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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5년 부진' 송은범은 어떻게 부활했을까

2019-01-16 수, 16:27 By 케이비리포트

https://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columnist#mccid=62925투심패스트볼 장착을 통해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재도약한 한화 송은범

지난해 한화는 리그 최강 불펜 구축을 통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불펜의 중심에는 SK 와이번스를 떠난 후 수년 간 부진했던 송은범이 있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34억원 계약을  맺었던 송은범은 이후 3년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FA영입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년 전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며 전력외로 분류되기도 했던 송은범은 어떻게 다시 정상급 불펜으로 부활할 수 있었을까?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부활한 한화 송은범 (사진: OSEN)

SK 시절 송은범은 최고 구속 152km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과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를 구사하는 리그 정상급 우완 투수 중 하나였다.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투구 폼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정석적이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포심의 무브먼트가 적은 편이라 흔히 말하는 ‘깨끗한 볼’을 던지는 투수였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SK 시절 송은범이 정상급 우투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데는 타자들의 배트를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구위를 유지했고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파트너 박경완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 2006~2012 송은범의 주요 성적

(사진: OSEN)

그러나 2013시즌 중 SK와 KIA의  2대2 트레이드(송은범 , 신승현 ↔ 김상현 , 진해수)로 이적한 송은범은  2017년까지 5년 간 리그 평균 이하의 투수로 전락했다.

이적 후 구위가 떨어지고 볼넷이 많아진 송은범은 타이밍을 잡기 쉬운 투구 폼에서  ‘깨끗한 공’을 구사하는 공략하기 쉬운 투수였다. 당연히 피장타율이 치솟았고 ERA역시 6점대 이상을 기록했다.

계속된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송은범은 여러가지 시도를 했고 시즌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이하 자료는 15~17시즌 간 송은범이 구사한 포심 패스트볼의 로케이션 비율이다.

▲ 2015~2017시즌별 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 비율

(사진:한화 이글스)

위 로케이션 표의 시즌별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명확하다.

장타 허용이 늘어난 송은범은 패스트볼을 낮게, 더 낮게 구사하기 시작했다. 또, 스트라이크존 바깥의 투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등 타자의 배트에 공을 맞혀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SK시절에 비해 약화된 구위로 인한 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나름의 해법을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타고투저의 흐름에 눌려 반등하지 못한 송은범은 주무기였던 포심 패스트볼의 구사율을 점차 줄이고 변화구의 구사율을 늘리기 시작한다. 다음은 15시즌부터 18시즌까지 송은범의 구종 구사율이다.

▲ 2015~2018 송은범 구종별 구사율

(사진: OSEN)

송은범은  포심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며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늘렸다. 또,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던지기 시작하는 등 다양한 구종 구사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하지만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이 공략당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며 부진은 계속됐다. 17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입지가 확연히 좁아진 송은범은 18시즌을 앞두고 2군 캠프로 밀려났다.

당시 한화 2군 캠프에는 정민태 투수 코치가 있었다. 정민태 코치는 송은범이 한화로 이적한 직후부터 투심 장착을 제안한 바 있었다. 제구의 어려움 때문인지 당시 투심을 장착하지 않았던 송은범은 4년이 지난 2018년에야 정민태 코치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결국 이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포심보다는 구속이 떨어졌지만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심을 본격적으로 구사하면서  평균 자책점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피칭 관련 세부 기록들도 확연히 좋아졌다.

다음은 송은범의 성적과 세부 수치 변화다.

▲ 세부 기록 변화 추이 (15~18시즌)

사진: 한화 이글스

송은범의 투심은 깔끔하다는 평을 듣는 포심과는 달리 무브먼트가 굉장히 많은 편에 속한다. 특히 다른 투심을 던지는 투수들과 달리 싱킹성 무브먼트가 강한 편인데 이는 송은범의 투심 구종가치(4.8 , 리그 4위)와 한화의 주전 포수 최재훈의 시즌 초반(4/11 KIA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최재훈은 송은범의 투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극찬을 남겼다. 

투심 패스트볼이 너무 좋았다. 마치 포크볼처럼 날아왔다..  
다른 건 던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 공은 처음 봤다.

# 압도적인 위력을 보인 송은범의 투심(4/11 KIA전)

송은범의 투심은 일반적인 투수들의 투심보다 종으로 떨어지는 움직임이 뛰어났고 확실한 승부구가 되었다.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반등했던 송은범은 시즌 중반 잠시 위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는데, 잦은 등판으로 인한 피로도 있지만 그 주요 원인은 투심의 속성과 송은범이 부진했던 기간(13~17)동안 생긴 투구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투심 패스트볼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투수와 같은 손 타자의 몸쪽으로 조금 떨어지면서 말려 들어가는 역회전성 구종이다. 그리고 이 홈 플레이트 앞에서 생기는 변화를 통해 배트의 중심에서 비껴맞는 것이 주 목적이다. 즉, 정타를 만들어 주지 않고 빗맞은 타구 유도를 통해 장타를 억제하는 공이다. 달리 말해 투심은 타자의 배트에 공이 맞아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송은범은 앞서 살펴봤듯 부진했던 4년 동안 포심 패스트볼을 낮게 던지고, 타자의 배트에 공을 맞혀주지 않으려는 투구 성향을 보였다.

