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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정강민의 외국인 리포트] KIA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

2020-02-11 화, 12:55 By 정강민
'오랜 구애' 가뇽, KBO 성공신화 이룰까
투피치 약점 가뇽, 밴헤켄-프리드릭 잇는 성공사례 만들까

KIA 브룩스와 가뇽이 훈련중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 OSEN]


2019시즌을 앞두고 KIA는 V11에 기여한 외국인 투수들과 차례로 이별한 뒤, 이름값이나 아시아 경력 등 주목할 요소가 많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이들의 행보는 팀에게 당혹감만을 안겨줬다.

NPB 출신으로 빠른 적응을 기대한 윌랜드는 나름대로 활약했지만, 체력문제에 고생했다. 터너는 한술 더 떠 투구 내용은 물론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외국인 투수였다. 이에 최하위까지 떨어진 KIA는 시즌을 일찌감치 포기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 없이 팀 재정비에 힘쓰다 메이저리그 감독(워싱턴)을 지낸 바 있는 맷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새출발을 다짐하며 외국인 감독까지 모셔오는 수고스러운 모습도 마다하지 않은 KIA는, 메이저리그에서 네트워크를 가진 윌리엄스 감독의 추천으로 애런 브룩스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뒤, 브룩스와 짝을 이뤄줄 선수를 추가로 영입했다. 두산 플렉센과 마찬가지로 메츠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가뇽은 원래 11월 중순부터 지방구단에서 영입설이 있다는 소식이 있었던 선수였다. 그러다 일본리그 얘기가 나오면서 잠시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최종적으로 KIA와 계약을 맺고 한국리그를 택했다.

감독 추천에 의해 영입된 브룩스였는데, 이번에 영입한 가뇽 역시 윌리엄스 감독과의 전화 끝에 설득에 성공하여 계약을 이끌어냈다. 외국인 감독의 합류 이후 진행된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 KIA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며 준수한 투수들을 영입했다. 그 과정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이나 무게감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들도 있었다. 가뇽은 브룩스-양현종과 짝을 이뤄 3년 전의 막강 선발 트리오를 재현해달라는 임무를 받고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HISTORY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캘리포니아 출신의 가뇽은 고등학교 졸업시즌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했던 모습을 인정받아 10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프로로 가지 않고 대학으로 향했다. 대학에서 3년을 보낸 가뇽은 3학년 때 15경기에 나와 2점대 ERA를 기록하는 활약을 했고, 이 모습에 밀워키 브루어스가 그를 3라운드에서 지명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일순간 마음이 풀리기라도 했는지, 입단 직후 치룬 루키리그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8경기 19이닝 3패 8.05)

그렇게 프로에 오자마자 쓴 맛을 본 가뇽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싱글A에서 공을 투구했고 싱글A와 상위싱글A를 오가면서 25경기 149⅔이닝을 투구해 7승 3패 2.83으로 꺾였던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2013시즌은 또 10경기 등판해 5점대 ERA로 흔들렸고, 이전 시즌의 성적을 감안하고 동기부여를 겸해 더블A로 레벨을 올렸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16경기 84이닝 4승 9패 5.57) 3라운더로 나름 상위 라운드에 뽑힌 기대치는 희미해져갔고 커리어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 

