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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KBO의 벌렌더’ & ‘제2의 켈리’를 꿈꾸며, 브록 다익손

2019-03-12 화, 12:59 By 이상평-순재준

SK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 © SK Wyverns

지난 시즌 SK는 가을에서 여러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며 압도적이었던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업셋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극적인 장면들은 전부 팀이 자랑하는 홈런군단에 의해 나왔지만, 탄탄한 투수진의 존재가 그 가을의 기적을 이끌어낸 배경이었다.

지난 수년간 SK의 외인 에이스였던 메릴 켈리는 이를 이끌었다. 전반기 리그에서 KBO 데뷔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었지만 후반기에 반등했고, 포스트시즌에도 그 위용을 이어가며 팀에 우승을 선사했다.

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가 탄탄했고, 젊었으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던 투수였다. 그리고 켈리는 기대했던 모든 것을 충족시키며 성장했고,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애리조나 디백스 2500, +2년 구단 옵션)을 받으며 영전(?)됐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켈리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 SK는 켈리와 비슷한 케이스의 선수를 찾았다. 그런 SK가 선택한 선수는 94년생의 캐나다 출신 브록 다익손. SK와 팬들은 그가 2의 메릴 켈리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HISTORY

▲ 다익손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온타리오주 가더리치 출신의 다익손은 세인트 앤스 카톨릭 세컨더리 스쿨을 졸업한 2012년 드래프트에 나서 20라운드(신시내티 레즈, 전체 622)에 지명 받는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선택해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2014, 빠른 프로 진출을 위해 센트럴 애리조나 주니어 칼리지로 학교를 옮긴다. 이 기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다익손은 과거보다 높게 평가받기 시작했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6라운드 지명(전체 166)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한다.

2015년부터 팀의 산하 A팀에서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기 시작한 다익손은 16A+, 17AA팀을 거쳐 18AAA팀에 도달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어린 나이에 좋은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다익손은 메이저리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팬들에게도, 심지어 휴스턴의 골수팬에게도 다소 낯설 수 있는 이름이다. 팀 내에서 상위 유망주로 분류되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 다익손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휴스턴의 탄탄하고 풍족한 투수 팜에서 메이저리그 기회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마치 템파베이 시절의 메릴 켈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던 다익손은 일찌감치 켈리와의 작별을 준비하며 2의 켈리를 찾아 헤매던 SK 프런트에게 낙점 받았다. 총액 70만 달러에 사인한 다익손은 캐나다 청소년 대표 시절 밟았던 한국에 프로 선수로 진출하게 되었다.

 

#플레이스타일

▲ 다익손의 프로 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우완인 브록 다익손의 최대 장점은 압도적인 하드웨어다. 203cm인 그는 현재 KBO 외국인 투수 중 가장 큰 선수. 하드웨어만 보면 높은 타점에서 공을 던지는 오버핸드 딜리버리의 투수일 것이라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다익손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사이드에 가까운 스리쿼터 팔각도에서 공을 뿌리는 선수였다. 물론 프로에 입성한 이후 팔각도가 조금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스리쿼터 딜리버리에서 공을 던진다.

다익손의 투구폼은 일반적인 서양권 선수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투구폼으로, 상당히 정석에 가까운 투구폼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덩치가 커서 디셉션이 좋은 편인데, 여기에 높은 킥 동작, 그리고 팔을 접어서 가져가는 백스윙을 통해 디셉션을 강화했다. 그러나 익스텐션은 그의 신장에 비해 상당히 짧아 보인다.

이런 뛰어난 디셉션 능력을 바탕으로 탈삼진 능력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K97.9이며, 2014Rk팀에서는 10.3K/9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을 릴리즈한 이후 상체가 급격히 앞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포인트에서 연상되는 살아있는 두명의 전설적인 우투수가 존재한다. 현재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고 있는 저스틴 벌렌더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슈어저가 그 주인공.

