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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혹사’ SK 전병두 은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2016-10-08 토, 21:37 By KBReport


[이용선의 견제구] 누가 33세의 전병두를 은퇴로 내몰았나

KBO리그의 2016년 정규 시즌 종료를 하루 앞둔 10월 8일. SK 와이번스 전병두가 무려 1829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우뚝 섰다. 전병두는 8일 문학 삼성 라이온즈전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1번 타자 김상수를 5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프로야구 1군 투수로서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SK의 내야수들은 물론 외야수들까지 마운드로 내려와 전병두와 포옹하며 경의를 표했다. 투수 코치가 아닌 동료 김광현이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와 전병두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안타깝게도 전병두는 은퇴 경기에서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 폼을 선보이지 못했다. 전성기 시절의 높은 타점에서 팔이 나와 찍어 누르는 투구 동작이 아니라 사이드암 투수처럼 옆에서 처진 채 팔이 나왔다.

▲  SK 전병두 2009~2011시즌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전병두가 트레이드마크인 투구 동작을 마지막 등판에서 보여주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혹사에서 비롯된 부상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09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127경기에 등판해 무려 293.1이닝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후 전병두는 어깨 부상과 재활로 인해 5년 동안 암흑의 터널과 같은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나게 되었다. 이제 1984년 생으로 은퇴를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나이다.

전병두와 동갑인 1984년생 투수 송은범(한화)과 노경은(롯데)은 변함없이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병두는 각 팀의 주축 투수들인 류제국(LG), 박희수(SK), 장원삼(삼성), 고효준(KIA), 윤길현(롯데), 이현승(두산) 등 1983년생보다 한 살이 어리다. 전병두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한 투수들 중 그 누구도 아직 '은퇴'라는 단어에 가까워진 상태가 아니다.

전병두가 프로 경력 중 가장 많이 던진 시기는 공교롭게 김성근 감독의 SK 재임시절과 정확히 겹친다. 2007시즌을 앞두고 SK의 지휘봉을 잡아 2011시즌 도중에 사퇴한 김성근 감독은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SK 왕조를 구가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명성은 전병두를 비롯한 숱한 투수들의 혹사를 바탕으로 일군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  전성기 시절 전병두가 힘차게 투구하는 모습
ⓒ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투수들의 어깨는 던질수록 단련된다"는 일반적인 야구 상식에 어긋나는 지론을 당당히 펼치고 있으며 투수의 부상은 "잘못된 투구 폼에서 비롯된다"며 부상이 발생할 경우 선수에게서 원인을 찾는 경우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한다. 혹사의 여파로 투구 폼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부상에 도달했다는 관점과는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김성근 감독의 위험한 지론이 현장에서 아무 제지 없이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으로 그가 현장에 복귀한 뒤 공교롭게 많은 한화 투수들이 수술대에 오르거나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리그 불펜 투수들 중 가장 많이 던진 한화 불펜 투수들이지만 김성근  감독의 지론처럼 어깨가 단련되지는 못했다. 김성근 감독이 재임한 지난 2시즌 동안 윤규진, 배영수, 로저스, 안영명, 송창식이 수술을 받았다. 만 21세의 김민우는 어깨 관절 와순 손상으로 기약 없는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굳건하던 권혁마저 지난 8월 21일 등판 이 후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  2017시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많은 투자와 매경기 전력을 쏟아붓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경기 운용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간 한화는 각각 6위와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쓸만한 투수가 없었다"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항변이다. 

시즌 최종전을 끝내기 승으로 마무리하며 7위를 확정한 김성근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 상식적으로 정상적으로 했으면 한화는 아무 쓸모 없는 팀이 됐을 것이다" 라고 밝히며 한화가 큰 성장을 이뤘고 선수들이 강해졌다는 이미 들어본 듯한 소감을 남기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혹사의 피해자는 분명히 발생했는데 정작 가해자는 보이지 않고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부인한다. 가해자를 지목하는 손가락은 다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듯 한데 가해자 본인은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로 보이는 선수들은 본인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심지어 가해자로 보이는 이에게 감사의 마음까지 표한다.

이 지점에서 한가지 반문하고 싶다. 어깨에 통증을 느끼는 투수가 성적에 대한 욕심으로 계속 던지고 싶어할 때 그것을 상식적인 선에서 제어하지 못한다면 감독이나 코치는 왜 존재하는가? 선수의 의지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그들에게 프로 감독직이나 코치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선수를 방패삼아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책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혹사의 가해자로 보이는 이가 도리어 감사를 받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제2, 제3의 전병두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 

되풀이해서 말한다. 단기간의 성적에 집착한 무리한 선수 기용, 선수가 원했다는 식의 변명이 통용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눈앞의 결과와 승리에만 도취되어 과정과 절차에서 선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반복되선 안된다. 혹사는 어떻게 포장해도 혹사일 뿐이다. (관련 기사: 감독, 심지어 선수가 부인해도 혹사는 혹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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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이용선 프로야구 필진 /정리 및 감수: 케이비리포트 편집팀 (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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