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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정강민의 외국인 리포트] LG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완성본)

2018-03-19 월, 19:55 By 정강민

몸 풀고 있는 LG의 새 외국인 투수 윌슨 (사진: OSEN)

LG는 작년 외국인 타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해 속을 썩였지만 , 투수들만큼은 제몫을 했다. 데이빗 허프와 헨리 소사는 둘이 합작해 9가 넘는 sWAR(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했다. 허프가 부상으로 인해 19경기에만 나온 것은 아쉬웠지만, 투수 sWAR Top 10에 팀내 외국인투수 두 명이 모두 올라온 팀은 LG 뿐이었다. (허프 6위, 소사 10위)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LG 마운드가 리그에서 가장 튼튼했던 데에는 외국인투수 두 명의 역할이 매우 컸다. LG는 이 두 선수에 차우찬(sWAR 11위, 4.19)까지 합치면 리그에서 견줄만한 조합이 거의 없을 선발 트로이카를 보유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이 조합은 해체됐다. 잔부상으로 고생하긴 했으나 등판할 때는 에이스 역할을 책임져줬던 허프가 일본프로야구로 떠난 것이다. 스토브리그 초기 LG 마운드 구상은 상당히 꼬여있었다. 당초 계획은 소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레다메스 리즈와 재결합하려는 방향으로 갔던 LG인데 그 사이 허프가 야쿠르트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리즈도 메디컬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면서 외국인투수 구상 시나리오가 큰 차질을 겪었다.

다행히 소사와 재계약에 골인했고, 연초에 곧바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투수와 계약에 성공했다. 김현수와 같이 뛰어 국내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타일러 윌슨이 주인공이다. 3년 정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꾸준히 뛴 선수였다. 김현수뿐만 아니라 윤석민과도 노포크 타이즈 시절 한 달 정도 같이 뛰었던 적도 있었고, 선수 본인도 한국행을 어느 정도 계산에 넣고 있었을 정도의 친한파 선수였다.

타선 재구성도 재구성이지만, 작년 단단했던 마운드의 명성을 잇고 새로운 선발 트로이카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윌슨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단점을 보완하는 능력만큼 기존의 장점을 계속 유지하는 것 역시 강팀의 주요 조건인데, 윌슨은 LG의 강점을 유지시키고 한국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 HISTORY

윌슨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버지니아 대학을 다니던 2010년 드래프트에서 35라운드에 지명받을 정도였지만 대학에 남았다. 이후 2011시즌 대학 4학년 때 선발 마운드에 올라 19경기(선발 16경기)에 나왔고 10승 무패 2.24의 기록을 올리고 주가를 끌어올린 윌슨은 지명순위가 껑충 뛰어 10라운드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

곧바로 볼티모어에 합류한 윌슨은 루키리그-하위싱글A에서 8경기에 선발로 나와 1.91의 ERA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듬해인 2012년에 상위싱글A까지 올라온 그는 순조로이 적응을 마쳤고 다음해에 더블A 무대까지 입성했다.

2014시즌 더블A에서 16경기(ERA 3.72)에 더 나온 이후 윌슨은 트리플A에 도달한다. 꾸준히 3점대 후반의 ERA를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그는 화려한 에이스로 군림했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는 선발투수로 메이저리그를 향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2015시즌에 그의 잰걸음이 결실을 맺었다. 트리플A 노포크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던 중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개막 후 한 달만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경사를 얻은 윌슨은 5월 20일(미국기준) 감격적인 첫 등판을 가졌다. 이후 마이너를 오갔고 메이저리그에서 9경기(5선발)에 나와 3.50의 ERA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2016년 윌슨은 성적이 나빠졌다. 메이저리그 무대도 그랬지만 트리플A에서도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긴 했지만 5점대 ERA를 기록한 끝에 마이너로 내려갔고, 마이너 무대에서도 작년까지의 좋은 활약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불펜투수로 뛰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17시즌에는 7점대 ERA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더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을 떠나게 됐다.

# 투구 스타일

윌슨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포심, 투심(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로, 기존에 한국에 들어오는 선수들과 상당히 유사한 유형의 투수다. 선발로서 메이저리그에서나 마이너리그에서나 이닝 소화력은 5.5이닝 정도로 아주 인상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윌슨의 메이저리그 기준 레퍼토리(출처 : Brooksbaseball)

패스트볼은 90마일(144km/h)의 평균구속을 가지고 있다. KBO 무대 기준으로는 그리 느린 공도 아니고 최고구속으로 94마일(151km/h)까지 기록한 적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구속으로 승부를 보는 타입은 아니었다. 투심(싱커) 역시 비슷한 구속을 보이며 두 패스트볼로 레퍼토리의 60~70%를 꾸려간다.

