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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건담 철혈의 오펀스’, 로봇 액션 아닌 일부다처제로 승부했다?

2017-04-21 금, 15:56 By 이용선

상명하복 강조, 군국주의의 향기

조직폭력배의 상명하복을 강조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주인공 미카즈키는 올가의 충견을 자처하면서 자신과 동료들의 행동이 옳은지 단 한 번도 고뇌하지 않았다.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가 건담에 탑승해 무단이탈하고 동료의 죽음에 대해 상급 장교에 항의하다 뺨을 얻어맞는, 전쟁을 고발하는 장면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TV 방영 포스터 ⓒ 소츠, 선라이즈, MBS

미카즈키는 충직한 살인기계에 불과했다. 내적 갈등을 통한 정신적 성장은 건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교과서적 행보였지만 미카즈키는 이와 무관했다. 자아 성찰도, 각성도 없다. 인간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완벽한 살인기계에 시청자의 감정 이입은 불가능했다. 

내적 갈등 없이 상명하복에 충실한 살인기계는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마저 묻어난다.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이 옳은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면 태평양 전쟁을 획책하고 가미가제로 죽어간 일본군과 다를 바 없다.   

엉성한 갈등 구조

캐릭터 간의 관계의 유기적 묘사도 실패했다. 주인공과 라이벌의 선명한 대립 구도는 건담 시리즈의 필수 요소 중 하나였다.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와 샤아는 로봇 애니메이션 역사 상 최고의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라이벌로 출발해 ‘기동전사 Z건담’에서 한때 동료가 되었으나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에서는 인류의 혁신을 놓고 다시 대립하게 된다. 팬들은 아무로와 샤아 어느 쪽에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두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에는 미카즈키의 라이벌이 존재하지 않는다. 타고 난 천재 미카즈키를 능가하기는커녕 위협할 만한 존재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그 어떤 파일럿도, 심지어 300년 전 인류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은 거대 MA(모빌 아버) 하슈말조차도 미카즈키 앞에서는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립 관계를 통해 작품 전체에 흥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든 시리즈물의 공식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다. 

로맨스도 없었다

역대 건담 시리즈를 장식했던 또 다른 재미는 로맨스였다.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는 라이벌 샤아의 연인이었던 라라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을 넘어서는 감정을 느끼고 교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적과의 사랑은 이후 ‘기동전사 Z건담’의 카미유와 포우,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의 시로와 아이나의 사랑으로 변주되었다. 

반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주인공 미카즈키에게는 로맨스가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밀했던 아트라, 여주인공 쿠델리아와 1기 초반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듯했다. 그러나 미카즈키는 올가에 대한, 우정으로 포장된 충성 외에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다. 주인공이 두 여자 모두에 무관심하니 로맨스가 성립할 수 없다. 여주인공 쿠델리아는 2기 들어 미카즈키와의 접점도 잃고 화성 해방 운동의 동력도 상실하면서 비중이 사실상 사라졌다. 

조연 캐릭터 중에서도 이렇다 할 로맨스는 없었다. 2기부터 철화단의 정비사 유키노죠가 테이와즈로부터 파견된 메리빗과 커플이 되지만 그들의 로맨스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았다. 

여성 각본가의 일부다처제 예찬

더욱 놀라운 것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가 일부다처제를 이상적인 남녀 관계로서 예찬했다는 점이다. 철화단을 돕는 조직 ‘터빈즈’는 리더 나제를 제외하면 모든 구성원이 여성이다. 그리고 그 모든 여성들이 나제의 아내이다. 

일부다처제라면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아내들 간의 갈등은 없었다. 나제가 수십 명의 모든 아내들을 포용할 만큼 마음이 넓은 남자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의 실체는 나제와 첫 번째 아내 아미다에 대한 나머지 아내들의 맹목적인 복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화단이 강조했던 상명하복이 터빈즈에서는 성(性)을 바꿔 적용된 셈이다.    

고아 출신인 아트라는 터빈즈의 일부다처제에 매료되어 미카즈키를 쿠델리아와 공유하려는 어이없는 사고방식을 지니게 된다. 극중에는 미카즈키를 아트라와 쿠델리아가 함께 포옹하는 일부다처제적 장면이 반복 제시된다. 

일부다처제는 여성을 불행하게 만드는 제도다. 일부다처제가 유지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 여성은 차별받으며 그들의 삶은 비참한 경우가 많다. UN은 남녀평등과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부다처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의 진보를 고민했던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달리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퇴행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다처제를 앞세워 여성 혐오 및 비하마저 읽히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시리즈 구성 및 각본을 여성인 오카다 마리를 맡았다는 점이다. 왜 여성 작가가 앞장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각본을 집필했는지 의문이다.   

터빈즈의 일부다처제의 영향을 받은 아트라는 미카즈키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사랑의 산물이라 보기는 어렵다. 미카즈키는 사랑이 결여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터빈즈에서 본 아기가 귀여워 가지고 싶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여자(아트라)는 아이 낳는 기계’라는 왜곡된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왜곡된 성 의식은 일부다처제와 사랑 없는 출산뿐만이 아니다. 고아인 맥길리스는 과거 소년 동성 매춘부였으며 양아버지에게 성적 봉사를 위해 입양되어 동성 근친 미성년 성폭행까지 제시되었다. 일본 현지에서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일요일 오후 황금시간대에 지상파 MBS를 통해 방영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로봇 액션도 볼거리 없어

자극적 성 의식을 나열했지만 정작 로봇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오락성은 낙제점이었다. 2기를 통틀어 도합 50화가 방영되는 동안 무려 15회 분량이나 로봇 액션이 없었다. 캐릭터 간의 갈등 구조 역시 엉성한 가운데 볼거리인 로봇 액션마저 시원치 않았다. 

건담 세계관에서 로봇을 의미하는 'MS(모빌 슈트)'의 디자인만큼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주역 MS 건담 발바토스는 기존의 건담의 전형성에서 탈피해 동물적이면서도 기사와 같은 이미지를 발산했다. 2기 들어 등장한 건담 비다르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주역 로봇 건담 발바토스 ⓒ 소츠, 선라이즈, MBS

하지만 건담 발바토스는 전장에 나가 활약하기보다 격납고에 머물며 보낸 시간이 길었다. 시청자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소소한 변화를 ‘제2형태’, ‘제3형태’ 등으로 분류해 프라모델 등 캐릭터 상품을 판매해 상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건담 비다르는 단 두 번의 전투 이후 퇴장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로봇 액션의 또 다른 약점은 중요 캐릭터 간의 MS 대결이 드물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 액션은 중요 캐릭터가 엑스트라 캐릭터들이 탑승한 양산형 MS를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장면으로 점철되었다.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달리 빔 병기를 설정에서 배제해 MS의 폭발이 부여하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성 의식이 왜곡되었으며 심지어 로봇 엔터테인먼트로서 재미도 없었다. 과연 새로운 TV판 건담 시리즈는 우경화 논란에서 벗어나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본연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