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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크라이 크라이', 눈물젖은 KBO '크라이'의 역사

2017-05-27 토, 16:28 By 계민호

[계 기자의 기록뒤비기 울지말아요 그대]

 

누가 뭐래도 야구의 중심은 바로 투수, 그것도 선발 투수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경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경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죠. 다른 스포츠들의 승패 예측이 을 보고 이뤄진다면, 야구의 승패예측은 그 날의 선발 투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 선발 투수도 어떻게 손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승리입니다. 운이 좋다면 5이닝 10실점을 하더라도 팀 타선이 폭발해 승리를 챙길 수도 있습니다. 무사 만루를 만들어놓고 내려갔더라도 구원진이 이를 잘 막아 승리 요건을 지켜줄 수도 있죠.


▲ 잘 던지고도 불운에 눈물을 삼켰던 투수들. 우리는 이들을 '크라이'라 부른다. 
[사진=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 마운드를 철통같이 틀어막아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라도 타선의 부진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기도 하고,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구원진이 승리를 날려버리기도 하죠

이렇듯 승리에는 다소 운이 필요한 탓에, 우리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하지 못하는 이른바 크라이투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봉크라이봉중근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의 켈크라이메릴 켈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크라이투수들을 목격해왔죠. 그렇다면 역대 KBO크라이투수들은 누가 있을까요?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투수들의 보직 개념이 확립된 21세기 기준.

두 번째, 해당 시즌 선발 등판 경기 20경기 이상.

세 번째, 해당 시즌 소화 이닝 100이닝 이상.

네 번째, 리그 평균 이하의 ERA.

이들 중 가장 승률이 낮았던 투수들을 살펴볼까요?


▲ 21세기 가장 불운했던 10명의 선발 투수들. [기록=STATIZ, KBReport]

 

신생팀의 눈물 젖은 에이스, 에릭 해커

▲ 최악의 불운을 '등록명 변경'으로 이겨낸 에릭 해커
[사진=NC 다이노스]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가장 먼저 보이는 이름은 2013시즌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입니다. 당시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NC에 입단한 그는 178 1/3이닝을 던져 ERA 3.63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죠. 이 시즌 이닝 7(178 1/3이닝), ERA 9(3.63),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4(3.24)로 맹활약을 해냈습니다. 찰리 쉬렉과 그의 활약 덕에 NC 1군 데뷔 시즌에 7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죠.

하지만 그에게 승운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26경기에 선발로 나서 411패, 승률은 고작 0.267에 불과했죠. 완투를 세 차례나 해냈지만 세 경기에서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신생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쓰러울 정도의 불운의 연속. 그는 2014시즌마저 88패로 10승 달성에 실패하며 2년 연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편 그는 자신의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꾼 이후 눈물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등록명을 바꾼 2015시즌 19(5)를 따냈고,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에도 13(3)을 수확했죠. 올 시즌에도 5승 2패로 나쁘지 않은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응원팀 외국인 투수가 유난히 승운이 없다면, 등록명 변경을 건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눈물겨운 데뷔 첫 풀타임 선발, 윤석민

▲ 선발 전향 첫 해부터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윤석민.
[사진=KIA 타이거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07시즌 윤크라이윤석민도 눈에 띕니다. 2005시즌 데뷔해 2년간 구원으로만 나섰던 그는 2007시즌 선발로 보직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 해 이닝 9(162이닝), ERA 12(3.78), WAR 12(2.57)로 엄청난 활약을 해내죠. 첫 풀타임 선발 시즌에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습니다.

당시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났습니다. 최하위 팀에서 프로 3년차, 만 21세의 어린 투수가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린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선발진이 괴멸되다시피한 상황에서 그는 제이슨 스코비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팀에 적잖은 희망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냥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이 해 리그 최다패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죠. 그는 엄청난 호투를 이어갔음에도 718, 승률 0.280을 기록했습니다. 이토록 극심한 불운 속에서, 그것도 첫 풀타임 선발 투수가 흔들리지 않고 성적을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 어쩌면 이 때의 시련이 있었기에 2011시즌 투수 4관왕과 정규시즌 MVP 수상의 기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일해라 타선아레다메스 리즈

