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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정강민의 외국인 리포트] 넥센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

2018-08-10 금, 11:48 By 정강민
작년 최악의 활약을 보인 외국인 타자 대니 돈과 결별한 넥센은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던 외야수 마이클 초이스를 대체선수로 영입했다. 영입 당시 불안했던 시선을 비웃듯, 초이스는 46경기 .307 .388 .653에 17홈런 42타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엄청난 활약을 했다. 시즌 후 당연하다는듯이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기대를 갖고 들어온 2018시즌, 작년의 활약이 무색하게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타율이 많이 떨어졌고 작년과 같은 홈런 수에 도달하는데 무려 40경기가 더 필요했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듣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결국 넥센은 그와 결별하기로 했다. 올시즌 96경기 .258 .335 .458 17홈런 61타점의 기록을 남긴 그는 넥센의 유니폼을 벗었다.

8월 7일자로 초이스를 웨이버 공시한 넥센은 곧이어 또다른 외국인 외야수 제리 샌즈와의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중도합류 선수인지라 총액 10만 달러에 계약이 됐다. 주말에 한국으로 도착한 후 취업비자발급절차를 밟을 예정인 샌즈는 16일 합류가 예정되어 있다.

타율과 홈런은 분명 아쉬웠지만 볼삼비율 등 다른 스탯은 나쁘지 않았던 초이스. 그러나 수비도 몰락했고 여기에 태도 문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넥센은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그를 외국인 교체 마감시한 직전 과감히 포기하는 선택을 내렸다. 샌즈는 넥센의 큰 결심을 포스트시즌 티켓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 HISTORY


2008년 다저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한 샌즈는 그 해 루키리그에서는 부진했다. 이듬해 다른 루키팀에서 좋은 활약을 한 그는 싱글A에 중도 승격하는데 성공했다. 

2010년 싱글A와 더블A까지 주파한 샌즈는 다음 해에는 트리플A 무대에 승격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MLB 데뷔전도 생각보다 일찍 갖게되는 겹경사까지 누렸다.

11시즌 중반 MLB 무대에 감격스레 데뷔한 샌즈는 약 3개월 남짓한 기간을 활약하며 OPS .727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안드레 이디어, 맷 켐프가 버틴 외야 2자리는 괜찮았지만 샌즈가 주로 보는 좌익수 포지션에 뚜렷한 주전이 없었다. 덕분에 신인으로 괜찮은 활약을 보인 샌즈가 다저스 좌익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2시즌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단 9경기만 출전한 후 피츠버그로 떠나게 됐다. 트리플A에서는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가 메이저리그만 올라오면 타격이 나빠지는 쿼드라A형 선수라는 이미지도 쌓고 말았다.

이후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하다 독립리그에서도 뛰는 등 샌즈에게 MLB 관문은 점점 멀어져갔다. 이후 템파베이, 클리블랜드 등을 거쳤지만 역시나 실망스러운 활약을 반복했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일이 계속됐다.

작년에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면서 메이저 진입을 노렸다. 하지만 트리플A도 아닌 더블A에 배정됐다. 그리고 시즌 내에 트리플A로 승격되지도 못했다. 과거 우수한 거포 유망주로 트리플A를 폭격하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였다.

올해도 더블A에서 시작 후 트리플A 무대도 밟았지만 끝내 샌프란시스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트리플A로 승격되어 22경기를 소화한 후 샌즈는 넥센의 요청을 수락하며 아시아 무대를 노크하게 됐다.

# 플레이스타일


준수한 타율과 선구안을 갖춘 거포로 과거에는 장타율 5할은 물론 순수장타율 2할도 손쉽게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도 5할을 넘긴 기록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장타력은 아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타격 생산성이 준수한 선수다. 다만 그 모습이 메이저리그까지 이어지지 않아 정착에 실패한 케이스다.

브레이킹볼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좌완을 상대로는 어느 정도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우완투수의 포심 패스트볼에 상당한 약점을 드러냈던 것이 메이저리그 안착 실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좌완이 던지는 패스트볼에는 타율(.274)도 장타율(.500)도 마이너리그 성적과 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우완이 던지는 패스트볼에는 타율 .185에 장타율 .259로 전혀 손을 쓰지를 못했다. 다른 패스트볼 계열도 성적 편차가 있지만, 볼배합에 기초가 되는 포심에 고전한 것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선구안 부분도 같이 무너졌고 메이저리그 무대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필드 곳곳으로 공을 뿌리는 스프레이 히팅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의 최전성기였던 2010-11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뛸 당시에도 반대편으로 가는 타구가 거의 40%에 육박할 정도였다. 특히 공을 띄웠을 때는 타구가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따. 반면 잡아당기는 타구들은 땅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커리어 중반 이후에는 땅볼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프트 수비에 땅볼의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가 더 중요해졌다.

