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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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6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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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타자 변신 이형종, '야잘잘' 진가는 아직이다.

2017-04-20 목, 01:23 By KBReport
이형종의 방망이가 뜨겁다.

잠실에서 벌어진 KIA와 LG의 팀간 3차전에서 이형종은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여 안타와 볼넷을 각각 두 개씩 기록하면서 100% 출루를 달성했다. 득점과 타점도 각각 한 번씩 기록하며 팀의 1:7 압승에 기여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만 홈런 하나 포함 8안타 3볼넷. 현재까지 시즌 타율 0.391, OPS 1.014에 5도루, 12득점을 기록하면서 WAR 1.09로 LG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형종의 타격 성적과 해당부문 순위(규정타석 기준). 기록=KBReport.com

수비도 발군이다. 시범경기부터 강력한 어깨로 상대 주자들을 저격하면서 실점을 막아냈다.

지난 16일 Kt와의 시즌 3차전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장한 이형종은 7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Kt 박기혁의 좌중간 깊은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면서 Kt의 추격을 저지했다.

투수 김지용이 이진영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점차로 쫓기게 되었지만 이형종의 호수비 하나로 추가실점을 막아냈고, 이후 LG의 마운드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5:12로 대승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좋은 타자라면 누구나 일정 기간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몰아치기를 할 수 있다. 루상에 주자를 쌓아둔 절체절명의 순간,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림 같은 수비를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형종의 활약은 앞서 언급한 그의 별명에서 얼핏 예상할 수 있듯 이형종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형종은 처음부터 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물로 가득했던 방황기

이형종은 원래 투수였다. 그것도 고교 에이스 투수였다. 2007년 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당시 약체라 평가 받던 모교 서울고를 대회 결승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9회말 2아웃 끝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동점타를 허용한 순간 이형종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끝내기 안타로 패배가 확정된 순간 마운드 위에 무릎을 꿇으며 좌절했다. 이 장면은 그대로 전파를 탔고, 이후 이형종은 '눈물의 에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마운드에서 역투하는 이형종. 사진=OSEN

그리고 2008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부상으로 2010년이 되어서야 1군 마운드에 등판할 수 있었지만 150km/h를 넘나드는 구속과 날카로운 공의 움직임을 자랑했기에 LG를 암흑기에서 구원할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1군 첫 등판이었던 2010년 5월 16일, 이형종은 롯데를 상대로 최고구속 152km/h를 기록하며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타격 7관왕을 거머쥐었던 이대호를 중심으로, 쉬어갈 타순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롯데 타선이었기에 그의 데뷔 첫 승리는 더욱 눈부셨다.

하지만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5월 23일, 두산을 상대로 4.2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박종훈 당시 LG 감독과의 불화설과 팔꿈치 부상 등으로 8월 10일 임의탈퇴를 요청하고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형종이 1군 마운드에서 남긴 기록은 2경기 9.2이닝 평균자책점 6.52가 전부였다.

다시, 방망이 들고 그라운드로

이형종은 임의탈퇴 후 수술과 재활, 골프선수 전향 시도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2013년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되었고, 다시 150km/h를 상회하는 직구를 뿌릴 정도로 팔꿈치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완벽하게 회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2014년 시즌 종료 후 타자 전향을 시도하게 되었다. 

2015년 2군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 OPS 0.799, 13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듬해 1군에서 61경기 동안 타율 0.282, OPS 0.737을 기록하며 홈런도 하나 쳤다.

23일 경기에서 멀티히트 포함 100%출루를 달성한 이형종. 사진=OSEN

타자로 데뷔한 첫 시즌 치고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고,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그였음을 아는 팬들은 아낌 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형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후 포스트시즌 앤트리에 오르지 못 한 것에 대한 절치부심인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연달아 들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개막전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하고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고, 개막 후의 이형종은 '야잘잘'이라 부르며 열광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개막 후에도 작년보다 더 적은 타석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홈런 포함 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 시즌 20홈런 이상도 노릴만하다.