2014시즌에는 28경기 154⅔이닝 소화하면서 3.96의 평균자책점과 11승을 기록하면서 빛을 봤나 했지만, 15시즌 타자친화적인 PCL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구장 중 하나인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합류했다가 매운맛을 잔뜩 보고 더블A로 도로 내려버리는 수모도 겪었다. 20경기에서 1승 11패에 7점대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자 팀은 이듬해부터 불펜으로 바꿔줬지만 소용 없었다. 더블A에서 조정을 하고 나서 트리플A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56의 ERA를 기록하며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험준한 환경에서 적응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밀워키는 그를 포기했고 2016시즌이 끝난 이후 에인절스와의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고향팀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리플A에서도 롱릴리버 수준으로 기용되는 투수에 그쳤고 다시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크게 부진해 1년 만에 팀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메츠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18년 7월 초까지 102⅓이닝을 투구하며 4.40으로 눈에 띄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7월 10일,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린 선발등판 예고가 이뤄졌고,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상대에서 4⅔이닝 6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트리플A로 돌아갔다가 9월 확장로스터 기간에 다시 올라와 불펜으로 4경기에 등판해 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을 끝냈다. 메이저리그 기회를 받아 의욕이 생겼는지 19시즌 타자의 강세가 두드러진 트리플A에서 모처럼 2점대 평균자책점에 경기당 6이닝에 육박하는 이닝소화력까지 보여주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빅리그 기회만 받으면 거짓말처럼 무너져내렸고, 결국 트리플A에서는 2점대-메이저리그에서는 8점대라는 엄청난 격차만 보여준 채 시즌을 끝냈다. 그리고 아시아권 팀의 관심과 오퍼를 받았고, 선수 본인도 열의를 보인 끝에 계약에 성공해 새로운 환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 플레이스타일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두 가지 구종을 가지고 대부분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투피치형 투수였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질 순 있지만 둘이 합쳐 15% 정도에 그친다. 투피치형 투수로 마이너 통산 9이닝당 7.7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투피치의 한계를 구위로 압살해온 투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커리어에서 어려움을 겪은 지점들이 있었다.

패스트볼은 포심을 던지며 평균구속 92마일대에 최고구속은 95마일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물론 KBO 리그에서 보면 정상급 구속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저 정도 최고구속도 이제 예사로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구종이 다채롭지 못한데다가 구위로 찍어누를 수 있는 상황도 못되다보니 메이저리그에서는 전혀 타자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MLB vs 가뇽 패스트볼 .388 .441 .753 9피홈런) 가진 한계들이 명확한데 국내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의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볼의 위력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 앞에 힘을 잃었지만, 체인지업은 달랐다. 각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10마일 정도의 구속차를 보였고 좌우타자 상관없이 활용해 재미를 보았다. 실제로 타석 위치별로 카운트한 체인지업 갯수가 거의 1:1에 육박할 정도로 상대를 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우타자를 상대로 더 재미를 보았다. (우타 상대 .107 1피홈런 / 좌타 상대 .240 2피홈런) 체인지업은 국내에서도 계속 빛나줘야 할 그의 주무기로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가뇽의 체인지업 히트맵