휴스턴 입단 당시부터 좋은 팔스윙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은 다익손은 일정한 딜리버리를 잘 반복해왔다. 그 결과 좋은 제구력을 자랑하는데, 마이너리그 통산 BB/92.6에 불과하다. 작년과 재작년 AA에서 각각 3.62, 3.93BB/9을 기록하며 다소 흔들리는 듯 했지만, 작년 AAA에서는 BB/9 1.94를 기록하며 제구력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포심은 보통 90~92마일 선에서 형성되는데, 최대 93마일(150km)까지 나오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입단 당시 커맨드만 발전할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심은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무브먼트가 다소 적은 편이고, 미국에서는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리그 수준의 조정을 통해 구속과 구위가 상대적으로 상향될 것인만큼 입단 당시 평가에 걸맞게 성장할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대 81마일(131~132km)까지 나오는 슬라이더와 84마일(135km)의 체인지업, 그리고 평균 74마일(119~120km)의 커브 모두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벌렌더를 벤치마킹하며 작년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구사해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SK의 현장에서는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SK 합류 이후 오프스피드 피치로 포크볼(스플리터)를 장착 중이다. 큰 키를 최대한 활용해보고자 하는 현장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구단들은 외국인 투수로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는 그라운드 볼러를 선호하고 있다. 다익손은 그런 흐름의 대척점에 서있는 투수로, 포심만을 구사하며 마이너리그에서 GB/FB(땅볼/뜬공) 비율이 1이 넘었던 적이 없다. 지난해 AA(GB/FB : 0.46)AAA(GB/FB : 0.65)에서도 땅볼보다 더 많은 뜬공을 유도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익손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투수다. 따라서 다른 외국인 투수들처럼 히트맵을 통해 세부적인 투구 로테이션과 구종 구사 비율을 확인하기는 다소 어렵다. 하지만 다익손의 여러 투구 영상을 분석해보면 언급할 만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변화구의 활용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슬라이더는 우타자, 체인지업은 좌타자를 상대로 구사하지만 그 빈도가 많지 않았다. 커브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던졌는데, 각이 상당히 작으며 손에서 빠지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변화구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속구 위주의 피칭을 펼친다.

그렇다면 주무기인 포심을 다채롭게 활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다익손은 고정적이고 한정적인 포심의 로케이션을 보인다. 우타자와 상대할 때는 바깥쪽으로 일관되게 투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통 이런 경우는 두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투수가 타자와의 바깥쪽 승부를 선호하는 경우와 투구 매커니즘 상 그 곳으로 밖에 던지지 못하는 경우다.

만약 다익손이 전자의 경우라면 좌타자와 승부할 때도 바깥쪽 위주의 피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다익손은 좌타자에게는 대부분 몸쪽으로 투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우 드물게 바깥쪽 투구를 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경우 가운데에 몰리거나 아예 밖으로 빠져버린다. 그렇다면 결론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다익손은 투구 매커니즘 상 우타자의 바깥쪽, 좌타자의 몸쪽으로 밖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다익손은 투구 이후 1루 쪽으로 상체가 크게 넘어가는 투구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체가 과도하게 일찍 열리고, 돌아가는 편이다. 확실하게 단언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문제가 다익손이 한 방향으로 밖에 투구할 수 없는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익손은 분명히 우타자의 바깥쪽, 그리고 좌타자의 몸쪽에 위협적인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다. 그러나 좌타자의 바깥쪽, 그리고 우타자의 몸쪽을 던지려고 하면 이후에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투구 자체가 흔들린다.

▲ 다익손의 마이너 통산(14~18) 좌우 스플릿 성적. © Baseball Reference

이 때문에 다익손은 좌타자에게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좌우 타자를 상대할 때의 스플릿 성적 차이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전 경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 4일 한화와의 연습경기가 그 예시다. 다익손은 1회 우타자인 정근우와 송광민은 안정적으로 처리했지만 좌타자인 호잉을 상대할 때 제구력이 흔들리며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회 좌타자인 이성열-하주석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 제구 난조로 볼넷과 실투로 인한 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다익손은 밸런스가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주목해야할 점은 이날 포수 이재원이 요구했던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 코스로 다익손은 단 1개의 제대로 된 공을 투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던진 공은 모두 반대 투구가 되거나 실투로 이어지며 볼넷과 안타를 허용했다.