이런 성향 상  포심을 대체해 주무기로 구사하는 투심 역시도 낮게 던지며 타자의 배트에 맞춰주지 않는 방식으로 투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해 볼 수 있었다.그리고 지난 시즌 7월 9일까지 송은범이 구사한 투심 로케이션 기록을 통해 이 추론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2018시즌 7월 9일까지의 송은범 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

사진: 한화 이글스

송은범은 다른 투수들보다 종 무브먼트가 많은 편인 투심을 구사한다. 위의 투구 로케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투심을 스트라이크존 아래 쪽에 구사하는  많았다.

시즌 초반 송은범의 투심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대 타자들은 배트를 냈지만, 투심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패턴이 파악되자 낮은 쪽 볼에는 배트를 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볼넷이 늘고, 투구에 기복이 생기기 시작했다.

송은범의 투심은 포크볼처럼 낙폭이 크기 때문에 유인구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포크볼처럼 회전을 적게 걸어 종으로 떨어뜨리는 구종은 낙폭이 가장 적은 포심과 어우러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송은범이 이런 패턴을 활용하자면 난타 당하던 포심 패스트볼을 다시 구사하고 투심을 유인구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후반기 송은범은 다른 변화를 택했다.

다음은 송은범의 올 시즌 전체 투심 로케이션 비율이다.

▲ 2018시즌 전체 송은범 투심 패스트볼 location (투수시점)

사진: 한화 이글스

위의 7월 9일까지 기록과 시즌 전체 로케이션 비율 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후반기 이후 투심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투구하는 비율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높은 존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지만, 가운데 양옆의 존을 활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또, 좌타자를 상대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궤적을 잘 활용하기 위해 아웃 코스를 공략하기 시작해 좌타자  상대로 매우 훌륭한 성적(vs 좌타 .214 .277 .270)을 남겼다.

그리고 투구 패턴의 변화를 통해 후반기에 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 ERA 2.87 피안타율 0.281 -> 후반기 ERA 1.95 피안타율 0.217)

주무기인  포심의 위력이 약해진 송은범은 지난 수년 간 피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투구 로케이션을 낮게 가져가고, 변화구 구사율을 늘리는 등의 변화를 택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포심을 버리고 투심을  장착한 그는 화려하게 부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송은범은 리그 불펜 투수 중 손꼽히는 활약을 보였는데 (RA9-WAR: 9이닝당 평균실점을 반영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2.8) 후반기 성적 향상에서 알 수 있듯 좀더 위력을 발휘할 여지가 남아 있다.

송은범 역시 어느정도 그 열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 방법은 맞춰잡는 구종인 투심을 원래 목적대로 활용하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 안을 공략하는 것, 그리고 다른 변화구들의 활용 패턴을 투심에 맞춰 재정립하는 것이다.

송은범에 앞서 투심을 주무기로 활용했으며,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는 구종 옵션까지 비슷한 우완 투수가 리그에 존재한다. 지난 시즌 13승  ERA 3.95를 기록한  히어로즈의 영건 에이스 최원태가 그 주인공이다.

다음은 최원태의 지난 시즌 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이다.

▲ 키움 최원태 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 비율

(사진: OSEN)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최원태가 지난해 전반기 송은범처럼 존 아래쪽 일변도의 투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원태는 스트라이크 존의 한복판을 제외하면 존 내부의 거의 모든 곳에 골고루 공을 집어넣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투심의 역회전성 무브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존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Zone%를 통해서 최원태가 송은범(Zone% 37.3%)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최원태의 투구 영상

송은범이 불펜이고, 최원태는 선발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땅볼 유도를 주목적으로 하는 투심을 구사하는 투수들 간에 Zone%가 15%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후반기 송은범 역시 투심을  존 안으로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하며  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최원태의 투구 패턴이 정답은 아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처럼 송은범 본인에게 맞는 변화가 적절하다. 다만 극심한 타고투저 환경에서 선발 투수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성장세를 보인 최원태의 투구 패턴을 참고하는 것은 스타일이 흡사한 송은범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심 장착에 성공하며 5년 부진을 탈출한 송은범은 올시즌을 앞두고 우타자 상대용으로 커터 장착을 준비 중이다. (18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288) 과감한 변신을 통해 다시 부활한 30대 중반의 송은범이 새로운 구종과 투구 패턴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리그 최강의 불펜진을 구축한 한화 이글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순평-순재준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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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