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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투수지옥' 문학서도 기죽지 않는 플라이볼 피쳐 문승원

2018-06-18 월, 09:42 By 이정민
홈런 비율 높은 타자 친화구장 문학 홈으로 쓰는 SK 문승원

우회 대신 정면돌파 택한 '상남자' 플라이볼 피쳐

▲ SK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우완 문승원 ⓒ SK 와이번스

올 시즌 투수들에게 문학구장은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환경이다. KBO리그 구장들 중에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은 편에 속하는 데다가 펜스가 낮아서 홈런이 가장 잘나오는 구장 중 하나다.

특히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는 SK가 홈런군단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장타력을 갖춘 팀과 SK가 문학에서 맞붙을 경우 3연전내내 홈런잔치가 열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주 문학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주말시리즈에서는 3경기동안 20개의 홈런포가 터지며 등판하는 투수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3연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SK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은 주로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땅볼형 투수들이 주를 이룬다. 김광현,산체스,켈리,박종훈 4명의 선발투수 모두 뜬공보다 땅볼을 많이 유도해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단 문승원만 반대다. 문승원은 올 시즌 68개의 땅볼을 유도하는 동안 91개의 뜬공을 유도해냈다. 문승원은 땅볼 투수들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은 SK 선발진의 유일한 뜬공 투수인 셈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문학구장은 국내에서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구장 중 하나다. 그 구장을 홈으로 쓰는 '플라이볼 피쳐' 문승원이 피홈런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2018시즌 9이닝당 피홈런 순위(규정이닝 소화 기준)

▲ 기록제공=KBReport.com 야구기록실, (6월 17일 기준) ⓒ 케이비리포트

기록에서도 보여지듯 문승원은 9이닝당 1.41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중 피홈런 4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에도 문승원은 9이닝당 1.45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올 시즌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렇다면 문승원의 피홈런 문제는 심각한 성적부진으로 이어질 고민일까? 문승원의 성적을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릴 수 있다. 문승원은 76.2이닝을 4.5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승원은 올 시즌을 팀의 5선발로 시작한 선수다. 대부분의 팀에서 5선발 역할을 맡은 투수가 규정이닝 조차 채우지 못하는 투수들이 대부분인 것을 감안할 때 문승원은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뜬공 투수임에도 피홈런을 두려워하지 않고 빠른 승부를 가져가는 모습이 돋보였다. 문승원은 9이닝당 1.76개의 볼넷만을 내주며 상대 타자들에게 손쉽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문승원보다 9이닝당 볼넷을 적게 내준 국내 투수는 고영표(1.44)와 양현종(1.69)밖에 없다.

대부분 타자 친화구장을 사용하는 플라이볼 피쳐들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스타일을 바꾸는 것을 시도한다. 다른 구종을 장착해 뜬공 비율을 줄이고 땅볼 비율을 높이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피해가는 승부를 하다 볼넷이 늘어나 성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SK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문승원은 투수들의 지옥인 문학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비록 피홈런을 허용할지라도 빠르게 승부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그야말로 상남자스러운 투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승원이 문학에서도 당당하게 투구를 해준 덕에 SK는 선발진 운영에 한 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상 복귀 첫 시즌인 김광현의 등판 간격을 조절해 여유를 줄 수 있는 것도 5선발 문승원이 다른 팀 2,3선발처럼 투구를 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야구에 정답은 없다.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에서 플라이볼 피쳐가 무조건 부진을 거듭할 이유 역시 없다. 지난 시즌부터 문승원은 야구가 변수의 스포츠임을 증명하며 보는 재미를 한 층 더해주는 투수로 살아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