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승) 이호성 (패) 정수근 (세) 임창용 (홈런) 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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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팬들은 왜 평범한 4번 필에게 열광하는가?

2015-06-22 월, 23:58 By KBReport

평범한(?) 4번 타자 브렛 필
KIA팬들은 왜 특출난 성적이 아닌 필에게 열광하는가?

필을 바라보는 KIA 타이거즈 팬들의 마음이 이 사진과 같을까? (사진: KIA 타이거즈)

KIA 타선에서 브렛 필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4번 타자 나지완이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어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음에도 필요할 때마다 중요한 타점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렛 필의 세부 기록을 굳이 따지자면 특출난 편은 아니다.

타자 부문 주요 기록인 타율, 홈런, 타점 순위에서 브렛 필의 위치는, 타율 18위(.310), 홈런 18위(11개), 타점 11위(51점)이며, 적극적인 타격 성향 때문에 출루율(.364)은 규정타석을 채운 56명의 타자 중 35위에 머물러 있다. 덩치만 보면 많은 홈런을 칠 것 같지만, 장타율 순위에서도 17위로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 순위에서는 23위(.876)에 그치고 있다. KIA팬들에게 ‘필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찬사를 받는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셈이다.

브렛 필의 이름을 그나마 빨리 찾을 수 있는 타격 부문 기록은 ‘최다안타’가 있다. 적극적인 타격 덕분에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안타(77개, 1위는 92개의 이용규)를 치고 있다. 워낙에 중요한 타점을 많이 올려줘서, 득점권 타율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KIA팬들이 적지 않겠지만, 득점권 타율 순위도 15위(.333) 정도로 비교적 평범한 편(?)이다.

세이버메트릭스로 브렛 필의 타격 생산능력을 따져 봐도 뛰어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인 WAR(Wins Above Replacement) 순위에서 브렛 필(WAR 1.17)의 이름은 위에서부터 33명의 이름을 읽고 나서야 찾을 수 있다. 수비력보다 공격력이 중요한 1루수 포지션에서 빼어나게 높은 타율을 기록하지도, 장타생산능력이 압도적이지도, 그렇다고 도루를 많이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BABIP 29위, wOBA 25위, RC 18위, RC/27 26위, wRC 20위 등,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 스탯을 통틀어서 따져도 브렛 필이 리그에서 10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은 ‘최다안타’ 뿐이다. 시즌 초반의 기대치에 비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롯데 아두치의 OPS(.850)가 브렛 필과 비슷한 수준이며, WAR 순위에서는 외야수인 아두치가 브렛 필보다 높은 2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한 팀의 4번 타자를 치기에는 2%가 부족한 기록을 보이고 있음에도 팬들에게 ‘필느님’ 혹은 ‘종신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약한 팀 공격력 ‘필’을 돋보이게 하다

리그에서 가장 헐겁다고 평가받는 KIA타선에서 필의 존재감은 무등산과도 같다. (사잔: KIA 타이거즈) 

현재 KIA의 팀 공격 지표는 대부분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팀타율은 리그 최하위 kt에 불과 4리 높은 .258에 그치며, OPS 역시 9위로 LG, SK와 비슷한 수준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잠실처럼 큰 구장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님에도 팀홈런이 LG와 같은 55개에 그치고 있어 타격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KIA팬들은 필과 김주찬을 제외하면 쓸만한 타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탄하곤 한다.

필의 기록은 한 팀의 4번 타자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성적이지만, 팀 내 타자들 중 유일하게 모든 경기에 출장하고 있고, 팀 내 타율 1위(.385의 김주찬은 규정타석 외), 김주찬과 함께 팀 내 가장 많은 11홈런, 51타점으로 팀 내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WAR 순위에서도 김주찬(2.48)과 필(1.17)을 제외하면 1.0이 넘어가는 타자가 아무도 없다. 2루 주전으로 나오고 있는 최용규(-0.57)와 유격수 강한울(-0.93), 그리고 나지완(-1.01)이 마이너스값의 WAR을 기록하고 있기도 해, 타선에서 필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필이 스탯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고 여기게 하는 것은 극적인 순간마다 인상적인 타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3월 29일 LG와의 경기에서 6대5로 뒤지던 9회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서서 끝내기 역전 투런 포를 날린 것을 시작으로, 4월 2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6대2로 뒤지던 9회 무사 만루에서 동점 그랜드 슬램, 6월 9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3대1로 뒤지던 4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역전 그랜드 슬램을 치는 등, 팬들의 뇌리 속에 깊숙이 박히는 명장면을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두산과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 4년 만에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삼성과의 경기에서 결승타와 쐐기 홈런을 날리는 활약을 한 것도 필이 팬들에게 기쁨을 준 대표적인 장면이다.

브렛 필, 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기록 이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타이거즈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끝내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해태 시절부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뛴 외국인 타자는 총 15명이다.

‘무등구장의 장외를 넘겨야 홈런인가’라는 발언(실제로는 당시 2중 펜스로 되어 있던 광주구장의 펜스를 보고 앞의 펜스를 넘겨야 하는지 뒤의 펜스를 넘겨야 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으로 유명한 최초의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숀 헤어(타율 .206, 0홈런)를 시작으로 포조(타율 .213 / OPS .508), 스캇(.163 / .537), 서브넥(.224 / .601), 발데스(.218 / .571), 뉴선(.209 / .743), 미첼(.227 / .698) 등 수 많은 실패 사례가 존재하며, 그나마 나은 활약을 보인 선수로는 샌더스(.247 / .983), 산토스(.310 / .875), 타바레스(.299 / .730, 41도루), 브릭스(.283 / .857)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바레스(2000년에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 2001년에 성적 부진으로 퇴출)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2시즌 연속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지 못했고, 브렛 필이 타바레스 이후로 타이거즈 소속 외국인 타자로는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화의 데이비스, 롯데의 호세, 두산의 우즈, 현대의 브룸바 그리고 최근 삼성의 나바로와 NC의 테임즈까지, 다른 팀에서 역대급 외국인 선수를 뽑는 동안, 타이거즈의 실적은 형편없었고, 브렛 필이 아주 오랜만에 나온 성공작인 셈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4번 타자의 성적 치고는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브렛 필에 대한 KIA 팬들의 여론은 우호적이다.

팬들의 필에 대한 애정은, 한국 문화에 대한 그의 친화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그러나, 팀 타선의 부진, 팀 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는 이유만으로 브렛 필이 내년 시즌 이후에도 타이거즈 소속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수비 부담이 적어 교체에 대한 부담이 덜한 1루수 포지션으로 지금보다는 높은 성적을 올려야 팬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KIA 팬들은 나지완과 최희섭, 이범호 등 다른 중심타선의 부진으로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필의 부담을 덜어줄 누군가가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