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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누가 심수창의 승부수를 망쳐버렸나?

2015-06-28 일, 01:21 By KBReport

올 시즌 초,  롯데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투수는 누구일까? 그는 LG에서 넥센을 거쳐 세 번째 팀인 롯데에 둥지를 틀고 조용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기로에 다다른 선수 생활을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투구폼 교정이라는 과감한 시도마저 불사했다. 지독하게 승운이 없던 과거를 털고 롯데 선발진의 한 자리를 맡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 선수는 바로 심수창이다. 

                   2015년 4월, 선발투수 심수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시네마’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선발 투수가 내려간 후의 롯데 마운드는 예측불가다. ‘린동원’이라는 애칭답게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린드블럼을 필두로 한 선발진과 달리, 누구 하나 명확히 정해진 보직 없이 마무리와 셋업맨, 패전조를 떠돌며 방황하고 있는 불펜진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선발진이 애써 쌓아올린 승리의 탑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리는 불펜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4월말 롯데 벤치는, 선발투수로서 3경기 연속 호투한 심수창을 마무리로 돌리는 결정을 내린다. 
 
2000년 LG의 지명을 받은 후 한양대에 입학했던 심수창은 졸업 후 2004년 LG에 입단한다. 2006년 10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던 그에게 지독히도 승운이 멀어진 것은 2011년부터였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야수진의 실책 혹은 불펜의 방화로 승을 놓치던 것이 계속되어 전대미문의 17연패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박병호와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후 18연패까지 찍은 후에야, 넥센 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로 길고 길었던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실력보다는 잘생긴 외모로 야구팬들에게 회자되던 그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수많은 투수들 중 하나로 잊혀져갔다. 한동안 1군 마운드에 등판하지 못했고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다.
 
넥센에서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심수창이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을 때, 그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심수창은 그저그런 성적을 내는데 그쳤다. 2014년 시즌 불펜투수로 11경기에 등판한 그는 2세이브를 올렸지만 ERA 9.15이라는초라한 기록만을 남겼다. 또한 WAR –0.16으로 팀성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였다.
 
2014시즌 잠깐 얼굴을 비추고 사라졌던 그가 다시 1군 무대에 등장한건 2015시즌 시범경기부터였다. 이중 투구폼 장착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그는 구속이 146km까지 올랐고, 정규시즌 시작 후 5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든든한 토종 선발이었던 장원준의 FA 이적,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과 유먼의 동시 이탈로 물음표 뿐이던  2015시즌 롯데의 선발투수진에 심수창이 등장했을 때, 그의 재기를 예상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됐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4월 10일 한화전에서 5이닝 2실점(0자책), 4월 16일 NC전 7이닝 4실점(3자책) , 4월 23일 KIA전에서 5와 2/3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예상 밖의 호투가 3경기 연속 이어졌다. 세 경기 모두 불펜의 거짓말 같은 방화 또는 수비 실책으로 승리를 놓치며 ‘심크라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선발진에 물음표가 많았던 롯데 마운드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호투였다.
 
하지만 대책없이 흔들리던 롯데 불펜은 선발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심수창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30일부터 그의 보직은 마무리로 변경되고 만다. 겨우내 선발투수라는 보직을 따내기 위해 땀흘린 투수가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한 달 동안 심수창은 불안한 롯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10경기에 등판하여 1승 1홀드 4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kt 위즈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팀을 옮긴 투수 이성민과 함께 롯데 불펜에 필승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6월부터 주무기였던 포크볼의 위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6월 2일 삼성전에서 0.2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난타당한 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피로 누적일까 했지만 10일 kt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실점했고 결국 팀은 연장에서 패하고 말았다. 롯데가 5점 차 리드하고 있던 상황을 생각하면 참담한 결과였다. 

이후 등판할때마다 실점하며 결국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난 심수창은 6월 23일 삼성전에서는팀이 6점 차로 뒤지고 있던 경기에 추격조로 나섰지만 3.2이닝 동안 3실점을 허용했다.

심수창의 6월 방어율은 11.45 , 결국 마무리 자리도 이성민에게 넘어갔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심수창은 2015 시즌 현재(6월 28일)까지 1승 1패 2홀드 5세이브(2블론)를 기록 중이며, ERA 4.53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WAR이 1.73으로 현재 롯데 투수진에서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를 기록 중인 린드블럼(WAR 2.48) 다음 가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RA9-WAR 1.15) 수비 무관 자책점 지표인  kFIP 역시 작년 8.25에서 2.97로 떨어져 예년과는 다른 ‘투수 심수창’의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발로만 등판했던 때의 기록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선발로 등판했던 시즌 초 3경기에서 심수창은 17.2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한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고, 볼넷은 3개, 삼진은 무려 21개를 잡아냈다.  6이닝에 약간 모자란 이닝 소화력이 다소 아쉬울 뿐, 시즌 초 선발투수로 보여주던 퍼포먼스는 예전의 심수창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기에 갑작스런 보직 변경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선발투수로 시작했던 심수창의 2015 시즌은 마무리를 지나, 이제 추격조로 변경되었다. 감독의 판단에 따라 계속되는 보직 변경이 심수창의 밸런스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4~5일씩 쉬며 컨디션 조절을 하던 30대 중반의 선발투수가 갑자기 등판간격이 일정해지지 않고, 한 점도 주어서는 안 되는 터프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잘나가는 팀일수록 투수진의 보직 구분이 명확하고, 투수들은 주어진 역할에 적합한 훈련을 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팀 성적, 1승이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근시안적인 돌려막기와 당겨쓰기로 투수들의 밸런스가 무너진다면 장기적인 레이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심수창의 선발 재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령탑의 의중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선수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30대 중반 투수의 보직이 고작 2개월 동안 3차례나 바뀌는 셈이다. 선수 본인에게는 상처만 남긴채. 

1승의 가치는 소중하다. 하지만 눈 앞의 성적에 급급한 근시안적인 대응과 돌려막기 식의 선수 기용은 결국 사상누각의 팀을 만들 뿐이다. 시즌 전 예상 순위와 비슷한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 롯데가 다시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벤치의 인식 변화가 아닐까? 

상처만 남긴 심수창의 선발 복귀, 그는 두달 전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 롯데 자이언츠)

채정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