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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수정) 소사의 반등, 엘지의 필수 과제

2016-12-18 일, 16:34 By Seto

차우찬의 영입으로 엘지의 선발진은 단숨에 리그 상위권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물론 줄곧 팀의 선발 자리를 맡았던 우규민의 유출이 있었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우규민이 아닌 2016년의 우규민은 팀에 큰 전력이 되지 못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로, 이탈이 아쉽긴 하지만 크게 아깝지는 않다. 우규민의 이탈로 인한 5선발은 그렇다 쳐도 허프-류제국-차우찬으로 이어지는 3선발의 위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4선발의 마지막을 매울 소사가 2016년 부진했다는 건 엘지에게는 골치거리이자 유일한 근심거리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소사는 팀의 에이스 투수였다. 194.1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ERA는 4.03.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10승에 그쳤지만 엘지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며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던 우규민, 류제국을 대신해 엘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고, 실제로 소사보다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투수는 린드블럼, 해커, 밴헤켄 단 세 선수에 불과했다. 소사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제구력. 본래도 크게 나쁘지않은 제구였지만 작년 소사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9이닝당 사사구를 단 1.67개만 내주며 기아, 넥센 시절보다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제구가 잡히다 보니 탈삼진 능력은 자연스럽게 좋아졌고, 실제로 9이닝 당 8.2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한국 진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 덕에 몸값이 크게 올라 90만달러에 재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의 소사는 달랐다. 이닝 소화 능력 자체는 작년과 비교해서 별로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올해 199.0이닝으로 작년보다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ERA가 5.16으로 크게 상승했다. 작년부터 크게 나아진 제구는 작년이나 올해나 큰 변화는 없었지만 탈삼진 능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소사는 2013년 이후 꾸준히 9이닝 당 7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던 투수였고, 직전해 8.20의 삼진을 잡으며 절정에 다다랐던 소사의 탈삼진율은 올해 9이닝당 4.84개의 그치며 크게 추락했다. 규정이닝을 던지면서 소사보다 낮은 탈삼진율을 기록한 투수는 윤성환 단 한명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거의 포기하고 정교한 제구로 승부하는 신재영, 유희관보다 못한 수치였다. 이닝 소화 능력은 여전히 꾸준했지만 기록 자체가 좋지 못하다 보니 엘지에서는 소사의 재계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실제로 포스트시즌에서의 좋은 활약이 아니었다면 소사는 엘지 유니폼을 계속 입지 못했을 것이다.

소사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탈삼진율 감소다. 삼진을 잡을 줄 알던 투수가 갑작스럽게 잡지 못하게 되었고, 이는 인플레이 되는 타구들 가운데 안타가 많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소사의 통산 BABIP은 0.337, 2015년 소사의 BABIP은 0.327에 불과했지만 올해 소사의 BABIP은 0.355로 2013년 기아에서 기록한 0.364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탈삼진율이 떨어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직구 위력의 감소를 들 수 있는데, 작년과 직구의 피안타율, 피OPS를 비교해보면 소사가 던지는 직구가 약해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2015년 직구의 피안타율은 0.265, 피OPS는 0.696에 불과했지만 2016년 직구의 피안타율은 0.328, 피OPS는 0.800까지 크게 상승했다. 평균구속이 작년 150.9km에서 149.8km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떨어졌어도 그리 느린 구속은 아닌데다가 투구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하기에는 구종 구사율 역시 스플리터의 비율이 조금 상승한 걸 제외하면 작년과 올해 모두 직구와 슬라이더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투피치 투수이기 때문에 투구 스타일의 변경으로 삼진이 떨어졌다는 추측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쩌면 소사의 구위 감소는 작년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15년 기록한 194.1이닝은 소사가 KBO 무대를 밟은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이었고, 실제로 소사는 2012년 마이너리그와 KBO를 합쳐 184이닝을 던지는 무리한 투구 끝에 2013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사 본인은 마이너리그에서 80이닝을 던졌다고 했지만, MLB.COM에는 32.1이닝으로 나와있다.) 소사는 2012년을 제외하면 2015년 전까지 커리어 통산 단 한번도 170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KBO 무대에서 194이닝이나 소화한 게 쌓여 결국은 탈이 났다는 추측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닝이 소사의 탈삼진율 감소의 원인일 경우 2017년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사는 2016년 2015년보다도 많은 199.0이닝을 던졌고, 포스트시즌 기록까지 합치면 최종적으로 213.0이닝을 던졌다. 사실상 올해 본인 커리어에서 이닝 소화의 피크를 찍은 셈인데, 포스트시즌 기록까지 합쳐 소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213.2이닝을 소화한 헥터를 제외한다면 아무도 없다. 만일 소사의 부진의 원인이 많은 이닝 소화였고, 2013년 부진의 원인이 2012년 너무 많이 소화한 이닝의 문제였으며, 2014년 그럭저럭 반등한 건 2013년 164.2이닝을 던지며 어느정도 몸을 추스른 것이 이유라면, 2016시즌 213.2이닝을 던져버린 소사의 반등을 기대하기라는 사실상 힘들다. 

소사가 6이닝 이상을 꼬박꼬박 먹어주면서 2~3점 내로 틀어막아야 엘지의 불펜 운용이 수월하고 선발 로테이션에 무게감이 실린다. 허프는 풀타임 여부, 류제국은 나이, 차우찬은 그간 커리어에서 아직 물음표가 달려있다. 만약 소사가 올해 같은 모습을 또다시 반복하고, 위의 불안요소 중 하나라도 터진다면 엘지 선발진은 두산의 선발진이 거론될 정도의 리그 최고가 아니라 그저 괜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엘지가 완벽한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사의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