▲ LG에서의 3시즌 내내 10패 이상을 떠안았던 레다메스 리즈.
[사진=LG 트윈스]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012시즌의 레다메스 리즈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는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시작했지만, 부진 끝에 선발로 복귀한 뒤 놀라운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이 해 그는 리그 전체 WAR 6(3.62)에 오르며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죠. 150km/h 이상의 불 같은 광속구로 144삼진을 솎아낸 그는 타자들의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잇따른 패전의 멍에뿐이었습니다. 32경기(25선발)에서 그가 수확한 승리는 고작 5(12)에 불과했죠. 그와 비슷한 성적을 올린 팀 동료 벤자민 주키치가 11(8)을 거둔 것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수치. 정말 지독한 불운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한국에서의 3년간 모두 두 자리 수 패배(2011시즌 12, 2012시즌 13, 2013시즌 12)를 기록하며 내내 최악의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세 시즌 내내 3점대 ERA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승리가 패배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죠. 그야말로 불운의 아이콘. 그가 LG 타자들에게 전화해 일해라 타선아!’를 외친다고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듯합니다.

 

팀을 옮겼는데 패배가 계속 따라온다. 라이언 피어밴드

▲ 넥센에서도, kt에서도 패전에 고통받았던 라이언 피어밴드.
[사진=kt 위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한편 한 시즌 두 팀에 걸쳐 고통받았던 투수도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라이언 피어밴드. 지난 시즌 넥센 소속으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첫 1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10차례를 기록하며 좋은 투구를 이어나갔습니다. ‘에이스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제 몫을 해내는 투수였죠. 하지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19경기에서 5 7, 승률은 0.417에 불과했습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후에도 불운은 계속됐습니다. kt 이적 후 11경기 6퀄리티스타트의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26패 승률 0.250에 그쳤죠. 당시 kt는 1군 2년차의 리그 최약체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2015시즌 11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그는 지난 시즌마저 13패를 당하며 타향에서 서러움을 맛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올해 9경기에서 ERA 1.69의 압도적인 피칭으로 6승 3패를 기록하며 불운을 떨쳐내고 있습니다. 다만 3패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해낸 경기였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 사실 그의 놀라운 피칭 내용을 감안하면 지금의 승률도 썩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남은 시즌 그에게 행운이 찾아들지, 불운이 지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2016 우규민, 2010 금민철… ‘크라이의 역사

▲ 지난 시즌 6승 11패에 머무른 우규민과 2010시즌 6승 11패를 기록한 금민철.
[사진=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도 611패에 머무른 지난 시즌의 우규민, 암흑기 시절 롯데를 지탱했던 에이스염종석도 크라이의 역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외에도 2010시즌 넥센의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금민철(611), 2003시즌 도중 선발로 전향했지만 불운에 울어야했던 일본인 투수 이리키 사토시(711) 등의 이름도 눈에 띄네요

역대급 타고투저 탓인지 최근의 이름들이 많이 보이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지난 시즌 롯데의 브룩스 레일리(810), KIA의 양현종(1012), 2015시즌 한화의 미치 탈보트(1011), 두산의 장원준(1212) 등도 승운이 썩 따르지 않았네요. 지난 2년은 여러모로 투수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2017시즌, ‘비크라이비야누에바, ‘페크라이페트릭

▲ 올 시즌 거의 매 경기 고통받고 있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재크 페트릭. 이들의 표정이 슬퍼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사진=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한편, 올해는 비크라이페크라이가 유행어가 될 듯합니다. 한화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불과 1.34득점만을 지원받으며 매 경기 피눈물을 쏟고 있죠. 그의 유일한 승리는 8이닝 무실점으로 완투에 가까운 활약을 해낸 한 경기뿐. 한화는 이 날 무려’ 3득점이나 지원을 해줬습니다. 

삼성의 재크 페트릭 역시 운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경기당 3.10득점만을 지원받으며 벌써 5패를 기록 중이죠. 선발진이 괴멸된 상황에서 9차례나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타선과 구원진은 그에게 끝없는 패배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비야누에바와 페트릭이 벤치 클리어링에 적극 가담한 것은, 어쩌면 그 동안의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부디 한화와 삼성의 타선이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