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10개구단별 아픈손가락(2편): NC 손시헌
2015-07-21 화,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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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좋은 내야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팀이 실점 위기에 몰렸을 때 내야수의 슈퍼캐치는 상대에게 향하던 승부의 추를 되돌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유격수는 내야의 사령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유격수의 가치를 평가할 때 폭발적인 공격력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평가의 잣대로 제시하곤 한다.
견실한 유격수의 표본과도 같은 손시헌 (사진: NC다이노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기복 없는 수비로 팀에 안정성을 심어주는 유격수는 누가 있을까. 현재까지 80경기에 출장하며 9개의 실책을 기록한 NC 다이노스의 손시헌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7월 15일 SK전에서 1경기 3실책이라는 참사를 겪긴 했지만)
2003년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손시헌은, 다소 왜소한 신체조건(172cm/73kg)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빠르고 까다로운 타구를 가장 많이 처리해야 하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음했다.
FA를 통해 2014시즌부터 NC 다이노스로 자리를 옮긴 손시헌은 김경문 감독이 바라던 베테랑의 좋은 예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97경기에 출장하며 6개의 실책이 전부였던 그는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0.293의 만족스러운 타율을 기록했다. 출루율 0.368, 장타율 0.414로 도합 0.782의 OPS 수치를 보여주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또한 루키 2루수 박민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어 아직 경험이 부족한 파트너를 상대로 다독임과 코칭을 아끼지 않으며 베테랑 이적생으로서 할 일을 완수했다.
키스톤의 한축, 박민우의 빠른 성장에 가장 큰 기여자는 바로 손시헌이다. (사진: NC다이노스)
그랬던 손시헌이 올시즌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년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내야 수비의 사령관 역할은 잘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타율이 딱 2할로 규정타석을 채운 전체 48명 중 꼴찌이다. 2할 8푼의 출루율과 더불어 OPS 0.607을 기록 중인 그는 1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37개의 삼진을 당했다.
평소 삼성 라이온즈에게 극강으로 여겨졌던 것과는 달리(2014년 삼성 상대 0.310) 올해는 0.222의 타율을 보이며 부진하다. 올시즌 홈런을 6개나 때려내며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홈런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NC 팬들이 자조적으로 ‘1할거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홈런 페이스만은 최근 5시즌을 통틀어 가장 좋은 손시헌. (사진: NC다이노스)
물론 타율이 낮다고 해서 팀 득점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시절, 손시헌은 득점권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었다. 그러나 손시헌의 올시즌 득점권타율은 작년 0.303에서 현저히 떨어진 0.208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득점권 타율은 매시즌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유의미한 지표는 아니다.)
매 경기 꾸준히 타석에 서야하는 주전 유격수가 리그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좋은 찬스를 아깝게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올시즌 타격 부진의 여파로 리그 평균 이상이던 WAR(2014 1.52)은 2015년 현재 –0.67을 기록 중 이다. (물론 이 수치는 수비 포지션만을 감안했을 뿐 수비력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올시즌 초부터 손시헌의 극심한 타격부진은 NC다이노스 팬들의 걱정거리였다. 2014년 10월 5일 두산전 이후 2015년 4월 11일 SK전에서 채병용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기까지 무려 48타석 무안타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는 종전 OB 베어스의 유지훤이 가지고 있던 47타석 무안타(1983)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기록으로 남았다. 수비로 제 몫을 다하는 선수라 해도 48타석 무안타는 팀 공격의 밸런스를 고려했을 때도 가벼이 보아 넘길 수 없는 기록이다.
6월 한 달 동안 손시헌은 0.182의 타율을 기록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홈런을 3개 기록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2루타만 뽑아내며 장타율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랬던 그가 7월 들어서 0.344의 타율로 예년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열렸던 넥센과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활약했고, 14일 SK전에서는 무려 3타수 3안타로 2타점을 올리며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상위타선 뿐 아니라 하위타선의 연타가 이어져야 빅이닝이 가능한 만큼, 손시헌의 방망이가 더욱 살아나주는 것이 선두를 노리는 NC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NC 다이노스는 13년 시즌이 끝난 후 계약기간 4년, 계약금 12억, 연봉 4억 (옵션 2억) 보장금액 28억원에 손시헌을 영입했다. 김경문 감독은 그를 두고 ‘수비와 팀 분위기의 리드에 있어서 안타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해주는 선수’라고 칭했다. 15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을만큼 중요한 존재라며 김 감독은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그를 꾸준히 스타팅 멤버로 내세우고 있다.
소울 메이트 손시헌과 이종욱, NC의 빠른 약진 뒤에는 이 두사람이 있다. (사진: NC다이노스)
이제 1군에 합류한지 3년차인 NC에 내야 사령탑 손시헌이 미치는 이른바 ‘형님 파워’는 여전히 강력하다. 오랜 시간 선수로서 쌓아왔던 경험과 리더십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NC의 약진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실점의 최소화와 함께 득점의 창출이 필요하다. 리그 최강의 야수였던 강정호의 존재와 타고투저 시대의 도래 이후 유격수에게도 공수에서 모두 활약해주기를 바라는 시선들이 생겨나고 있다.
손시헌은 올해 2월 건강한 둘째를 득남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수비는 더 말할 것도 없는 ‘믿을맨’ 유격수인 만큼, 예년과 같은 수준의 타격 능력을 보여준다면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남은 하반기 수비로 먹고사는 유격수가 아닌, ‘필요한 한 방’을 갖춘 ‘완전체 유격수’의 손시헌의 귀환을 기대해본다.
채정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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