 없는 필승조 활용법 – 극과 극의 스타일을 즐겨라!
 

정반대의 필승조 활용법에서 드러나듯 상반된 스타일인 두 감독의 대결은 올 시즌을 지켜보는또 다른 재미이다.  [사진: 한화이글스, SK와이번스]

앞서 살펴보았듯, 두 팀의 필승조 활용법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김성근 감독은 필승조에게 최대한 많은 역할을 수행할 것을 주문하고, 김용희 감독은 필승조의 체력 안배를 통해 결정적 상황에서 필승조의 위력을 최대화하려 한다.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승리를 추구한다는 점은 전혀 다르지 않다.

혹자는 김성근 감독이 필승조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운다며 ‘혹사론’을 제기할는지도 모른다. 또, 혹자는 김용희 감독이 필승조를 지나치게 아끼느라 필요한 경기를 잡지 못한다고 비난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에 정답은 없다. 감독들은 저마다 특유의 야구관을 가지고 있고, 이는 경기에서 표출된다. 야구관의 차이를 옳다, 혹은 그르다로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러 감독들의 색다른 야구 색깔로 인해 KBO의 볼 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볼 수 있다.

상반된 야구관의 시시비비를 가리며 힘을 빼기 보다는, 극과 극처럼 다른 양 팀 사령탑의 필승조 활용법을 감상하며 야구의 다양함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계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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