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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외국인 타자의 성공 키포인트

2020-11-19 목, 18:05 By 정강민

9회말 무사 KT 로하스가 끝내기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출처=OSEN)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는 리그에서, 제한적으로만 보유할 수 있는 이 선수들의 힘은 1년 시즌의 플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단적인 예로, 여자배구 흥국생명은 17-18시즌 외국인선수가 아무 역할을 못하면서 여자배구 최고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이재영을 보유하고도 꼴찌로 추락했었다. 이 시즌의 앞뒤 시즌은 모두 괜찮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며 우승을 해냈던 팀도 외국인 선수가 없어진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했다.

물론 야구는 종목 특성상 최고의 선수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종목에 비해 절대적인건 아니지만, 팀의 1년 플랜에서 중책을 맡아주길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종목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1년간 역할을 해낸 선수라면 당연히 계속 함께하려 한다. 전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선수에 대한 미지의 영역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갖는 외국인 선수인데 굳이 후자의 위험성을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 속에 계속 시간을 보내다보면 레일리, 로하스, 로맥, 브리검처럼 KBO에서 오래 뛰며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팀 입장에서는 좋은 핵심전력을 취하고 위험부담을 줄이고 선수는 일정한 환경에서 오는 안정감과 자신이 좋은 활약을 해내는 데서 오는 성공의 경험을 계속 겪을 수 있는 상생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서술은 쉽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이 과정에 위치한 키포인트를 오늘 살펴보려 한다.

# 필수불가결한 공격력

주요 외인 타자들의 주요 타격지표 팀내 순위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외국인 선수에게 필요한 필수 덕목이라면 중심타자로 팀 내 공격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려야 하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5-툴 플레이어 유형이든, 보유한 툴 간에 역량 격차가 커서 한계를 노출했던 선수가 됐든, 공을 맞추고 자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서 첫 여과 장치가 적용되게 된다. 특히 이제는 공격력에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모터와 해즐베이커, 반슬라이크, 파레디스 같은 선수들이 아주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공격에서 실망을 주면 이내 1군에서 자취를 감췄고, 2군에서 방출을 대기하다가 대체선수 협상이 완료되면 즉시 내보낸다. 아주 뎁스가 약한 팀이 아니라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나마 현재 하위권에 위치하는 삼성이 선수들을 기다려주면서 시간을 부여하는 편이고 실제로 러프와 살라디노가 기다림에 부응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타격이 부진하면 곧바로 대체 영입을 생각하는 편이다.

결국 타순은 약간씩 차이가 있더라도, 역시 홈런을 많이 쳐줄 수 있고, 볼넷과 안타를 합산해 어쨌든 출루를 해내는 것을 팀 동료들보다 많이 해내는 것이 아주 단순하면서 외국인 타자들에게 요구한다. 러프와 로맥, 브렛 필, 라모스와 같은 유형의 선수들이 미국야구에서는 대우가 점점 나빠지는 유형이지만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다 여기에서 비롯된다. 페르난데스(두산)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타석에서 높은 생산성을 기대한다는 점은 결국 같다.

다만 구종의 편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로하스의 첫 시즌은 패스트볼 계열에는 저승사자와 같던 타자가 브레이킹볼을 만나면 순한 양이 되는, 상당히 큰 격차의 구종별 대처력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는 3할 타율에 성공했고 OPS는 0.9를 넘겼다. 세부적으로 고른 성적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적을 상쇄할 수 있다면 디테일에서 미흡하더라도 당장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 선수의 적응력에 믿음을 보일 것이다.

다른 툴에 대해서는 여느 스타플레이어가 그렇듯, 도루는 부상 방지를 위해 자제하기도 하고 수비 위치는 부담 완화를 이유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격력은 타선 조율을 하더라도 필히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딕슨 마차도처럼 구단이 아예 작정하고 계획해 데려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격에 실린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2년차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디테일의 가미

1년차가 2년차가 되면 이전의 위용을 100%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물론 적응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순항의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상대도 이 선수의 약점을 세세한 분석을 통해 확인했고 완성된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다. 외국인 타자는 리그 투수들의 공들에 익숙함을 느끼고, KBO리그의 투수들은 이 타자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파악이 된 상태에서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 첫 해와 가장 큰 차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점을 더 강화해나가든지 아니면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든지 그 둘 중 하나가 성립되어야 팀에게 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것은 맞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은 첫 해와 같은 잣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팀의 포지션 수요, 선수가 갖는 한계에 대한 아쉬움, 평가에 관련된 선수-구단 간 견해 차 등이 재계약 기준에 점점 포함되고, 좋은 성적인데도 동행이 끝날 가능성도 점점 올라간다. 달라지는 팀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선 기존에 적힌 스카우팅 리포트를 바보로 만들 필요가 있다.

호잉의 시즌 변천사. 타격이 해를 거듭하며 서서히 무너졌다.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그러기 위해서는 선구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3년차 시즌에 퇴출을 맛본 호잉은 사실 2년차 시즌 후반기에 징조를 보였었다. 첫 해보다 약간 나빠지긴 했지만 2년차 시즌 전반기에는 1:2 수준은 유지했던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이 불안감이 올해 그를 잠식하면서 최악의 활약으로 한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의 2루수로 활약했던 앤디 번즈의 경우도 2년차 시즌에 홈런을 제외하곤 공수에서 퇴보한 모습을 보여 재계약에 실패했는데 공격에서는 선구안과 더 나빠진 볼삼비가 발목을 잡았다.

