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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김재환의 약물 꼬리표, 땀과 실력만으론 뗄 수 없다

2016-11-04 금, 17:01 By KBReport

[이용선의 견제구] 금지 약물 복용 전력, 영웅담 포장 안된다

2016 KBO리그의 패권은 예상대로 두산 베어스의 몫이었다.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NC 다이노스를 4전 전승으로 물리치고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산의 통합 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재환이다. 그는 정규 시즌에서 0.325의 타율 37홈런 124타점의 맹타로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서 2~3차전 2경기 연속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규 시즌 팀) MVP는 김재환이다"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의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지난 9월 22일 kt 위즈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속내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김재환이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는 감독의 만족감이 표출된 평가였다.

시즌 37홈런(리그 3위), 124타점(3위), 0.628의 장타율(3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5.92(리그 타자 중 5위)로 맹활약한 타자를 팀 MVP로 꼽는 것은 기록만 놓고 당연해 보인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한 시즌에 6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을 정도로 팀 내 비중이 미미했던 김재환의 올시즌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다.

▲  두산 주요 타자들의 올시즌 성적 (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약물 전력을 가족 힘으로 극복? 지양해야 할 '감성팔이'

하지만 김재환에게는 영원히 뗄 수 없는 꼬리표가 있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야구월드컵 국가대표 선발 후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1-테스토스테론'의 대사체가 검출되어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함께 1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선수 본인은 "지인이 건네 준 약을 단 한차례 먹은 실수"라고 2012년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지만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은 고정 불변의 사실이다. 

두산의 정규 시즌 우승 확정 이후 김재환을 인터뷰한 한 매체는 '약물 꼬리표, 가족의 힘으로 극복했다'라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선수 본인이나 해당 매체가 금지 약물 사용을 마치 갑작스러운 불운이나 고난처럼 간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족의 힘으로 극복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것은 불의의 부상이나 지난한 재활이다. 선수 본인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금지 약물 징계에 사용할 만한 표현이 아니다. 일부 언론은 김재환이 고난을 극복한 영웅인 것처럼 포장하는 이른바 '감성팔이'식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선수 본인 뿐 아니라 그를 팀 MVP로 꼽은 감독, 그리고 감성적으로 포장한 일부 매체까지 금지 약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모두 결여되어 있다. 금지 약물로 복용받은 전력을 가진 김재환을 영웅으로 만드는 현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

첫째, 압도적인 실력으로 통합 우승을 일궈낸 두산 선수단의 올 시즌 위업마저 퇴색될 수 있다.  22승의 에이스 니퍼트를 비롯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까지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한 선발 투수 4인방 '판타스틱 4'는 물론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한 오재일, 박건우 등의 맹활약은 김재환이 부각될 수록 희석될 수밖에 없다.      

둘째, KBO리그에 부정적 선례를 남기게 된다. 지금처럼 소속팀 감독과 언론까지 나서서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선수를 추켜세운다면 제2, 제 3의 김재환이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금지 약물로 적발되더라도 징계 이후 좋은 성적만 낸다면 얼마든지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실제 표본이 되는 셈이다.

올 시즌 이후 금지 약물을 사용한 선수가 적발되고 징계를 모두 받은 이후 복귀한 그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 팀 우승의 주역이 된다면 해당 선수와 그 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 선수를 '고난을 극복한 영웅'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금지 약물 복용 전력

▲  두산 김재환
ⓒ 두산 베어스

금지 약물 전력 선수 1인으로 인해 팀이 거둔 성과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땀과 실력으로 약물 꼬리표를 뗐다는 식의 포장 역시 곤란하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선수가 실력 향상과 성적으로 속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다. 

김재환 개인에게는 가혹할 수 있지만 그에게 붙은 금지 약물 복용 전력이라는 꼬리표는 그가 남긴 기록과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가 진정성 있는 속죄를 통해 야구팬들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 금지 약물 복용 사실에 대해 지금 보다 적극적으로 마주서는 것이 필요하다.

신동윤 칼럼니스트(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가 제안한 것처럼 '금지약물 방지 캠페인이나 신인선수 교육'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비롯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에 앞서 금지약물 복용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알리는 KBO차원의 공식적인 캠페인이 선행되고 제도적인 방지책이 보완되어야 한다. 다수 언론 역시 금지 약물에 대해 보다 명확한 태도와 함께 현장과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진짜 봉인해제되어야 할 것은 금지 약물 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이들의 철저한 침묵일지 모른다. (관련 기사 : 김재환과 헥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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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이용선 프로야구 필진 /정리 및 감수: 케이비리포트 편집팀 (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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