이 점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익손의 코리안 드림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손혁 코치와 다익손이 이 부분을 얼마나 빠르게 수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 외국인 투수들 성적 비교.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다익손은 계약 메이저리그 경험 없이 젊은 나이에 KBO에 진출한 전임자 켈리와 비슷한 커리어를 소화했다. 켈리는 마이너리그에서 5시즌을, 다익손은 4시즌을 소화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투구 스타일도 상당히 비슷한 편이다.

마이너리그 커리어에서는 켈리가 다익손보다 다소 우위에 있지만, 다익손이 하드웨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켈리는 한국에서 매년 속구의 구속이 증가했고, 변화구가 예리해지는 등의 발전을 해왔다. 켈리라는 선배가 겪어온 성공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팀과 선수 본인에게는 최선.

2m가 넘는 키에서 포심을 던지는 선수라면 KBO의 외인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와의 비교를 피해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장신이었으며 포심을 던졌던 레나도와도 비교할 수 있다. 니퍼트와 키가 같은 다익손은 포심을 주무기로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구사하며, 뜬공 투수라는 특징까지 니퍼트와 흡사하다. 다만 다익손은 니퍼트와 비교해서 공의 위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레나도는 제 2의 니퍼트라는 기대를 받으며 KBO리그에 입성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처첨한 성적만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홈런 타자들의 성지와 같은 구장을 홈으로 쓰는 다익손은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고전했던 레나도의 길을 걷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크 포인트

가장 먼저 지켜봐야 할 부분은 뜬공 투수인 다익손과 홈런 공장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과의 궁합이다. 다익손은 커리어 내내 뜬공이 땅볼보다 많았던 선수다. 그리고 홈구장이 홈런 타자들에게 천국과도 같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홈런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투수 친화 구장에 가까운 파크팩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익손은 투구 방식에 대해서 벌렌더를 벤치마킹했는데, 오프스피드 피치를 존 안에 카운트에 상관없이 던질 수 있게 하는 것과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활용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한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하이 패스트볼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하이 패스트볼은 편견과는 달리 장타를 억제하는데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투구 방식이다. 과연 다익손의 하이 패스트볼이 인천SK 행복드림구장의 펜스를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뜬공을 유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또한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다익손은 기존의 슬라이더, 커브와 함께 포크볼과 커터를 연마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구종을 장착하고 다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새로 장착할 포크볼이 큰 신장과 잘 어우러져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한다.

하지만 앞서 #플레이스타일에서 언급했던 다익손의 투구 매커니즘 수정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무너졌던 한화와의 평가전 이후 손혁 코치의 교정을 받은 다익손은 두 번째 실전 등판이었던 자체 청백전에선 3이닝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다익손과 손혁 투수코치가 개막 이전까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가 다익손의 KBO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작년 앙헬 산체스가 향수병을 겪으며 후반기에 무너진 만큼 적응문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팀 동료인 제이미 로맥이 있기 때문. 다익손과 로맥은 캐나다 국가대표팀으로 같이 활약했던 경력이 있으며, 둘 다 온타리오주 출신이다. 로맥은 런던 출신인데, 다익손은 그 윗동네인 가더리치 출신이다. 팀에 아랫동네형(?)이 존재하는 셈(로맥이 다익손보다 9살이 많다).

또한 마이너리그에서 뛴 108경기 중 80경기를 선발로 뛰었고, 작년에도 25경기 중 21경기를 선발로 뛴 만큼 풀타임 선발로 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접어 둬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낯설 다익손이라는 외국인 투수는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왔다. 커리어 자체도 아직 짧고, 하드웨어를 제외하고는 딱히 특별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SK가 처음 켈리를 데려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특별한 점이 없었던 켈리는 한국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메이저리그로 영전(?)됐다.

켈리를 키워낸 SK가 비슷한 조건의 선수를 찾아서 데려온 것이 다익손인 만큼 SK가 그를 얼마나 키워낼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하다. 과연 다익손은 한국에서의 성장을 통해 2의 켈리가 되어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에서의 성장을 통해 자신이 벤치마킹한 벌렌더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KBO의 벌렌더가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