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STAT BUZZ
 STAT 리포트

‘한화의 승부수’ 데이비드 헤일, 열쇠는 구속-체인지업-수비

2018-07-21 토, 03:56 By 길준영
한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10년만의 가을야구를 위해 승부수를 띄었다. 19경기 3승 9패 101.2이닝 평균자책점 5.13로 부진했던 휠러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을 영입한 것이다. 

헤일은 비교적 메리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이번 시즌에도 빅리그에서 4차례 등판했다. 경력만 본다면 대체 외국인 투수로는 최고 수준이다. 50만 달러(약 5억 6775만 원)의 연봉이 헤일을 향한 기대치를 보여준다. 리그 일정을 65% 정도 소화한 현재 시점에서 50만 달러의 연봉은 풀시즌으로 환산했을 때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한다.

한화는 3년전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본 기억이 있다. 2015년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5강싸움을 벌이고 있던 한화는 시즌 막판 로저스를 영입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당시 로저스는 10경기 6승 2패 75.2이닝 평균자책점 2.97를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리그 최고의 불펜진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이지만 불펜에 비해 선발진은 상당히 헐겁다. 샘슨이 1선발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한 경기를 믿고 맡기기 어렵다. 이러한 약점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렇기에 한화가 헤일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남은 시즌에서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확정 짓고 보다 높은 곳으로 팀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과연 헤일은 ‘가을의 로저스’가 될 수 있을까.

#HISTORY



헤일은 아마추어 시절 투수와 야수로 모두 뛰었다. 투수는 간간히 등판하는 정도였고 주로 유격수와 중견수 등 뛰어난 운동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3라운드(전체 87순위)에서 지명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헤일은 야수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운동능력도 좋았지만 애틀랜타는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2009년 루키리그에서 7경기 2승 1패 16이닝 평균자책점 2.25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한 헤일은 매년 한 단계씩 마이너리그 계단을 밟아갔다. 2013년에는 AAA에서 22경기 6승 9패 114.2이닝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뒤 9월 확장 로스터에 포함돼 9월 14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전(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5이닝 4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치렀다. 이후 한 경기에 더 등판해 2경기 1승 11이닝 평균자책점 0.82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마쳤다.

헤일은 2014년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5경기 4승 5패 87.1이닝 평균자책점 3.30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이듬해 헤일을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는 콜로라도로 트레이드 된 것은 헤일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2015년 17경기 5승 5패 78.1이닝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하며 시즌을 망친 헤일은 2016년에는 빅리그 마운드에 두 번 밖에 오르지 못했고 시즌 중 웨이버를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하게 됐다. 

볼티모어 산하 AAA에서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인 헤일은 2016시즌이 끝난 후 FA가 됐다. 다시 친정팀 애틀랜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2017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하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LA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뉴욕 양키스 등 여러 팀을 떠돈 헤일은 올해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다시 밟았지만 7월 11일 양키스에서 방출됐다.

헤일은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고 한화는 가을야구를 대비한 선발투수를 찾고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헤일은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플레이스타일

헤일은 무브먼트가 좋은 싱커(스탯캐스트는 투심으로 분류)로 땅볼을 유도하는데 능한 투수다. 스탯캐스트 기준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는 52.3%로 인플레이 타구의 절반 이상이 땅볼이었다.

다만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속구(포심, 싱커) 평균구속은 91.0마일(146.5km, 스탯캐스트 기준), 최고구속은 93.3마일(150.2km)이다. 최근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 입성한 이후 구속이 1~2마일 가량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KBO리그 수준에서 느린 구속은 아니지만 강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구위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맞춰잡는 투구를 하기 때문에 많은 삼진을 잡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통산 K/9(9이닝당 탈삼진)이 5.27에 그쳤고 마이너리그에서도 7.11로 그리 높지 않았다. 대신에 삼진이 적은 만큼 볼넷도 많이 내주지 않았다. 통산 BB/9(9이닝당 볼넷)은 메이저리그에서 3.29, 마이너리그에서 2.75를 기록했다.


