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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롯데 자이언츠의 '오프너' 도입은 가능할까?

2019-02-10 일, 23:08 By 이상평-순재준

다시 한번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으로 복귀한 양상문 감독. © 롯데 자이언츠

LG에서 불명예스럽게 감독 자리에서 밀려나 단장직을 맡았던 양상문 감독은 롯데의 감독으로 1년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면서 2019시즌에는 오프너를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성공여부가 올해 롯데의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메이저리그 외의 야구리그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오프너도입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오프너란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는 것일까.

 

오프너란 무엇인가.

오프너를 활용하는 전술은 메이저리그에서 새롭게 고안된 투수운용법 중 하나로 지난해인 2018년 템파베이 레이스를 통해 실전에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다. 템파베이 레이스는 강팀들이 몰려 있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스몰 마켓임에도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이다. 강하고 큰 구단들과 상대하기 위해서 템파베이는 혁신적인 이론들을 실전에 도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오프너의 활용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된 새로운 전술이다.

오프너를 가장 먼저 활용하기 시작했던 템파베이 레이스. © OSEN

템파베이가 오프너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밀워키 브루어스도 작년 오프너에 대한 실험을 실전에서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오클랜드는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오프너를 사용하기도 했다.

오프너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선 기존의 투수운용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기존에는 투수를 아래와 같은 수순으로 운영해왔다.

 

1. 선발 투수(Starter / Starting Pitcher)가 긴 이닝(5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2. 그 이후 나오는 구원 투수(Reliever / Relief Pitcher) 여러 명이 짧은 이닝을 나눠 소화한다.

 

3. 근소한 점수 차(3점차 전후)로 이기고 있을 경우, 7~9회에 셋업맨(Set-up Pitcher)과 마무리 투수(Closer / Closing Pitcher)가 등판해 경기를 끝낸다.

 

물론 선발투수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일찍 강판되는 등의 변수가 있을 경우 내용이 달라졌지만,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체로 이러한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해왔다. 물론위장선발같은 트릭도 존재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다. 어쨌건오프너를 활용한 투수운용은 기존의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오프너를 활용할 때의 투수운용 수순이다.

 

1. 기존 투수운용법에서 구원 투수(Reliever / Relief Pitcher)로 분류되던 선수가 선발로 등판해 1~2이닝을 투구한다. (이 선수를 ‘오프너’(Opener)라고 칭한다.) 

 

2. 기존 투수운용법에서 선발 투수(Starter / Starting Pitcher)로 분류되던 선수가 두번째로 등판해 3이닝 이상을 투구한다. (큰 점수차로 경기가 진행되면 이 투수가 최대한 투구해 투수 소모를 줄인다.)

 

3. 접전의 상황인 경우 다른 구원 투수(Reliever / Relief Pitcher)와 셋업맨(Set-up Pitcher), 마무리 투수(Closer / Closing Pitcher)가 경기를 끝낸다.

 

기존에 우리는 첫번째로 등판하는 선수가 선발 투수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야구를 대해왔다. 그러나 오프너는 이 고정관념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정말 말 그대로 첫번째로 등판하는 투수가 첫번째로 등판한 투수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기존의 운용법에서 선발 투수는 출루에 집중하고, 루상에 나가 투수를 흔드는 상위타선과 이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장타력과 정확도를 가진 클린업을 첫 두 이닝 동안 상대해야만 했다. 많은 투구 수와 긴 이닝을 위해 안배를 해야만 하는 선발 투수들에게는 이런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안배를 하면서도 뛰어나고 강력한 공을 던지는 에이스 투수들에게는 상관이 없지만, 하위 로테이션의 선발 투수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하위 로테이션의 선발 투수들이 클린업 내지는 하위타선을 상대하며 경기를 시작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이닝을 끌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반면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고 안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불펜 투수의 입장에서는 타선보다 루상의 주자 유무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루상에 주자가 있다면 와인드업이 아닌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해야만 하고, 와인드업 상태보다 공의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의 한점은 경기 초반의 한점과는 가치가 다르며, 불펜 투수들은 그런 극심한 부담감을 주는 상황에서 투구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불펜 투수들이 주자가 없고, 부담감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룬다면? 당연히 부담감을 덜고, 와인드업 상태에서 확실히 전력투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발 투수의 완투와 완봉이 극도로 줄어들고, 불펜의 분업화가 극도로 세밀해지면서 경기당 필요한 투수의 숫자는 나날이 증가해왔다. 당연히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실질적인 선발 투수의 존재는 필요하지만, 어차피 많은 투수들을 활용하는 상황이면 굳이 처음 나오는 선수가 긴 이닝을 소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등판하는 투수의 순서를 바꾼다면, 선발과 불펜 투수 모두 보다 수월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룰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 오프너전략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오프너의 기대효과와 전제조건.

그렇다면 오프너를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어떨까. 우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프너와 해당 경기의 실질적인 선발 투수 모두가 보다 수월한 환경에서 투구할 수 있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제한적인 활용도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이 굉장히 좋지만 새가슴이어서 핵심 불펜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투수, 특정 타입에게만 강한 투수, 경험이 부족해 능력대비 활용도가 떨어지는 투수 등의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서 팀의 핵심 불펜인 셋업맨과 마무리에게 걸리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오프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된 세르지오 로모. © OSEN

다만 이런 오프너전략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오프너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조건이 있다. , 강력한 불펜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만 단순히 강력한 불펜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타입의 선수들이 포진된 강력한 불펜진이어야 한다. 다양한 타입의 수준급 투수들을 보유해야 오프너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투수운용 방식보다 많은 불펜 투수들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연이어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5선발 로테이션이 가동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의 운용법대로 4명의 선발을 운용하고 1자리 정도를 오프너와 실질적 선발로 운용할 수 있다.

 

롯데의 오프너전략 성공여부.

그렇다면 과연 롯데의 투수진은 매주 오프너전략을 활용하기에 적합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롯데는 강력한 불펜진을 보유한 팀은 맞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오프너역할에 부합하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불펜 투수들이 다량 존재한다. 또 아직 선발로 정착하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들도 다량 존재한다. 다만 당장 필승조에 들어갈 좌완도 불투명한 상황일 정도로 좌완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오프너를 매주 활용하기에는 선발진이 너무 불안정하다. 기본적으로 오프너를 활용하려면 다른 날에 불펜의 소모가 극도로 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현재 롯데의 선발진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는 외인 톰슨과 레일리가 전부다. 노경은과의 계약은 불발되었고, 나머지 선발 후보들은 전부 물음표를 하나 이상씩은 안고 있다.

다만 롯데가 아닌 다른 팀들도 오프너를 매주 활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오프너전술이나 9이닝을 불펜 투수들이 전부 소화하는 불펜 데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넓은 투수 풀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KBO리그는 투수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선수 풀이 그렇게 넓지 않다. 투수 풀이 넓어야 다양한 유형의 수준급 투수들을 여럿 확보할 수 있다.

롯데가 오프너를 매주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은 선수와 팀, 그리고 한국 야구 전체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매주라는 전제를 제거한다면 롯데의 강력한 불펜은 충분히 오프너혹은 불펜 데이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과연 롯데의 오프너실험은 어떻게 진행될까. 성공하든 실패하든 박수 받아야 할 모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