슬라이트 업 스윙

무엇이 '타자 2년차' 이형종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을까. 이종열 SBS 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의 MK스포츠 칼럼 '이종열의 진짜타자'에 따르면, 이형종은 스프링캠프에서 슬라이트업 스윙을 연마하여 시범경기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슬라이트 업 스윙은 '투수 볼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해서 비스듬히 올라가는 스윙'이다. 위에서 아래로 날아오는 통상적인 볼의 궤적에 스윙 각도를 맞추려 하면서 자연스럽게 라인드라이브 타구와 뜬공 타구의 비율도 증가한다. 강한 타구를 멀리 보내면서 힘 있는 타격을 가능하게 만든다.

개막 후에도 이형종은 슬라이트 업 스윙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록을 통해 이형종이 처음 1군 무대에 올라왔던 2016 시즌과 올 시즌을 비교해보자.

이형종의 2년간 타구 비율&타율 비교. 기록=스탯티즈.

타자로 데뷔한 이형종은 밀어치기에 밀어치기에 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익수 방향의 타구의 타율은 0.261로 다른 방향으로 보낸 타구에 비해 타율이 낮았다.

그러나 올해 타구 방향 별 비율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익수 방향 타구의 타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는 통상적으로 우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기 불리한 우타자들 중 민병헌(0.524)에 이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강민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보다 많은 타구를 외야로 보내면서 그 타율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외야로 보내는 타구는 겨우 2% 증가했지만 그 방향의 타율을 0.788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이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 나아가 KBReport.com에 따르면, 장타의 순도 또한 대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2016 시즌 이형종이 기록한 ISO(순장타율)은 0.089였다. 올해의 경우, 이제 겨우 17경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0.189를 기록하며 히메네스(0.250) 다음으로 높은 ISO를 나타냈다. 팀내 2위다. 리그 전체로 따지면 현재 NC의 간판타자 나성범과 동일한 수치다. 지난해보다 순도 높은 장타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에 대처하는 능력도 향상되면서 밀어치는 타구도 더 강하고 확실하게 보내어 안타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밀어치는 타구의 비율은 22.1%에서 25.0%로, 작년 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변화했지만 해당 타구에 대한 타율이 작년 0.261에서 0.539로 크게 치솟았다. 당겨치는 타구의 타율이 0.327에서 0.292으로 감소한 것이 흠이지만 중견수 방면 타구의 타율 또한 0.406에서 0.467로 상승하면서 지난해보다 고른 방향으로 안타를 만들었음 알 수 잇다.

스프링캠프에서 연마한 슬라이트 업 스윙이 이형종을 한 단계 성장 시켰다.

이형종의 야구색을 입혀라!

일단은 타자 변신이 성공적인 이형종. 앞으로는 다시 이형종의 하기 나름이다. 사진=LG트윈스

이형종은 확실히 작년보다 성장한 타자가 되었다. 장타의 비율이 늘었으며 두 자릿수 홈런도 바라볼 수 있는 어엿한 중장거리 타자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이러한 변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망설임 없는 스윙을 꼽았다. 인생에 파도가 많아서 일까. 이형종은 이종열 해설위원이 지적한 대로 배트를 적극적으로 돌리는 타자 중 하나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형종은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휘두른다(배트 적극성% 48.9, 전체 16위). 그러면서 컨택도 잘한다(컨택% 88.3, 전체 13위). 하지만 이러한 적극성이 앞으로 이형종에게 좋은 영향만 줄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타격감이 떨어지면 오히려 성급한 스윙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좋은 타자의 자질 중 하나는 출루능력이다. 통상적으로 출루를 우선시하는 1번 타자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힌다. 안타도 가치 있지만, 천천히 베이스를 걸어나가면서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고 평정심도 무너뜨리는 볼넷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야구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형종은 올해 작년보다 더 낮은 볼넷%을 기록 중이다(10.2→4.5).

게다가 도루 갯수도 리드오프라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전반적인 주루 플레이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SPD 4.20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평범한 선수의 주루플레이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좋은 선구안과 빠른 다리로 출루하여 투수를 흔드는 1번 타자의 자리는 이형종의 자리가 아닐 수 있다.

질 좋은 안타를 만들며 적극적으로 출루하기에 김용의를 밀어내고 1번 타자로 출전 중이지만 붙박이 1번 타자라 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시즌 초반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는 이형종이다. 새 별명 '야잘잘'을 얻었지만 이형종은 타자로서 쌓아야 할 경험이 아직 많다. 이제부턴 다시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