출처: Baseball Savant

슬라이더와 커브는 모두 우타자에게 편향된 쓰임새를 보이며 초구 혹은 유리한 카운트에 주로 활용해왔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전체 샘플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지만 카운트 빌드용으로만 주로 활용하다보니 상대 타자들의 타격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커리어에 선발로 남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구종 활용을 탈피할 필요성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전략을 짜서 활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KBO 외국인 선수들과의 비교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1라운더 출신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전임자 터너의 모습은 가뇽이 경계해야할 것이다. 구위 부족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생을 했고 마이너에서도 쉽지만은 않았던 여정을 거쳐온 선수인데, 구위도 그렇고 특히 터너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시절 회전수에서 인상적이지 못했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은 점은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무대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빠르면서도 내실 있는 패스트볼을 준비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조로운 볼배합의 투수로 가장 최근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NC 다이노스의 크리스티안 프리드릭이 있다. 그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스탯티즈 구종가치로 단 72이닝만에 8.9라는 성적을 냈다. 구종이 많지 않더라도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인데 이는 작년 시즌 초반 마구로까지 극찬을 받았던 제이크 톰슨의 슬라이더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프리드릭은 빅리그에서도 수준급 구종(커리어 구종가치 13.2)이던 슬라이더의 위용이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반면 가뇽의 경우 체인지업이 빅리그에서 선전은 했지만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다. 프리드릭에 비해 좀 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는데, 과거기록을 뒤로 하고 실제 리그를 옮기고 나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만큼 가진 구종들을 얼마나 갈고 닦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건강 측면에서는 프리드릭보다 더 유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밴헤켄은 단조로운 구종을 가지고도 성공을 이뤄낸 또다른 사례에다가 프리드릭과 달리 장수를 이룬 투수라는 점에서 가뇽이 가장 잘 풀렸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구속은 가뇽보다 느릴지 모르지만, 투구폼 차이가 없고 악력 조절을 통해 탄착에 차이를 두는 등 차별점을 갖는 밴헤켄만의 시그니쳐 스플리터를 통해 구종의 단조로움을 극복해낸 사례이다. 사실 구종가치 상으로 그 스플리터를 프리드릭의 슬라이더와 1대 1 비교했을 때는 스플리터가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지만,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역할은 훨씬 잘했고 결국 삼진은 밴헤켄이 더 잘 잡아냈던 바 있다. 가뇽의 경우에도 과연 제한된 구종 속에서 타자들을 현혹시킬 포인트를 추가적으로 줄 수 있을지를 역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관전포인트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그간 KBO 외국인 투수 영입을 살펴보면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춘 투수를 선호해왔다. 국내투수들이 아무래도 변화구를 갖추더라도 가진 변화구를 모두 완성도 있게 던지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보통은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로 내세우는 외국인 투수에게 있어 에이스 역할과 함께 다양하고 이들을 모두 잘 던질 수 있는 모습도 같이 기대해왔다. 이런 부분에서는 가뇽은 아쉬움이 있는 투수다. 어떤 전략을 들고올지 준비과정부터 그를 자세히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국내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기본적으로 확실한 선발 트리오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KIA의 선발진은 가뇽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과 브룩스가 로테이션 최전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수월한 매치업을 맞이할 수 있는등 적응 과정에서 부담감을 완화시켜주는 장치들을 잘 갖춘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소 여유가 있는 로테이션 상황을 힘입어 가뇽이 부담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의 무기들을 잘 갈아 트리오의 한 축을 굳건히 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가뇽의 허용타구 발사각도

출처: Baseball Savant

가뇽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피홈런이 너무나 많았다. 2018년에도 9이닝 당 1.5개의 홈런을 허용해 많은 편이었는데, 작년에는 이 수치가 4.2개로 폭등하면서 사실상 메이저리그 잔류에서 백기를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BO의 공인구 효과와 홈런 억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챔피언스 필드 구장의 도움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더구나 9이닝 기준으로 마이너리그에서는 0.9개의 피홈런으로 채 1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위가 어느 정도 통하면 홈런으로 고생할 투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근 2년 간 심각함도 넘어 당혹스러웠던 피홈런 문제를 이제는 지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최근 2년 간 이전보다 제구력이 더 개선된 부분이 있다. 공인구 변화로 타자친화적인 성향으로 진행된 시즌임에도 트리플A에서 2019시즌 2.33이라는 특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부분이나 처음 콜업됐던 2018시즌이나  모두 볼넷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엔 9이닝당 3개였는데, 이를 2개 전후로 떨어트렸었다. 제구에 자신이 더 붙은 이 때, 새로운 리그에서 존을 더욱 잘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성향차가 있기 때문에 애써 잘 잡아놓은 제구력과 존 활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차이를 잘 숙지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꼴찌의 오명을 씻기 위한 KIA의 노력도 충분히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 감독부터 시작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로테이션을 돌던 선수와 일본리그를 알아보던 선수를 설득해 마음을 돌리게 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것은, 작년 시즌의 큰 실패요인으로 꼽힌 부분의 실책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KIA의 정성에 가뇽은 어떻게 응답할까. 선발 로테이션의 중앙부를 두텁게 해줄 임무를 받은 그가 갑작스런 어두움에 휩싸인 타이거즈 왕조를 건져올리는데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