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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슈퍼스타' 나성범, KBO의 트라웃이 되려면?

2018-01-20 토, 16:23 By 김호연

▲지난해 NC의 든든한 3번타자로 활약한 나성범. ⓒNC 다이노스

최근 나성범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10일 11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5월에만 타율 0.514 OPS 1.553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나성범이 기록한 홈런은 무려 5개다.

개막후 3월까지 타율 0.214, OPS(출루율+장타율) 0.612를 기록했던 시즌 성적은 어느새 타율 0.377 OPS 1.021까지 치솟았다. 홈런은 9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1.81이다. 나성범은 NC 타자들 중 단연 독보적이다.

현재 NC의 팀 타율은 0.249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5월 들어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인 나성범에게는 궁금증이 생긴다. 무엇이 나성범을 홀로 달리게 하고 있을까? 

리그를 대표하는 '초구 킬러'

기록에 나타난 나성범은 리그를 대표하는 '초구 킬러'다. 그가 초구에 스윙한 비율은 2014시즌 41.4(리그 2위)%에서 점차 증가하여 2017시즌 44.9%(2위)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초구에 배트가 나온 비율은 적은 표본이긴 하나 50.0%에 달한다. 이 부문에서 나성범보나 높은 비율을 기록한 타자는 매년 바뀌었다. 따라서 같은 기간 가장 꾸준히 공격적인 성향을 유지한 타자는 나성범이었다.

투수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해야 타자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투수들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한다. 나성범은 이러한 투수들의 전략을 역이용하여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험을 더하며 더 큰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나성범의 초구 배트 적극성 비교. 미묘하지만 꾸준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케이비리포트


표를 보면 지난 5년 간 나성범의 BABIP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5~16시즌 2년간 침체기 아닌 침체기를 겪으며 순위가 조금 밀려났지만, 17시즌 처음으로 4할 이상을 기록하며 며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올 시즌에도 0.445의 BABIP를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질주 하고 있다.

BABIP는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로 이어지는 비율을 나타낸 기록이다. 간단히 말해, 그라운드 안에 떨어지는 타구가 얼만큼 상대 야수가 처리하게 어렵게 형성되는가를 나타낸다. 여기엔 다양한 요소가 기인하는데, 나성범의 경우 보다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높은 BABIP를 유지하는 유형의 타자라 할 수 있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두른 나성범의 전략은 지금까지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때로는 성급한 승부로 많은 삼진을 허용하지만 투수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KBO리그에서는 나성범 특유의 운동능력이 그 빈틈을 훌륭히 메웠다.

초구 킬러? 구슬 서말도 꿰어야 보배

그러나 거침없는 나성범에게도 허점은 존재한다. 공격적인 타격도 배트에 공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난 해 나성범이 초구를 공략했을 때의 기록은 83타석에서 타율 0.373, OPS 1.012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기(47타석 0.558/1.266)와 최정(64타석 0.532/1.709)을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그보다 훨씬 좋은 타율과 OPS를 기록했다. 나성범과 같거나 더 많은 타석에서 초구 출루에 성공한 버나디나, 김동엽, 박해민 등과 비교했을 때 나성범의 전략이 효과적이냐는 질문엔 대답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최근 5년간 나성범의 나성범의 헛스윙 비율. ⓒ케이비리포트

나성범의 초구 공략이 비효율적인 결과를 야기한 것은 꾸준히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헛스윙 비율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17시즌 나성범의 헛스윙/스트라이크 비율은 20%였다. 2014년부터 관련기록을 제공하고 있는 스탯티즈에 따르면, 그는 4년간 꾸준히 20% 이상의 헛스윙/스트라이크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매년 리그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성범이 갖고 있는 힘에 비해 부족한 컨택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진했던 올 시즌 3월의 나성범은 7경기 29.2%의 헛스윙스트라이크비율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3월 이후 이를 17.5%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 나성범은 같은 기간 0.412타율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공이 배트에 맞기만 하면 공포의 타자로 변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성범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공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리그 최고 타자? 답은 최형우에게 있다

나성범을 차기 메이저리그 도전자로 점쳤던 팬그레프의 한 칼럼은 장차 그의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두 가지 중 하나로 극단적인 초구 승부를 꼽았다. KBO리그 수준의 투수들에게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만 보다 뛰어난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나성범의 공격적인 타격 성향에 비해 공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선수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평이었다. 따라서 나성범이 보다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선 앞서 언급된 공격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나성범의 파워는 리그에서 손꼽힌다. 사실 타격 능력도 다년간 꾸준히 3할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맞아나가는 타구의 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안타로 연결된다. 다만 갖고 있는 잠재력을 100%로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

2% 부족한 성적 앞에서, 나성범이 보다 침착해지면 어떻까?

▲2017시즌 리그 MVP까지 노렸던 최형우 올 시즌 볼넷% 1위를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지난해 KIA를 8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이끈 최형우는 나성범에 비해 초구 배트 적극성이 낮다. 나성범이 최근 4년 40% 이상을 기록한 것에 비해 최형우는 매년 25% 이하의 초구 배트 적극성을 기록했다. 그만큼 타석에서 많은 공을 지켜봤다. 그 결과 2017시즌 타섯당 볼넷 비율 15.3%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두 선수의 컨택% 변화를 비교했을 때, 나성범이 매년 리그 평균을 밑돈 것에 비해, 최형우는 매년 평균 언저리의 컨택%를 기록했다. 나성범보다 더 정교한 컨택과 선구 능력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2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에서도 나타났다(17시즌 나성범50%, 최형우35.5%).

▲최근 5년간 나성범과 최형우의 타격 비교. ⓒ케이비리포트


초구를 골라냈을 때의 결과는 나성범 본인에게도 직접 나타났다. 지난 시즌 그가 초구를 볼로 골라냈을 때의 성적은 초구부터 공략했을 때보다 월등히 좋게 나타났다. 지난해 볼 카운트 1-0 상황에서의 타율은 무려 0.702로 리그 1위였다. 따라서 나성범이 최형우 만큼은 아니더라도 더 침착하게 승부에 임한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나성범이 완전체로 거듭나면 NC는 우승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NC 다이노스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에 석권한 마이크 트라웃 역시 당시 강력한 배팅 파워에 리그 평균 이상의 컨택능력이 뒷받침 되며 최고 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강한 파워를 지녔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컨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나성범은 그 비율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그 결과 팀이 매년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상당부분 기여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컨택 비율을 기록 해야 질 좋은 타구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러나 나성범의 컨택 비율은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평균 언저리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난 해 KIA를 우승으로 이끈 최형우는 좋은 공을 끝까지 기다리는 유형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성범이 이를 벤치마킹한다면 보다 팀과 개인의 성적을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팀과 선수가 보다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면 변화와 도전을 망설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