1년차를 낯선 환경과 투수에 적응하며 보냈다면, 2-3년차를 거치면서는 분석된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직면하게 된다. 알테어는 선구안과 이로 인한 볼삼비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고, 라모스는 득점권에서의 대처력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마차도는 수비로 데려온 선수지만, 공격에서도 좋았던 시기와 나빴던 시기의 편차를 줄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공통적으로 낙폭이 큰 변화구에 고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쉽게 속지 않기 위한 노력과 훈련을 오프시즌에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잡을 것이다.

# 나가지 않더라도 발전하라

2-3년차 시즌까지 잘 치뤘다면,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일본과 미국의 팀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보통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위해 일본을 택하거나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미국으로 컴백하곤 한다. 에릭 테임즈와 다린 러프, 그리고 일본으로 향한 제리 샌즈나 윌린 로사리오 모두 2-3년의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음 행선지를 골랐다. 이들은 이제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앞에 소개한 과정을 밟는다.

4년을 보내게 되면 1군 경력이 있는 선수들과는 대부분 영상분석뿐 아니라 실제 대결까지도 가졌을 경지가 됐고 KBO의 시간적 흐름이나 생체리듬에 이미 동화가 끝난 상태가 된다. 아주 익숙한 상태로 안락함과 나태함의 위협에 항상 노출이 되는 시간이 된다. 상대는 이 선수의 어디를 노려야 할지 훤히 알고 있고, 선수 본인도 투수들의 공 궤적은 눈에 익고 자신의 약점을 노리다 던지는 실투를 역으로 노리는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한다.

5년차를 노리는 로맥은 KBO에서만 520경기 가까이 나섰다. 첫해를 제외하곤 3년 내내 wRC+ (조정창조득점력) 140대 전후를 내올 정도로 꾸준함의 아이콘이다. 올해 팀은 추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최정과 함께 팀 타선의 중심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유지했었던 바 있다.

한국에서의 4번째 시즌이 됐고, 팀은 시즌 중반 새로운 타자의 테스트 목적도 함께 겸하여 타일러 화이트를 데려오며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로맥은 좀 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볼넷과 삼진 간 간극을 더욱 줄이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시즌이자 본인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8년에 근접한 성적과 개선된 지표를 들고 시즌을 마쳤다. 구종 상대 구종가치에서 모두 양수를 기록한 것은 덤으로, 이에 구단은 로맥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맺으며 굳은 믿음을 다시 보내주었다.

로하스 타격 주요 지표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t의 로하스는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미국 야구 복귀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그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첫해부터 지적받은 변화구 대처력의 약점 부분과 선구안 부분을 계속 향상시켰다. 스위치히터로서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해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인데, 그럼에도 미국 무대는 그에게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로하스 발전하는 브레이킹볼 상대 지표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소속 리그에서 해마다 OPS 0.9와 3할 타율을 올린 선수가 좋은 성적에도 높이 평가받지 못한 상황. 여기서 로하스는 기존 모습을 한 번 더 뛰어넘었다. 과거 모든 종류의 브레이킹볼 대처력이 약점이던 타자가 올해는 구종별로 최소 .280의 타율을 기록했고, 구종에 관계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진화한 것이다. 외국인 최고 시즌을 남기고 KBO 최고의 아웃풋이 된 테임즈에 견줄 위치까지 올라선 로하스는 커리어에 가장 큰 이력을 추가하고 다시 상위 리그의 문을 두드리려 한다.

# 한국행을 고민한다면?

2020시즌 한-미 투수 주요 지표 비교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투수들의 삼진이 적어 삼진-볼넷비가 나쁘고, 홈런 수치는 타고투저 시절로 어느 정도 회귀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 리그와 비교하면 피안타 수치는 비슷한데 반해 삼진이 많이 차이가 나는데, 동서양인 간에 구위 차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파워히터 유형이 아닌 선수가 여기서 스타일을 바꿔도 통할만큼 쉽진 않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중심타자로 뛴 선수라면 투구패턴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성적을 충분히 낼 수 있다.

2020시즌 타자 상대 레퍼토리 / 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구종의 유행에 있어서는 슬라이더의 구사율이 커브보다 2배 이상 많아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보다 횡무브먼트가 강조되는 구종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일본과 달리 스플리터도 적극적으로 구사하지 않다보니 그렇다. 미국은 세계 각지의 선수들이 오다보니 각기 강점이 달라 슬라이더-커브의 구사비율이 큰 차이는 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주류구종이 명확하다. 또한 미국(포심비중 약 35%)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포심 중심성이 강하다. 팔각도가 낮은 투수들을 제외하면 포심 이외의 공이 레퍼토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들이 몇 명 안된다.

둘을 합칠 경우 타자들은 미국보다는 좀 더 단순한 레퍼토리의 리그로 이동해 굳이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슬라이더 구종에 대한 대처 능력은 확실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슬라이더를 맞추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 밖의 공은 걸러내든가, 제한된 컨택 기회에서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든가 하는 우회 방식이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포심과 함께 이 두 구종에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첫 해를 성공적으로 여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즌 초반 성적이 나오지 않는데 타석에서 과정이나 타구 자체의 질까지 나빠지면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분석 기술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에 선수가 단순히 운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대처가 안되는지를 구분해 낼 수 있고, 이전과 달리 한국리그에 대한 외국 선수들의 수요가 늘어난만큼 판단시점이 당겨지고 인내의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뎁스에 따라서 왔다갔다 할 순 있지만, 초반부터 내실 있는 타격기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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