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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넥벤져스’, 영웅은 위기에서 강해진다.

2015-04-25 토, 01:25 By KBReport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으레 악당에게 초반에 고전하기 마련이다. 악당은 항상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주인공을 공격하고, 주인공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악당을 물리친다.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는 ‘두고 보자.’ 라며 돌아가는 악당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주인공은 언덕을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한껏 폼을 잡는다. 우리는 어린 날, 주인공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영웅, 히어로라 부르며 동경했었다.

프로야구에도 영웅이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 존재한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히어로즈’가 그들이다. 2007년 ‘현대유니콘즈’가 해체되면서 새롭게 창단한 히어로즈는, 2008년 7위, 2009년 6위, 2010년 7위, 2011년 8위에 그치는 등,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2013년 마침내 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서 프로야구의 강자로 우뚝 섰다.

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나간 후, 바로 다음 해인 2014년. 영웅들은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정규시즌에서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치열한 1위 자리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2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라는 테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하며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난 3년간 프로야구를 독점하고 있던 삼성과 만났다. 1차전에서 4:2로 삼성을 누르며, 일반적인 영웅적 스토리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화근이 됐을까? 1차전의 승리가 잠들어있던 영웅을 깨우지 못한 탓인지, 한국시리즈의 결과는 영웅의 패배였다.

넥벤저스를 이끄는 덕아웃의 영웅. 염경엽 감독 (사진: 넥센 히어로즈)

절치부심하며 맞이했을, 2015년은 팀 최고의 영웅이었던 강정호가 '히어로'들의 본고장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2013시즌 MVP 박병호와 2014시즌 MVP 서건창이 건재했다. 오히려 삼성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전반기에는 재활에만 전념할 예정이고 후반기 출전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올시즌 새롭게 떠오른 영웅 유한준이 생애최고의 경기를 하고는 부상으로 쓰러졌고. (다행히, 진단결과 큰 이상은 없다는 소식.) 여기에 이택근과 박병호의 상태까지 좋지 않다.  큰 기대를 모았던 ‘푸른 눈의 영웅’ 스나이더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히어로즈’는 생각지도 못한 대위기를 맞이한 상황. 

그러나, 영웅은 위기에서 강해진다. 신생팀, kt에게 첫승과 첫 연승, 첫 위닝시리즈 등 아낌없이   베풀며 흔들렸던 그들이 어느덧 5할 승률을 목전에 두었다. 물론 이제 겨우 20경기를 넘어선 시점에서 순위와 승률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몇몇 선수들의 부상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다는 것이다. 쓰러진 영웅을 대신할 그들은, 정말 영웅처럼 등장했다.

                                      깜짝 선발승을 거둔 '원로' 영웅 송신영  (사진: 넥센 히어로즈)

영웅들의 원로 격인 송신영은 19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6.2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하며 3201일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토종 선발이 약한 ‘히어로즈’에게는 무엇보다 귀중한 승리였다. 
(4월 25일 kt전에서 6이닝 0실점 승리 추가)

외야진을 이끌어야 할 이택근의 부상과 스나이더의 부진, 200안타를 친 리드오프의 부상이라는 세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영웅도 나타났다. 바로 고종욱이다.


고종욱은 11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순위로 지명되며 히어로즈에 입단했다가, 2011시즌이 끝나자 곧바로 상무에 지원했다. 깔끔하게 군문제를 해결하며 ‘순정’ 영웅으로 성장해야 할 길을 잘 닦아 놓은 상황. 스나이더의 부진과 캡틴 이택근의 부상으로 외야 한 자리를 보장받으며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2015시즌 현재 9경기 39타수 15안타 2홈런 AVG 0.385/OPS 1.083)

여기에 유격수 최초 40홈런, 유격수 단일시즌 최다 타점기록을 갈아치운 강정호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유격수 김하성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파워보다는 출루와 주루플레이, 작전수행 능력과 수비에서 평균만 해주어도 성공적이었을 상황이었지만, 김하성은 예상외의 파워까지 보여주는 모습.

‘2015’ 김하성의 21경기 vs ‘2014’ 강정호의 24경기      
김하성-AVG 0.333 / OBP 0.376 / SLG 0.615 / OPS 0.991 / HR 5 R 15 RBI 13 SB 3
강정호-AVG 0.313 / OBP 0.422 / SLG 0.578 / OPS 1.000 / HR 4 R 18 RBI 17 SB 2


영웅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들의 등장이 필연일지 우연일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히어로즈’ 구단의 원석을 알아보는 능력과 훌륭한 가공능력에 의한 필연적 일이라 보고 싶다. 아직 순위는 7위(21경기 10승 11패)에 불과하지만 영웅들의 반격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 

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