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불발' 장시환, 양상문 감독의 아쉬운 '반쪽짜리 믿음'
▲ 2019시즌 선발투수로 시험대에 올라 있는 장시환 ⓒ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좋은 구위를 보여 '4선발'로 낙점을 받은 장시환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게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지키며 출전하고 있다. 스프링 캠프 기간에는 뛰어난 구위를 통해 호투를 보여 기대감을 가지게 한 장시환이지만 현재까지는 순조롭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일단 기복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다. 장시환은 시즌 2번째 등판이었던 4월 2일 경기에서 지난해 우승팀 SK를 상대로 5이닝동안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는 호투를 보이며 3년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하지만 그가 패전을 기록한 두 경기에서는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6실점을 허용한 뒤 팀에게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두 얼굴의 장시환의 13일 경기는 어땠을까? 5이닝동안 2실점을 허용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시원시원한 빠른 승부가 돋보였다. 5이닝 투구를 끝마친 장시환의 투구수는 고작 63개에 불과했다. 단순한 계산법으로는 완투를 기대해도 좋을만한 투구수 페이스였다.
그러나 롯데 벤치는 과감하게 6회말 수비부터는 진명호를 마운드에 올리며 교체를 단행했다. 연패중인 상황에서 1점차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기에 벤치의 결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롯데의 빠른 교체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멀리 갈 것없이 교체를 단행한 6회말에 롯데는 바로 3실점을 허용하며 역전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수비가 길어지며 아껴 두어야 할 불펜 카드인 고효준을 조기에 투입하며 경기 후반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그 경기에서 롯데는 5:5 동점을 만들었으나 8회말에 2실점을 허용하며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만약 고효준이 6회말에 나오지 않았다면 경기의 흐름은 또 달라질 수 있었다.
용병술이 실패하며 1패를 당한 것보다 문제지만 63구를 던진 장시환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장시환은 실제로 심리적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투수다.
원정 경기에서는 2경기동안 10이닝을 소화하며 1.80의 평균자책점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심한 홈경기에서는 2경기동안 23.14로 평균자책점이 급상승했다. 이처럼 장시환은 심리적인 요인이 성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유형의 선수다.
▲ 양상문 감독은 '믿음'으로 장시환을 선발투수로 만들 수 있을까 ⓒ 롯데 자이언츠
5이닝동안 63구를 던진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경우는 대부분 해당 선발투수를 충분히 믿지 못할 때에 발생한다. 이런 유형의 투수들은 대부분 고정된 선발투수가 아닌 기대치가 적은 소위 '땜빵'이라 불리는 임시 선발투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장시환을 4선발로 고정했다. 대량실점을 허용한 다음 경기에서도 장시환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확고하게 못을 받은 선발투수를 조금 더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현재 롯데의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고 장시환은 여전히 시즌 평균자책점이 8.59일만큼 믿음을 주기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다. 하지만 믿음을 통해 장시환이 안정감을 보이는 선발투수로 거듭난다면 롯데는 분명히 치고 올라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조원우 전 감독은 7점대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김원중을 한번도 로테이션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결국 조원우 감독은 본인의 감독 자리를 내놓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김원중이라는 유산을 남기는데는 성공했다.
지난 해 어려움을 이겨낸 김원중은 현 상황에서 롯데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장시환 역시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팀에 좋은 투수가 정말 많다며 자신의 팀 투수들에게 직접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물론 기를 살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투수코치 출신인 감독의 눈을 번뜩이게 만든 요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제 본인이 엄지를 치켜 세웠던 그들을 조금 더 믿어야 한다. 양상문 감독의 믿음은 롯데 투수진에게 위기를 벗어날 동력을 전해 줄 수 있을까. 분위기가 안좋은 롯데에게는 반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