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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케이비리포트] ‘도루 허용’, 사실은 투수 책임?

2018-01-17 수, 22:01 By 이용선

투수의 도루 허용 및 저지 능력, 차근차근 따져보면?

‘안타 허용은 포수 탓, 도루 허용은 투수 탓.’ 야구계 속설 중 하나다.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속설이다. 투수의 실투가 안타로 연결되고 포수의 저지 능력 부재가 도루 허용으로 연결된다고 여기는 인식과는 완전히 배치된다. 

포수의 리드, 공 배합의 중요성

안타 허용이 포수의 잘못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는 포수의 리드, 공 배합에 대한 지적에서 비롯된다. 야구는 포수의 투수에 대한 구종, 로케이션 등의 사인에서 비롯되며 매 투구마다 사인이 누적되어 승부수인 공 배합이 된다. 이 같은 공 배합이 타자에 읽힐 경우 맞아나간다는 것이다. 

▲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메모하는 습관을 지닌 포수 유강남 ⓒ LG 트윈스

포수의 리드는 실체가 없다는 ‘허상론’도 있다. 하지만 각 팀 포수들은 전력 분석팀과 머리를 맞대고 동영상 등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가 강약을 드러내는 구종 및 로케이션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몇몇 포수들은 경기 도중에도 더그아웃에서 메모를 하며 공 배합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를 보완하고자 노력한다. 

포수의 리드를 단순히 ‘허상’이라 치부하기에는 공 배합의 중요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충족시키는 제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말이다. 

‘잠수함의 한계’ 박종훈, 최다 도루 허용

도루 저지에 있어 투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포수 홀로 도루 저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수가 팝 타입(pop time ; 투구를 미트에 받은 뒤 꺼내 송구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아무리 신속하고 송구가 빠르고 강력해도 투수가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두지 못하면 도루는 막을 수 없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거나 혹은 투구와 견제 시 습관의 차이가 두드러지면 역시 도루는 막을 수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 한 번 약점이 노출되면 상대는 집요하리만치 헤집고 파고든다.  

▲ 2017 KBO리그 최다 도루 허용 투수 (출처: 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태생적으로 도루 저지에 취약한 투수도 있다. 바로 사이드암 투수다. 정통파 투수와 달리 허리를 굽혀 공을 던지는 이들은 투구 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상대가 도루 타이밍을 잡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 2017시즌 최다 도루 허용을 기록한 SK 잠수함 박종훈 ⓒ SK 와이번스

KBO리그에서 가장 낮은 타점으로 투구를 해 마치 오른손이 그라운드에 닿을 듯한 박종훈(SK)은 2017시즌 등판 시 가장 많은 25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20개 이상 도루를 허용한 투수는 그가 유일하다.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318662/321879

박종훈은 2017시즌 1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0으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그가 2018시즌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는 도루 허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올해 상대 팀 주자들은 그의 등판 시 한 베이스를 더 훔치려 적극 노력할 것이다. 

좌완 정성곤, 최다 허용 3위

▲ kt 고영표 ⓒ kt 위즈

도루 최다 허용 투수 2위는 고영표(kt)다. 16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박종훈과 마찬가지로 사이드암의 태생적 한계가 작용했다.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335285/338288

주목할 투수는 15개의 도루를 허용한 3위 정성곤(kt)이다. 그는 1루를 바라보며 던지는 좌완 투수임에도 많은 도루를 내줬다. 정성곤이 투구 시와 1루 견제 시 동작의 차이를 노출해 주자들이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고영표와 정성곤, 향후 kt를 이끌어갈 두 영건이 수원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도루 허용을 줄여야 한다. 

‘최다 허용 6위’ 로치, 그는 다르다?

14개로 도루 최다 허용 공동 4위는 김원중(롯데)와 윤희상(SK)이고 13개로 공동 6위는 최원태(넥센)과 로치(kt)로 모두 우완 정통파 투수다. 우완 투수들의 경우 도루 허용이 많다면 슬라이드 스텝에 문제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와인드업이 아닌 세트 포지션의 경우라 해도 신속하지 못하면 상대 주자의 도루 시도를 막을 수 없다.   

▲ kt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로치 ⓒ kt 위즈

로치의 경우는 13개로 도루 허용이 많았지만 나머지 3명의 국내 투수들과 동일한 대접을 받기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김원중(73.7%), 윤희상(87.5%), 최원태(76.5%)는 모두 도루 허용률이 70%가 넘었던 반면 로치는 23번의 도루 시도 중 13개를 내주고 10개를 저지해 도루 허용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56.5%였다. 

로치가 외국인 투수로서 견제나 슬라이드 스텝이 취약하다는 판단 하에 주자들의 도루 감행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성공률은 의외로 높지 않았다.

2017시즌 4승 15패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한 로치는 지난해 11월 30일 발표된 kt 위즈의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kt가 니퍼트를 영입하는 바람에 로치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kt가 뒤늦게 로치의 보류권을 풀어줬지만 2017시즌 최다패를 기록한 그를 KBO리그 타 팀에서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팻딘, 도루 허용율은 높지만…

로치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도루 허용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도루 허용율이다. 2017시즌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19명의 선발 투수의 도루 허용율을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 2017 KBO리그 최다 도루 허용율 투수 (출처: 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도루 허용율 1위 역시 박종훈으로 78.1%를 기록했다. 32번의 도루 시도 중 25번을 저지하고 7번을 허용했다. 

▲ KIA 팻딘 ⓒ KIA 타이거즈

2위는 팻딘(KIA)으로 77.8%였다. 도루 허용율은 높지만 9번의 도루 시도 중 7개 허용, 2개 저지로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 팻딘이 좌완 투수라는 점을 주자들이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도루 허용율을 바탕으로 한국 무대 2년차를 맞이할 팻딘의 약점을 파고드는 도루 시도가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상대 팀들이 겨우내 전력 분석을 통해 팻딘의 투구 및 견제 시 미세한 차이를 파악한다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헥터-양현종, 20승 쌍두마차의 ‘짠물’

최원태는 17번의 도루 시도 중 13개 허용, 4개 저지로 72.7%의 도루 허용율(3위)을 기록했다. 그는 프로 데뷔 3년만인 지난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4.46으로 데뷔 첫 1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9월초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아웃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에는 완벽한 몸 상태가 ‘2년차 징크스’를 피하는 기본이 될 전망이다. 

켈리(SK)와 차우찬(LG)은 11번 시도, 8개 허용, 3개 저지, 72.7% 도루 허용율을 공동으로 기록했다. 차우찬의 경우 좌완 투수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하지만 19명의 규정 이닝 투수 중 58%에 해당하는 11명이 기록하지 못한 견제사를 켈리와 차우찬은 각각 2번과 1번씩 기록했다. 견제 능력 약점에서 비롯된 도루 허용은 아니라고 분석할 수 있다.  

▲ 도루 허용율이 가장 낮았던 KIA의 20승 쌍두마차 헥터와 양현종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그렇다면 도루 허용율이 가장 낮은 투수는 누구였을까? 헥터(KIA)로 8번의 도루 시도 중 2개 허용, 6개 저지로 도루 허용율 25%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양현종(KIA)으로 25번의 도루 시도 중 9개 허용, 14개 저지로 도루 허용율 39.1%를 기록했다. 

2017시즌 헥터(20승 5패 평균자책점 3.48)와 양현종(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은 ‘20승 쌍두마차’로서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들의 맹활약 뒤에는 ‘짠물’인 도루 허용율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