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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300도루 이종욱, 신고선수의 신화가 되다!

2015-04-17 금, 00:20 By KBReport

통산 300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는 ‘종박’ 이종욱. [사진: NC 다이노스 ]

지난 4월 15일, 이종욱은 사직 롯데전에서 KBO 통산 300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9번째이자, 최고령 300도루 기록. 신고 선수 최초의 300도루이기도 하다. 신고선수로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이후 꾸준하고도 화려한 활약을 이어가며 300도루를 달성한 이종욱의 기록을 알아보자.

실패, 그리고 기회, 그리고 간절함

이종욱은 199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6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영남대에 진학한 이후 2003년 현대에 입단했지만, 당시 현대에는 전준호, 이택근 등 좋은 외야수가 즐비했고, 1군에서 단 한 차례도 출장하지 못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이종욱은 2003시즌 종료 이후 상무 입대를 선택했고, 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제대 후 1군 진입을 노렸지만, 2005년 현대에서 방출된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5세. 아직 1군 데뷔조차 하지 못한 선수라고 보기에는 꽤 많은 나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 이종욱은 선린인터넷고 시절 친하게 지내던 손시헌에게 전화를 걸어 방출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렸다. 당시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맹활약하던 손시헌은 두산에 이종욱을 추천해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고, 이종욱은 신고선수로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된다.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 당시 프로야구 최저연봉이었다. 이종욱은 간신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간절함을 바탕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이며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게 된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이종욱은 2006시즌 타율 0.284에 51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에 등극, 이듬해 연봉 인상률 200%를 기록하며 연봉 6,000만원에 도장을 찍었고, 데뷔 4년 차인 2009년에는 드디어 억대 연봉에 진입한다. 단 4년 만에 억대 연봉자로 올라섰지만 이종욱은 데뷔 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았다. 2013시즌까지 단 한 차례도 20도루를 놓치지 않았고, 3할 타율도 5차례나 기록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2008 올림픽, 2009 WBC, 2010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FA, 여전한 간절함, 그리고 300도루

신고선수 출신으로 맹활약을 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이종욱은 201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4년간 총액 5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으며 동갑내기 친구 손시헌(4년 30억)과 함께 은사 김경문 감독이 있는 NC로 이적했다. 

거액의 FA 계약 이후 다소 거만해진 모습을 보일 법도 하지만, 이종욱은 그렇지 않았다. 9살이나 어린 나성범을 위해 선뜻 중견수 자리를 양보하며 포지션을 우익수로 옮겼고, 익숙했던 1번 타자 자리는 신인 박민우에게 양보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과 타순으로 시즌을 맞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NC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의 2014시즌 기록은 타율 0.288, 6홈런, 15도루, 78타점, 73득점. 도루는 15개에 그쳤지만 도루 성공률은 79.8%로 높았고, 타율은 3할에 미치지 못했지만 득점권 타율은 0.348로 전문 중심타자 못지 않았다. 특히 6홈런, 78타점은 데뷔 후 최고 기록.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활약으로 NC를 2시즌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2015시즌. 만 34세가 됐지만 그의 간절함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거액의 FA 계약 이후에도, 그리고 NC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에도 2006시즌의 간절함을 잊지 않았고, 이 간절함은 최고령 300도루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만 34세 9개월 28일만에 이뤄낸 300도루. 이후 박용택(현재 285도루)이 최고령 300도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종욱의 최고령 300도루 기록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만 26세 시즌이 되어서야 1군에 진입한 선수. 300도루라는 기록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10년 전 방출 선수, 신고선수의 전설이 되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중, 고교에서 날고 기던 선수들이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설령 드래프트에서 지명된다고 해도 1군 문턱에서 좌절하며 방출 당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종욱 역시 1군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방출 당한, 수많은 실패자 중 하나로 남을 뻔 했다. 하지만 그는 간절함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섰고, 10년 전 방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성적을 가진 선수가 되었다. 80년대에 한용덕, 장종훈이 신고선수의 전설을 썼고, 90년대에는 박경완이 신고선수들의 희망이 되었다면, 2000년대 신고선수의 전설은 바로 이종욱이다. 신고선수로 데뷔해 2012시즌 신인왕, 2014시즌 정규시즌 MVP에 오른 서건창은 이종욱을 보며 꿈을 키웠고, KBO 최초 단일시즌 200안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10년 전의 이종욱과 같은 마음으로, 이종욱을 롤 모델로 삼아 절실하게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이 10년 뒤, 이종욱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일이 이뤄진다면, 이종욱은 누구보다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계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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