헤일의 구종 비율(출처 : STATCAST)

헤일은 포심과 싱커 외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헤일의 슬라이더는 미국에서도 플러스급 구종으로 기대를 받았다. 스탯캐스트에서는 커브로 분류될 정도로 각이 크다. 반면 체인지업은 효과적인 구종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이는 헤일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하지 못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헤일의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커브 투구 히트맵(출처 : STATCAST)

헤일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싱커 투구 히트맵(출처 : STATCAST)

헤일의 좌우타자별 투구 패턴을 살펴보면 우타자에게는 포심-슬라이더-싱커, 좌타자에게는 포심-싱커-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로케이션으로는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와 몸쪽 싱커를, 좌타자에게는 바깥쪽 싱커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 

그런데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던지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좌타자 공략에 애를 먹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6푼2리였고 피OPS(출루율+장타율)는 7할3푼이었던 반면 좌타자를 상대로는 각각 3할3리와 8할5푼5리를 기록했다.

#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2009년 KIA 로페즈의 성공 이래 많은 싱커볼러 투수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대다수는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KBO리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싱커볼러 성공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넥센의 브리검과 LG의 윌슨이 있다. 두 투수는 모두 평균구속 140km 초중반대의 빠른 싱커(투심)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재계약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KT에서 활약한 로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문제는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단순히 준수한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KBO리그 구단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수에게 1-2선발급 성적을 원한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1선발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싱커볼러는 윌슨뿐이다.

한화가 시즌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헤일을 영입한 것은 당연히 남은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샘슨과 함께 팀을 이끌 수 있는 2선발의 역할을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싱커볼러들처럼 4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한화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 체크포인트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투수들을 메이저리그에서 보통 불펜으로 뛴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국에 올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체력이다. 하지만 헤일의 경우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모두에서 선발 경험이 적지 않고 올 시즌에도 롱릴리프로 등판해 5.2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있는 만큼 이닝 소화 능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헤일이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체크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구속, 체인지업, 수비다.

먼저 헤일의 구속을 보면 분명 느리지는 않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헤일의 포심 평균구속은 계속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2013년 91.9마일(147.9km)이었던 평균구속은 2014년 91.6마일(147.4km), 2015년 91마일(146.5km), 2016년 90.4마일(145.5km)로 느려졌다. 

다행이 올 시즌에는 91.1마일(146.6km)로 다시 빠른 구속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 왔을 때 다소 구속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KBO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빠른 구속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속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타자가 대처하기 힘든 빠른 구속이 있으면 싱커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외국인 싱커볼러는 대다수가 최고 150km의 빠른 공을 뿌리고 있다.

두번째 체크 포인트는 체인지업이다. 헤일은 미국에서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구사하는 체인지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일의 메이저리그 통산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3할5푼7리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체인지업이지만 타자들의 성향이나 리그 환경이 다른 한국에서는 충분히 타자들을 공략해낼 가능성이 있다. 만약 헤일이 좌타자보인 약점을 극복해낸다면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체크 포인트는 수비다. 헤일은 인플레이 타구가 많은 투수다. 땅볼을 유도해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것이 헤일의 기본적인 투구 전략이다. 당연히 야수진의 안정적인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최근 KBO리그의 환경은 헤일에게 좋지는 않다. 2013년을 기점으로 KBO리그의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014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KBO리그 BABIP는 단 한 번도 3할2푼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올해 리그 BABIP는 3할2푼8리로 역대 세번째로 높다.

한화 수비 역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카운트로 연결시킨 비율을 보여주는 수비효율(DER)은 6할5푼7리로 리그 4위였다. 한화의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헤일도 크게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 전 한화는 리빌딩을 선언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두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적은 비용을 영입했던 휠러를 헤일로 교체하며 본격적으로 가을야구를 대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화는 헤일이 3년전 로저스가 보여준 임팩트를 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당시 로저스는 엄청난 퍼포먼스로 한화의 5강싸움을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화는 리그 2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한껏 높인 상황이다. 헤일의 영입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포스트시즌 자체를 대비한 측면이 크다.

헤일이 ‘포스트시즌의 로저스’가 될 수 있다면 한화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더욱 멋지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