가장 많이 구사하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패스트볼을 분리해놓고 봤을 때는 전체 구종들 중 두 번째로 많이 구사한다. (20%) 80마일(129km/h) 초반대의 느린 슬라이더를 활용하는데 16시즌에는 투구추적시스템 상 커브로 잡힐 정도로 낙폭이 있었던 반면, 작년에는 이 슬라이더 무브먼트가 무뎌지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체인지업은 좌완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은 하고 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데뷔 후 세 시즌 모두 구종가치가 마이너스이고(브룩스베이스볼 기준) 피안타율 .333, 피장타율 .515로 둘 모두 투심(싱커)을 제외하고 가장 나쁘다. 그러다보니 16시즌 제외하고는 좌타자에게도 슬라이더 구사율과 체인지업의 비율이 거의 1:1이었다.

전체적인 스타일로는 수준급 제구력을 동반한 빠른 승부를 즐기는 투수다. (통산 9이닝 당 2.3볼넷)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타석 당 3.26개의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타석 당 평균 3.56구) 어느 정도의 구위를 가지고 맞춰잡는 경제적인 게임운영을 선호하는데 마이너리그에서는 방망이를 이길 힘이 있어 살아남았지만 끝내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전략을 가지고 헤쳐나갈만한 구위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실패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 KBO 투수들과의 비교

듀브론트와 비교대상인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의 주요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앞서 살펴봤듯 윌슨은 투심(싱커)과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투수들과 상당히 유사한 레퍼토리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땅볼을 많이 유도하려는 유형의 투수로 KBO에도 불고 있는 홈런 열풍 분위기에 맞서는데 적합한 선수다.

전임자 허프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격차가 윌슨과 상당히 유사하다. 허프도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9이닝 당 7개 정도 삼진을 잡았었다. 시즌 초반부터 함께하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던 2017시즌의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에 보여줬던 정도의 삼진 능력까지 되찾았다. 윌슨이 자신감을 가진다면 이닝 소화력 보완을 위해 빠른 인터벌과 빠른 승부로 무장한 허프의 전략을 참고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구종 조합이 유사한 투수로는 SK의 메릴 켈리가 있다. 패스트볼 구속 차이라든가, 커터성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나, 켈리와 윌슨은 땅볼 유도에서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 KBO 통산 땅볼/뜬공 비율이 1.75에 달하며, 16시즌에는 뜬공의 2배에 달하는 땅볼을 유도했었다. 각 구종의 비율 구성이 유사하기에 타자 공략에 있어 카운트 싸움이나 어떤 코스를 적극 공략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관전 포인트

윌슨 전체 구종 투구 히트맵(출처 : Baseballsavant)

그는 미국에서 내구성을 자랑하는 투수였다. 팀 선배 허프에 비해 윌슨이 가지는 강점도 바로 선발로 활약하면서 연 24경기 이상을 꾸준히 등판했다는 점이다. 허프의 활약 중 유일한 옥의 티가 바로 잦은 잔부상이었다. 윌슨이 KBO에서 견실한 투구를 해준다면 LG는 허프를 어느 정도 잊고 시즌 내내 자신의 선발 트로이카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인 그를 평가함에 있어 구위가 활약여부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미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윌슨의 9이닝 당 삼진 갯수는 극명하게 갈렸다.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 당 7.4개를 잡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는 4.8로 비율로 3분의 1 가량이나 적었고 피홈런 수치나 뜬공비율도 시즌이 지날수록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구위로 버텨내야만 분석된 상황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윌슨이 타자친화구장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또 지옥의 지구로 악명높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탈출해 드넓은 잠실구장에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최근 두 시즌 상승일로를 그렸던 9이닝당 피홈런 수치(16년 1.44개→17년 1.76개)를 감안하면 메이저리그를 떠나 좀 더 수월한 리그에서 투수친화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윌슨은 더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광활한 외야가 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9이닝당 한 개가 채 안되는 피홈런(0.9) 수치를 나타냈다. 원래 땅볼 유도를 하는 스타일의 그는 잠실이 아닌 다른 구장을 홈으로 쓰더라도 홈런 억제력이 충분히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대신 광활한 외야에서 LG 외야수들이 뜬공을 아웃카운트로 바꿔줘야 윌슨이 넓은 구장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이형종, 안익훈, 이천웅 등 중견수와 우익수에서 활약할 선수들이 좌익수의 김현수를 잘 커버하면서 윌슨도 도와줘야한다.

내야 수비는 아직도 대부분의 자리에 주전이 결정되지 않았다. 유격수는 오지환의 거취가 변수인 상황이고, 2루수는 기존의 주전이던 손주인이 이탈했다. 1루도 세 명의 선수가 격돌하는 상황에 유일하게 주전이 확정된 3루수 가르시아 역시 수비가 탄탄한 선수가 아니다.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하는 윌슨에게 있어 이런 내야 상황은 너무나 좋지 않다. 마이너리그 시절의 삼진 능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고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평균자책점 1위였지만 아쉬운 PO 탈락의 성적표를 받아든 LG는 FA 김현수, 외국인타자 가르시아의 영입 등으로 타선 보강에 힘썼다. 반면 마운드는 작년의 투수들을 믿으면서 유일한 변수라고 할 수 있는 허프 이탈을 지우기 위해 나름의 경력을 가진 윌슨을 영입했다. 과연 윌슨은 탄탄한 내구성과 스마트한 투구로 LG 선발 트로이카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