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빡꾸의 세이버메트릭스] 타석에서의 인내심이 뛰어난 타자를 확인하는 방법
타석에서 인내심이 뛰어난 타자는 어떤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까?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투구에 대해 얼마나 스윙을 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은 스트라이크존 밖의 공에 대한 타자들의 스윙 비율(O-Swing%)을 비교함으로써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그 평균에 비해 인내심이 뛰어난 타자라면 당연히 존을 벗어난 투구에 대한 스윙 비율(O-Swing%)이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든 스윙을 좀체 하지 않는 타자라면 인내심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까?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스윙을 많이 하면서 존 밖을 향하는 볼에 대해서만 스윙을 하지 않아야 진정 인내심이 뛰어난 타자로 평가할 수 있다.
타석에서의 인내심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Z-Swing%)과 존 밖의 공에 대한 스윙 비율(O-Swing%)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2014년 이후 최근 4시즌 간 KBO리그 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타자들의 Z-Swing% 는 평균적으로 O-Swing%에 비해 약 2.5배 더 높았다.
즉, KBO리그의 평균적인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존의 공에 대해 존 밖의 공보다 2.5배 더 스윙을 많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정 타자가 리그 평균 타자에 비해 얼마나 더 인내심이 뛰어난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인내심 지수 산출 공식
타자의 인내심 지수는 0이 평균값이며, 인내심이 높은 타자일수록 높은 값을 얻게 된다. 5% 이상이면 리그 평균에 비해 좋은 편이고 10% 이상이면 리그 정상급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17시즌 KBO리그에서 인내심 지수가 가장 높았던 타자들은 누구일까? (규정타석 기준)
타석에서 매우 공격적이라는 일반의 선입견과 달리 17시즌 최다안타 1위(193개)를 차지한 손아섭의 인내심 지수가 가장 높았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그의 스윙 비율(Z-Swing%)은 69.2%였다.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47인 중 18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축에 속했지만 존 밖의 공에 대한 스윙 비율( O-Swing%)은 22.1%에 불과해 47인 중 네 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손아섭은 '100억 타자' 최형우(96볼넷)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볼넷(83개)을 얻어내며 0.420의 매우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고 시즌 후 FA 4년 총액 98억의 대박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넥센 서건창과 NC 박민우 역시 13% 이상의 높은 인내심 지수를 기록했다. 두 선수 역시 .400 이상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인내심 지수는 의외로 타석에서의 생산성과의 상관 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미 규정타석을 기록한 타자들은 타석에서의 인내심과는 별개로 장타 생산력, 높은 컨택률, 빠른 주력 등 저마다의 생존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 지표는 [타석당 볼넷비율]과는 상관성이 높다. Z-Swing%과 O-Swing%만으로 타자의 성적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타자의 볼넷 비율은 어느정도는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 손아섭의 최근 5시즌 볼넷% 기록
볼넷은 사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가 얻어내기 쉬운데 투수가 그만큼 정면승부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인내심 지수는 타자의 장타력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타자의 타격 접근법만으로 볼넷 비율을 설명할 수 있어 유용하다.
참고로 지난해 인내심 지수 하위 10위는 다음과 같다. (규정타석 기준)
지난해 최고 타율(0.370)을 기록한 KIA 김선빈의 경우 하위 6위를 기록했지만 리그 1위인 컨택%(93.4)를 통해 알 수 있듯 자신만의 존을 적극 공략해 데뷔 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관련 기사: '연봉 8천' 김선빈, 최형우만큼 빛났다 )
하위 1-3위인 강한울- 하주석-양석환은 인내심 지수가 -20%를 넘어섰는데 보다 안정적인 활약을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suxism.com ]
세이버메트릭스 칼럼니스트 썩빡꾸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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