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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한현희를 위한 변명

2015-10-13 화, 17:58 By KBReport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올 시즌에도 넥센 히어로즈는 20번 이상 선발 출전한 국내 선발 투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매년 후반기면 반등을 하던 문성현의 행운은 올시즌엔 이어지지 않았고, 금민철의 커터는 여전히 제구가 되지 않았다. 고관절 부상에서 복귀한 오재영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고, 하영민은 역부족이었다 .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적생 양훈은 9월 이후 전성기 시절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만년 유망주 김영민은 탈삼진에 눈을 떴고, 커리어 첫 완봉을 해냈다. (인생 최고의 피칭 이후 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시즌 아웃) 86년생, 87년생, 운동선수로서 전성기이자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시작하는 20대 후반에 들어선 두 투수들의 분전은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지만, 두 선수가 가능성을 보인 시점이 시즌 막바지라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2015 시즌을 맞이하면서 넥센 히어로즈가 선발 투수진의 문제를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나서, 염경엽 감독은 팀의 핵심 불펜 투수이자  넥센 마운드의 현재이면서, 동시에 미래인 한현희의 선발투수 전환을 선언했었다.


 한현희는 넥센 히어로즈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투수다. 그가 데뷔한 2012년, 넥센은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고졸 루키 한현희는 입단 첫해부터 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홀드왕 타이틀을 따냈고, 인천 아시안 게임에 국가대표로 선발되기에 이른다. 

넥센 히어로즈의 성장과 한현희의 성장은 같은 시기, 같은 궤도를 상에서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넥센 마운드에 있어 한현희는 염경엽 감독 혹은 이장석의 황태자로 불러도 무리는 아닐 정도로 큰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한현희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직후로 선발에서 다시 불펜으로 전환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염경엽 감독은 원래 시즌 중에 한현희를 불펜으로 전환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링크] 염갈량의 승부수, PS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 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사실 한현희에게 선발로 10승을 해주고 싶었다. 이후 불펜으로 돌리려고 했다. 선발 10승은 선수 개인에게 큰 경험과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6월에 보직을 바꾸려고 했지만, 기회를 더 주려고 끌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염 감독은 “한현희는 선발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셋업맨이 될 수 있는 구질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한현희는 불펜으로서 리그 톱클래스의 투수다. 국가대표도 할 수 있고 연봉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선발로는 아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의 미래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염 감독다운 선수에 대한 세심한 배려심이다.  " 

이 인터뷰대로 라면, 염경엽 감독의 판단은 그리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선발로 미흡하다고 평가한 한현희를 대신해서 선발로 투입된 선수들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현희를 대신해서 선발로 출전한 문성현은 8월 15일 목동 롯데전을 제외하면, 단 1번의 무실점 투구도, QS도 해내지 못했다. 송신영, 금민철, 김택형은 단 1번 5~6회까지 버텨주며 승리 투수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 완벽하게 무너졌고, 불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선발 투수 한현희가 전반기 동안 8승을 거뒀지만 해당 기간 동안 5.35의 ERA는선발 투수로서 미흡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염경엽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한현희을 대체하여 선발로 투입된 투수들이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타고투저의 리그 상황과 93년생인 한현희의 나이를 감안하지 않은, 단편적 평가에 불과하다.

다음은 지난 2013년 이후 올해까지, 개막 이후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선발로 출전한 만25세 이하 선발투수들에 대한 기록이다.

자료의 출처는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이며 투수들의 명단은 전반기 동안 60이닝 이상 소화하고, 10번 이상 선발로 출전했으며, 전체 출전 경기의 절반 이상을 선발로 출전한 경우로 한정했다. 나이는 4~5월을 기준으로 잡았고, 2015년 기록은 10/3일 기준이다.

2015 시즌의 한현희는 지난 3년간, 전반기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져온 만25세 이하 투수들 가운데 가장 ERA가 높고, 아마도 좌우 스플릿 현상이 제일심하고, 피홈런이 많은 투수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번째로 높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가장 어린 투수였다.

한현희가 2015시즌 전반기 동안 보여준 것만을 본다면 불펜투수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대치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저 기록에도 불구하고 한현희는 10개 구단 어느팀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수였으며, 이는 올 시즌 선발로 출전한 넥센 히어로즈의 국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현희 만이 해낸 성과이기도 하다.

염경엽 감독은 한현희의 선발투수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엄격했지만, 정작 넥센 히어로즈 팀 자체와 다른 투수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너그러웠던 셈이다.

물론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WAR는 FIP(수비무관자책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점에 비해서 FIP이 좋은 한현희에게 유리하게 수치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한현희는 ERA를 기반으로 하는 RA9-WAR에서는 FIP을 기반으로 하는 WAR에 비해서 낮은 수치가 나온다.

(개막 이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까지의 기록)

그러나 많은 피홈런은 차우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력한 스터프를 갖췄지만 경험이 적은 선발투수라면 감수해야 할 세금 같은 것이다. 만 21세의 한현희는 젊다 못해 어린 나이이며, 프로 무대에서는 선발로 뛰기 시작한 첫 시즌이다.

데뷔시즌에 신인왕을 수상한 NC의 이재학이 90년 10월생으로 한현희보다 2년 8개월 나이가 더 많고, 올시즌 두각을 드러낸 SK의 박종훈도 91년 8월생이며 NC의 이태양도 91년 1월생으로 한현희보다 드래프트 1년 선배다. 한현희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우타자에게 마구같은 파워커브가 아니라, 어린 나이인 셈이다.


지난 4년간 부상이력 없이, 1군 마운드에서 정상급 활약을 한 93년생 투수의 성장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05년 고졸 드래프티로 데뷔 이후로 제구가 잡히지 않는 금민철의 커터나 04년 고졸 드래프티로 커리어 동안 허리-팔꿈치-고관절 부상을 연달아 경험한 오재영의 내구성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3시즌간 71G 출장 40번 선발 등판하면서 241이닝 5.61의 era로 1.68의 WAR를 쌓은 문성현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잡길 기대하기 보다는, 같은 기간 동안 180G 출장 17번 선발 등판 하면서 269와 1/3이닝을 3.94의 ERA로 소화하면서 5.13의 WAR를 쌓은  한현희를 계속 선발로 기용하는 것이 팀 승리와 선수의 가치 향상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한은석 객원필진(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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