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던 삼성 라이온즈, 결국은 변수 투성이였던 2019년
<시즌 타자&투수 MVP>
타자 MVP : 러프
(꾸준히 4번 타자 자리를 지킨 러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타선에서 많은 변수가 터져 나오며 다시 하위권을 맴돌게 된 삼성이지만, 4번 타자 러프만큼은 상수였다.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타율 0.292 138안타 2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케이비리포트 기준 전체 타자 중 WAR 11위(4.53)에 올랐다. 전체 30위 중에서 삼성 타자로는 혼자 순위권에 들며 고군분투했다.
그럼에도 이전 2시즌과 비교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공인구의 영향이 있었지만, 많은 타격지표에서 3년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한 해였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득점권 타율의 하락이다. 2년 연속 0.370이 넘는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4번 타자의 핵심 덕목인 클러치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가 올해는 득점권 타율 0.317에 그쳤다.
이에 삼성과의 재계약도 미뤄지고 있다. 2년 연속 총액 170만 달러를 받았던 러프의 연봉은 국내 외국인 타자 중 최고 수준이다. 재계약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예년에 비해 저조한 성적으로 금액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삼성 타선에 러프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아직까지 삼성은 타선에 큰 보강을 하지 않은 가운데, 러프만큼은 상수로 남겨둬야 내년 시즌 최소한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의 선구안과 노련미는 더욱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입성 후 가장 좋은 BB/K(볼넷/삼진 비율) 0.92와 ISOD(절대출루율) 0.104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시즌에 좋았던 선구안 능력은 유지하되, 득점권에서의 집중력과 파워를 되찾을 필요가 있는 러프다. 재계약에 성공해 KBO리그에서 4번째 시즌을 맞으며 다시 한번 최고의 외국인 타자 자리를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수 MVP : 라이블리
(삼성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어낼 라이블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실 삼성의 투수진에서 MVP를 꼽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선발로 10경기 이상 나선 선수 중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넘지 않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단 9경기에 나선 라이블리가 내년 삼성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라이블리는 맥과이어의 대체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8월 13일에 첫 등판을 가졌으나, 삼성 투수 중 WAR 3위(2.06)를 기록하며 후반기 삼성의 에이스 노릇을 했다.
다소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던 점이 흠이지만, 그의 9이닝당 삼진 개수는 9.16개로 상당히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또한,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05에 불과해 안정적인 제구력도 함께 갖추며 선발 평균 이닝 6이닝 이상을 던져 삼성 외국인 투수의 잔혹사를 끝낼 희망으로 떠올랐다.
9월 10일 KT 위즈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것을 포함하여 9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며 완벽히 KBO리그에 적응한 모습이다. 이 기간 동안 경기당 약 7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히터로서의 면모도 뽐냈다. 과연 그는 내년 초반부터 삼성 마운드를 책임지며 본격적인 에이스로 등극할 수 있을까?
<야수진>
삼성의 팀타율과 팀출루율은 모두 8위. 이를 보여주듯 삼성 타자 중에서 3할 타율을 넘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모든 타자를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출루율 역시 4할을 넘긴 타자는 없었다.
(2019 삼성 전체 타자 타율 순위. 케이비리포트)
올 시즌 삼성의 타선은 작년보다 많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이학주와 이지영을 내주면서 삼각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동엽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막상 시즌을 시작하니 두 선수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학주는 시즌 초반 실책을 연발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총 116경기 출장하면서 19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전반기에 저지른 것들이다.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수비는 안정됐지만, 타율 0.262에 그치는 등 공격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김동엽은 더욱 아쉬웠다. 60경기 출전하며 타율 0.215에 그쳤다. 기대했던 장타력을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SK 와이번스에서 20홈런 이상 쏘아올린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1군에서조차 출전하기 힘들었다.
(희망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아기사자’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내년 시즌 중반부터 삼성의 뒷문을 지킬 ‘돌부처’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돌부처’ 오승환이 KBO리그에 복귀했고, 외국인 투수 역시 새로 물색 중이다. 특히 오승환의 존재는 삼성의 어린 선수들에게 큰 힘이 것이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정반대 모습이 나와야 한다. 올해는 다 같이 슬럼프를 겪으면서 팀이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내년에는 다들 기대만큼의 모습만 보여줘도 가을야구로 복귀하는 ‘명가’ 삼성 라이온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