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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용] 황재균, 히메네스... '홈런레이스 저주'의 희생양들

2016-12-28 수, 01:02 By 계민호

[2010년대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

 

흔히들 홈런을 두고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타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화끈한 삼진, 빠른 질주로 순식간에 베이스로 파고드는 도루, 몸을 날려 공을 잡아내는 호수비도 멋지지만, 역시 팬들을 가장 열광케하는 것은 단숨에 담장을 넘겨버리는 홈런이다.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홈런이 무엇인지는 알 정도다.

그래서일까. 올스타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 역시 홈런레이스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이 나와 커다란 타구를 펑펑 날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번트왕이나 퍼펙트 피처 등 올스타전의 이벤트가 점점 다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홈런레이스는 올스타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벤트다.

올 시즌 홈런레이스 우승 후 환하게 미소짓는 루이스 히메네스 ⓒ LG 트윈스

하지만 그 관심의 중심에 있는 선수,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의 우승자가 시즌 종료 후에도 웃음짓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전반기 홈런을 펑펑 때려내던 선수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우승 뒤 홈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 말하자면, 이른바 홈런레이스의 저주.

그렇다면 이 저주의 희생양들은 어떤 선수였으며, 이들은 전반기와 후반기 얼마나 달라진 성적을 올렸을까? 2010년대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의 희생양, 그들의 기록을 살펴보자



2011시즌 박정권 꺾인 상승세의 기억

2011시즌 박정권의 전/후반기 기록 (기록 출처: KBO 홈페이지, 사진: LG 트윈스)

2011시즌 당시 박정권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타자였다. 그는 2009시즌 25홈런 76타점으로 폭발한데 이어 2010시즌 18홈런 76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2009시즌 플레이오프 MVP, 2010시즌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가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가을 정권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상태. 당연히 2011시즌에 대한 기대 역시 컸다.

전반기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타율이 0.270으로 다소 낮기는 했지만 전반기 9개의 아치를 그리며 최정(12홈런)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를 달렸다. 3년 연속 15홈런은 물론, 2년만의 20홈런도 노려볼만한 페이스였다. 이어진 올스타전에서는 홈런레이스 우승까지 거머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하지만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거짓말처럼 그의 성적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는 후반기 들어 타율 0.221, 4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시즌을 타율 0.25213홈런 53타점으로 마감했다.

팀의 4번타자가 부진하자 SK의 우승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SK는 선두 삼성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채 리그 3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역시 삼성에 내줬다. 박정권은 가을 정권이라는 별명답게 포스트시즌 3홈런 9타점으로 활약하며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정규시즌 후반기의 부진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2012시즌 김태균 날아간 4할의 꿈

2012시즌 김태균의 전/후반기 기록 (기록 출처: KBO 홈페이지, 사진: 한화 이글스)

2012시즌 한화는 여러 강팀들을 위협할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 이유는 바로 김태균의 합류. 2011시즌 막판의 돌풍과 코리안 특급박찬호의 합류 등도 큰 기대에 한 몫을 했지만, 역시 가장 기대감이 드는 선수는 김태균이었다. 2008시즌 홈런왕을 차지했고, 2009 WBC에서 홈런, 타점, 득점 1위를 기록한 김태균의 합류는 많은 한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시즌이 개막하자 그에 대한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는 2012시즌 전반기 동안 타율 0.39812홈런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타율과 안타는 단연 리그 1위였으며, 홈런은 리그 공동 6. 한화는 투수진의 문제를 드러내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4할에 도전하는 김태균의 화끈한 방망이는 전반기 내내 큰 이슈였다.

그의 화끈한 타격 실력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도 이어졌다. 2005, 2007 홈런레이스 우승 경력을 보유한 그는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결승에서 박용택을 꺾고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박재홍, 양준혁만이 기록한 홈런레이스 3회 우승 고지를 점령하며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 역시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타율이 곤두박질쳤고, 홈런 페이스는 전반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전반기 활약 덕에 타격왕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4할 타자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김태균의 복귀 시즌은 그렇게 끝이 났다


2015시즌 황재균 – ‘용두사미로 끝난 거포 변신의 시즌

2015시즌 황재균의 전/후반기 기록 (기록 출처: KBO 홈페이지, 사진: 롯데 자이언츠)

2014시즌까지 황재균은 거포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는 주전으로 자리잡은 2008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시즌당 평균 8.57홈런을 기록했다. 2009시즌 커리어 하이인 18홈런을 때려내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단 한 번도 15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치는 두 자리 수 홈런 정도였다.

하지만 2015시즌의 황재균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전지훈련 기간 이른바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대폭 향상시킨 그는 연신 커다란 타구를 펑펑 날렸다. 전반기가 종료된 716일까지 그가 쏘아올린 홈런포는 무려 22. 그는 단 85경기만에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훌쩍 넘어서며 거포로 거듭났다.

이어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도 황재균의 벌크업은 진가를 발휘했다. 예선전에서 7아웃 10홈런으로 결승에 진출한 그는 결승전에서 10아웃 11홈런을 기록, 2홈런에 그친 테임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테임즈는 그를 코리안 모델 XX머신이라 칭하며 그의 강력한 파워에 찬사를 보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거포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수식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후반기였다. 올스타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쓴 것일까, 그는 후반기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후반기 들어 그가 쏘아올린 홈런은 고작 4개뿐. 전반기 22홈런에 비해 1/5 수준으로 추락하며 시간 문제일 듯했던 30홈런 달성에도 실패했다. 그렇게 그의 거포 변신 시즌용두사미로 끝났다


2016시즌 히메네스 물거품이 된 잠실 홈런왕

2016시즌 히메네스의 전/후반기 기록 (기록 출처: KBO 홈페이지, 사진: LG 트윈스)

잠실구장은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다. 당연히 홈런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며,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은 홈런왕 타이틀과 거리가 멀다. 2015시즌까지 34년간 LG는 단 한 명의 홈런왕도 배출하지 못했으며, 두산은 두 명의 홈런왕만을 배출했다. 당연히 올 시즌을 앞두고 여러 언론이 선정한 홈런왕 후보에서도 양 팀의 선수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언론의 예상은 깨졌다. LG의 루이스 히메네스는 4월 한 달간 9홈런을 폭발시키며 단숨에 홈런 선두로 치고나갔다.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하며 줄곧 선두권을 유지, ‘잠실 홈런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그의 홈런 개수는 무려 22. 에릭 테임즈(25홈런)에 이어 전반기 홈런 2위였다.

이어진 올스타전에서도 히메네스의 거포 본능은 여전했다. 그는 올스타 홈런레이스 결승에서 박경수와 맞붙어 5개의 아치를 그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LG 타자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것은 2004시즌 박용택 이후 무려 12시즌만. ‘거포 갈증에 시달리던 LG 팬들은 그의 막강한 파워에 환호했다.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에 대한 찝찝함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18년만의 잠실 홈런왕이자 최초의 ‘LG 홈런왕대한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그 역시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후반기 2번째 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저주를 피해가나 싶었지만, 이후 25경기 무홈런의 긴 침묵에 빠졌다. 그의 후반기 홈런 개수는 고작 4개뿐. 전반기 종료 시점 2위였던 그의 홈런 순위는 12위까지 떨어졌다. 공동 홈런왕을 차지한 테임즈, 최정과 그의 격차는 무려 14홈런이었다.

한편, 전반기 그와 같은 22홈런을 터트렸고, 같은 잠실을 홈으로 사용한 김재환은 후반기 15홈런을 터트리며 시즌 37홈런으로 홈런 3위를 차지했다. 히메네스와 김재환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저주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