수비력은 의외로 괜찮은 편인데, 통산 1루(132.2이닝 출전)와 우익수(339이닝 출전) 자리에서의 UZR 수치 +를 기록했다. 물론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출전해 거둔 성적은 아니지만, 지명타자와 우익수로 기본적으로 나오면서 유사시 박병호의 1루 백업 역할을 병행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단 수비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어느 정도의 정확성과 참을성을 겸비한 거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는 패스트볼 적응(우완투수) 실패로 장점이 무너진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구종 대처력 부분은 차이가 있지만, 단순한 성적 추이로는 새로운 팀메이트가 될 박병호와도 꽤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과의 비교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 5할을 기록하는 선수가 KBO리그로 오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다. 지금 활약하고 있는 국내 외국인타자들 중 마이너리그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496의 다린 러프였는데(통산 타율은 .295) 그 기록을 깼다. 특히 샌즈는 러프보다 타율이 2푼이 더 낮은 상황에서 5할 장타율을 찍었다.

전임자 초이스보다 선구안과 파워 면에서는 확실히 우위를 가지고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 경기 당 1개 이상의 삼진을 당한 초이스와 달리 삼진율이 훨씬 낮다.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는 것, 인플레이 변수를 만드는 것 모두 샌즈 쪽이 한수 위인 것으로 보인다. 수비 스탯 역시 샌즈 쪽이 더 괜찮다고 나타내고 있어, 적어도 미국 시절에는 샌즈의 활약이 초이스보다 괜찮았다고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스크럭스와 제이미 로맥 이외에도 러프, 에반스 등 국내 리그에서 선호받는 유형의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샌즈도 마이너시절 타율 대비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갖춘 선수였다. 대표로 언급된 두 선수의 경우, 직전에 뛰었던 마이너리그 팀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기세를 몰아 한국리그에 정착했다. 스크럭스는 16년도 마이애미 말린스 트리플A팀에서 93경기 만에 20홈런을 주파하는 등 타율 .290에 OPS .973이라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로맥은 일본에서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이듬해 샌디에고 트리플A 팀과 계약을 맺고 25경기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하는 등 실패를 딛고 완벽히 반등을 이뤄냈었다. 한국리그에서도 첫 해 정확성은 고전했지만 102경기만에 31홈런을 치며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좋은 공을 골라치면서 동시에 볼에는 인내심을 발휘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해냈다. 그 결과 작년 리그 홈런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던 선수였지만 올해는 3할 3푼대 타율과 홈런 선두를 동시에 달성하는 괴물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샌즈는 최근 몇년 간 장타력이 예전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더블A에서 2할 5푼대 타율에도 5할 장타율을 달성했고 트리플A 22경기 동안 .310의 타율을 기록하는 좋은 흐름 중에 한국으로 건너오게 됐다. 언급된 두 선수처럼 직전 팀에서의 좋은 기운을 가져올 수 있다면 넥센에게 큰 호재가 될 것이다.

# 관전 포인트

역시나 스트라이크 존 적응이나 구종 대처력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특히 KBO 투수들의 패스트볼에 적응이 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는 브레이킹볼에 고전하면서도 좌완 상대 패스트볼만큼은 대처를 해내면서 좌완에게 .285의 타율과 함께 조정창조득점력(wRC+) 125를 기록했다. 반면 우완 상대로는 패스트볼도 대처가 안되면서 wRC+가 62로 뚝 떨어졌다. 패스트볼 대처가 잘 된다면, 타석에서 자신감을 확실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브레이킹 볼에는 대처하지 못했지만, KBO 투수들의 것에는 또 다를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볼 대처에 자신감이 붙는다면 KBO 투수들이 던지는 브레이킹볼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비해서는 약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 약점으로 지적된 장타력(팀 장타율 7위 / 팀 홈런 5위)을 보완하기 위해 초이스(장타율 .458)를 대신할 선수로 지목했다. 샌즈가 마이너리그에서 .458 미만의 장타율로 시즌을 끝낸 적은, 트리플A 시절 13시즌과 16시즌뿐이었다. 올시즌은 더블A에서 .508, 트리플A에서 .493이었다. 특히 더블A에서는 타율이 .258로 초이스의 퇴출 시점 타율과 같았다. 이런 샌즈의 장타 본능이 포스트시즌과 그 이상을 노릴 넥센에게 힘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25라운드 지명을 딛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마이너리그에서 성공을 맛봤던 샌즈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새출발에는 많은 기대가 얹혀 있다. 샌즈의 한국리그 도전기와 넥센의 포스트시즌 행보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